정부 "어르신 공로수당, 기초연금과 유사·중복사업…국고 27억원 삭감"

중구 "중구내 소상공인한테만 쓰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지역 특성 사업"

서울 중구의 한 주민센터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어르신 공로수당`을 둘러싼 기초자치단체와 정부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어르신 공로수당`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65세 이상인 어르신에게 공로수당카드를 지급하고 매월 25일, 10만원을 충전해주는 중구만의 독자적인 복지정책이다.

`어르신 공로수당`은 기초연금(만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속하는 어르신께 국가에서 지급하는 연금) 대상자에게도 적용된다.

중구는 올해 `어르신 공로수당` 예산 156억원을 마련했다.

중구는 지난달 25일, 어르신 공로수당카드 수령자 1만1000명 각각에게 1~2월분, 총 20만원을 충전해줬다.

변수가 없다면 중구는 오는 25일, 3월분 10만원을 충전해줄 방침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반대라는 암초를 만났다. 중앙정부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과 유사·중복 문제가 있다며 정책시행에 반대한다는 의중을 중구에 전했다.

기초연금법상 기초연금과 비슷한 급여·수당을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국가보조금 10%를 삭감할 수 있다.

중구와 복지부는 즉각 협의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어르신 공로수당` 지급대상을 저소득층 등 특정계층으로 좁히고, 지급 방식도 건강증진에만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형식 등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중구는 지역 특성을 근거로 `어르신 공로수당`이 기초연금과 다르다고 맞섰다.

중구는 노인 인구가 서울시에서 가장 많고 구민 인구는 서울시에서 가장 적다. 특히 중구의 85세 이상 어르신 빈곤율은 서울시 1위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까지 얹어 있다.

또한 중구는 서울 도심에 있다 보니 이른바 원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크다.

중구는 이런 지역 특성상 `어르신 공로수당`은 지역 소상공인한테만 쓰일 수 있도록 만들어 기초연금과 다르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공로수당카드는 중구 외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공로수당카드는 현금 인출도 안 된다. 중구 안에서도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유흥업소 결제를 차단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구는 지난달 25일 `어르신 공로수당` 지급을 강행했다.

이에 복지부는 중구에 지급하는 기초연금 국고 270억원중 27억원을 삭감하겠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서울 중구 어르신 공로수당카드. 이미지=서울 중구 제공
서울 중중구 관계자는 기자에게 "많은 국민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서울 중구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 중구청은 다들 잘사는 곳이라고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소연 했다.

이 관계자는 "중구는 중구라는 이름때문인지 교통이 발달돼 있고 한 도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며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에 널리 이용될 뿐 그것이 세입으로 연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른바 원구도심 공동화 현상 때문에 중구의 골목상권이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썰렁한 거리 풍경에서 중구 관계자의 호소가 거짓이 아님이 감지된다.

활기차기로 유명한 중구의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옷가게를 하는 정한민(58세·남)씨는 "방문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관광목적으로 이것저것 보다가 그냥 발걸음을 옮기기 일쑤"라면서 "그나마 외국인들이 없으면 생활 자체가 더욱 힘겨웠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기자가 `어르신 공로수당`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물어보니 정씨는 "사실 세금 걷어서 어르신에게만 뿌려주는 것 같기에 싫었는데, 중구 상권을 살리기 위해 시도하는 사업이라면 환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구 관계자는 "2월25일 수당 지급 이후 보건복지부측은 언론을 통한 입장을 밝혔지 어떠한 공문을 보낸 적도 없다"면서 "언제든지 소통할 준비가 돼 있는데, 중구와 보건복지부의 싸움구도로 국민들에게 보여서 안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공문으로 연락이 온다면 수위를 어느 정도로 조절해야 할지 내부 검토를 할 예정"이라며 "중구민들이 행복하고 소통하는 중구청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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