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꼭꼭 눌러쓴 글씨, '내일을 위한 작은 시도' 문구 눈길

동국대 한 평범한 학생이 쓴 것으로 보이는 ‘양승태 대법원’ 비판 대자보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SNS를 활용하는 요즘 대학문화속에서 꼭꼭 눌러쓴 글씨도 인상적이지만, 쓰다지운 흔적과 몇몇 단어들은 대자보를 작성전 작지만 얼마나 큰 용기를 냈는지 알 수 있다.
[데일리한국 송찬영 교육전문기자] 동국대 게시판에 일본의 강제 징용에 대한 양승태 대법원 판결 기피를 준엄하게 꾸짖는 한 평범한 젊은 지성의 '대자보'가 14일 게재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본관에서 만해광장으로 가는 길목 오른편에 위치한 이 게시판에는 '용산역에 매일 서있는 남성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있다.

'내일을 위한 작은 시도 사다리'라고 자신을 밝힌 이 청년은 펜으로 또박또박 눌러쓴 글씨로 강제 징용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최근 드러난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행태에 대한 분노가 담겨있다.

이 학생은 페이스북 등 SNS가 일상화된 요즘 대학문화에서 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대자보'를 불러냈을까? 왜 이름대신 '사다리'라는 별칭을 썼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다음은 대자보에 실린 전문.

'용산역에 매일 서 있는 남성을 아시나요?'

- 강제징용 재판기피를 규탄하며-

용산역 광장에 갈비뼈가 앙상한 채로 곡괭이를 들고 있는 한 남성이 있습니다. 바로 이 남성은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으로 끌려간 이들을 기리기 위한 동상입니다. 알고 계셨나요?

이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이 2005년부터 13년 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그 이유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기피 때문인 것으로 최근 밝혀졌습니다.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들은 당연히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들에 대한 배상을 강제 징용의 당사자인 일본 기업이 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이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의 역사적 정의를 세우는데에 중요한 문제입니다.

다행히 올해 10월 30일에 대법원의 판결로 강제 징용 피해자들과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보상받을 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런 결과와 별개로 역사의식도 없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를 박탈한 양승태와 그 주모자들은 꼭 처벌받아야 합니다.

-내일을 위한 작은 시도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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