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초유의 일…박병대 前대법관 구속영장은 허경호 부장판사가 심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늦은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3일 밤에 가려진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23일 오전 10시 30분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직 대법원장이 후배 법관에게 구속심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명재권(52·27기)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뒤 검사로 재직하다가 2009년 판사 생활을 시작, 지난해 9월 영장전담 업무에 새롭게 합류했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사들에 대한 첫 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주거지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었다.

이는 '양승태 사법부-박근혜 청와대 재판거래 및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사들에 대한 첫 영장 발부였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말에는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명 부장판사는 "일부 범죄의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등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이 재청구한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도 23일 허경호(45·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허 부장판사는 명 부장판사와 달리 사법농단 수사 이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 업무를 맡아 왔다.

그러나 허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밑에서 일한 시기가 사법농단 의혹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고, 인연도 그리 깊다고 할 수준이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피의자 신문을 받기 위해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부터 세차례 피의자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수사 방침을 정했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양 전 대법원장의 개별 범죄 혐의는 40여개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징용소송 재판개입 △사법부 블랙리스트 △옛 통합진보당 재판개입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불법 수집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은폐·축소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5천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의혹 등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14일 임종헌(60·구속)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재판에 넘겼다. 242쪽에 달하는 공소장에는 30여개의 범죄사실이 적시됐다.

검찰은 임종헌이 범죄의 상당 부분을 법원행정처 처장이었던 박병대(62)·고영한(64) 전 대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은 지난해 말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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