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 ‘시동 꺼짐’ 중대 사고…부적절 대응으로 고객 원성 자초

지난 7월 27일 동홍천나들목에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스포츠 차량을 몰던 차주 임 씨는 동홍천나들목에서 시동꺼짐 사고를 당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한 5개 차종 1만 6022대에 대해 시정조치(리콜)를 했다. 리콜 대상 차종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8471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205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스포츠’ 4347대다. 해당 리콜 대상이었던 레인지로버스포츠, 디스커버리4의 일부 차주는 고객 서비스를 무시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오후 10시 20분경 자신의 레인지로버스포츠 차량에 아내와 아이들을 태우고 강원도 속초시로 가족여행을 가던 임모 씨는 동홍천나들목 전방 1km 지점에서 시속 110km로 터널을 통과하던 중 갑자기 차량이 도로 한복판에서 멈추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 이후 임 씨는 서울시 성수동에 위치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성수서비스센터에 수리를 위해 차량을 입고시켰으나 더욱 황당한 일을 겪고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법적 대응도 고려 중이다.

임 씨는 “터널 안에서 갑자기 속도가 줄면 뒤에서 달리던 차가 와서 충돌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진다. 간신히 터널을 천천히 빠져 나온 우리 가족을 고속도로 순찰대에서 2시간 넘게 지켜줬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임 씨는 생명에 위협을 당하는 사고를 겪고도 서비스센터를 통해 “엔진 교환을 하였다”라는 답변만 얻었을 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방법으로 어느 부품을 수리했는지, 향후 이러한 사고가 재발할 경우 사후 처리나 차량 보증 문제를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사고 당시 성수서비스센터에서는 임 씨에게 “고속도로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가라”, “견인차가 원주에서 출발하니 1시간 기다려라”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대응을 했다고 한다. 당시 임 씨는 섭씨 38도에 이르는 무더위 속에 사고 차량 안에 1시간 이상 방치됐으며 아들이 탈진하고 아내는 실신 상태에 이르렀다고 증언했다. 임 씨는 결국 렌터카 업체에 요청해서 근처로 이동했다. 그는 “당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본사 직원과 정말 연락조차 하기 어려웠다”며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상식을 벗어나 한국 소비자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임 씨는 해당 사건을 경찰과 검찰에 고발했다. 임 씨는 이에 앞서 자신의 피해에 대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항의했지만,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임 씨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고객 대응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임 씨는 “처음부터 이렇게 격앙돼서 검찰, 경찰에 고발할 상황은 아니었다”라며 “차를 살 때부터 속았다. 랜드로버에서 공식 인증을 한 중고차를 랜드로버 인증 중고차 취급점인 KCC오토모빌 양재점에서 샀다”라고 밝혔다. 당시 KCC오토모빌 영업사원은 “KCC오토모빌 마케팅부장이 타던 차로, 몇 개월 간 잔고장을 확인했지만 이상 없었다”라는 말과 함께 1억 500만 원에 레인지로버스포츠 모델 한 대를 팔았다.

임 씨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믿고 구매한 차량에서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 고장과 차량 좌석 문제가 있어 서비스센터를 20회 오갔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또 “국내에서 많은 차량을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차량 문제에 대해 응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서비스가 전혀 안 되고, 소송해서 이기면 보상해주겠다는 식”이라고 하소연했다. 임 씨는 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의 소비자를 무시하는 태도가 바뀔 것 같지 않아 작은 경종이라도 울리고자 한다”라며 “소비자를 무시하고 뻔뻔하게 대응하는 랜드로버를 다시는 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는 임 씨의 피해 사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본사까지 찾아갔지만, 관계자와의 만남은커녕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차량의 시동 꺼짐 사고로 인해 생명의 위협과 공포를 느낀 사례는 또 있다. 1990년대 인기 가수 잼의 황현민 씨 얘기다. 황 씨는 디스커버리 3.0D 모델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공식 대리점인 C사를 통해 7860만 원에 리스로 취득했다. 이후 그는 총 5번의 시동 멈춤 현상을 경험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1월과 11월 주행 중 급격한 속도 저하로 인해 성수서비스센터를 방문했고, 그 원인이 DPF 결함임을 확인했다.

두 차례 수리 후에도 문제는 여전했다. 황 씨는 수리를 받은 지 한 달 만인 그 해 12월 시동 꺼짐 현상을 또 경험하고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 3시간가량 견인차를 기다려야 했다. 황 씨는 우여곡절 끝에 견적가 2032만 원에 달하는 엔진 전체를 교체했다.

황 씨의 차량 결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3월에는 자신의 디스커버리 차량이 경기도 양평군 인근 국도에서 시속 120km로 주행하던 중 시동이 꺼지면서 국도 중간에 멈추는 사고가 재발했다. 해당 차량은 성수서비스센터에 다시 견인됐고, 사고 대처를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는 차량을 구매한 C사의 한 팀장에게 견인차를 요청했다. 황 씨는 결국 동행한 가족 3명과 함께 견인차에 매달린 차량에 탑승한 채 이천휴게소로 이동했다.

급기야 황 씨는 불만이 극에 달해 지난 5월 C사를 찾아갔다. C사는 황 씨에게 사고 자동차를 신차 가격으로 환불해주고, 향후 C사에서 레인지로버 신차를 구매할 경우 10% 할인 혜택을 주는 보상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C사는 지난 7월 13일 애초 약속과 달리 2513만 원에 이르는 리스 중도해지 위약금을 황 씨에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황 씨가 따졌지만 C사 측은 거듭 말을 바꾸며 당초 보상 약속을 어기려고 했다. 황 씨는 현재 수차례의 시동 꺼짐 현상과 관련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를 상대로 지난 8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랜드로버 차주들의 불만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말한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지 않게 품질 검사에 문제가 많고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잔고장이 많다. 소비자 관점에서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차량인 만큼 차의 완성도가 높아야 하는데 내비게이션, 엔진 정지 등 수년간 많은 고장이 나고 있다. 회사 측의 대응도 무책임하고 고객에 대한 배려도 없어 보인다.”

[박스] 새 차 고장 반복되면 교환o환급 가능해진다

2019년 1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새 차를 산 후 같은 고장이 반복될 경우 교환 또는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레몬법’이 시행된다. 레몬법은 차량과 전자제품에 결함이 있으면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교환, 환급, 보상 등을 하도록 규정한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으로, 정식 명칭은 ‘매그너슨-모스 보증법(Magnuson-Moss Warranty Act)’이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7월 31일 ‘한국형 레몬법’을 포함한 자동차관리법 시행에 맞춰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자동차 교환o환급 요건과 환급 기준, 교환o환급 중재 절차 등 세부 사항 등을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신차 구매 후 중대한 하자가 2회 발생하거나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한 뒤 다시 하자가 생기면 중재를 거쳐 교환o환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는 장치의 범위엔 법에서 정한 원동기, 동력전달장치, 조향o제동장치 외에 주행o조종o완충o연료공급 장치, 주행 관련 전기o전자 장치, 차대 등이 추가됐다.

환급 기준의 경우 계약 당시 지급한 총 판매가격에서 주행거리만큼의 사용 이익은 공제하되 필수 비용은 포함하도록 했다. 사용 이익을 계산할 땐 우리나라 승용차 평균 수명을 주행거리 15만km로 보고 그에 비례해 산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자동차 제조사는 소비자와 신차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교환o환급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하자 발생 시 신차로 교환o환급을 보장한다는 내용과 환급액 산정에 필요한 총 판매가격과 인도 날짜 등을 기재해야 하고, 이를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박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어떤 회사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성수서비스센터는 지난 2015년 규모를 확대해서 문을 열었지만 이 곳에서 수리 후에도 차주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영국에서 탄생한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2008년 인도 자동차 제조사 타타자동차(Tata Motors)에 인수되면서 하나로 합병된 회사의 한국 법인이다. 영국 소재 재규어랜드로버리미티드(Jaguar Land Rover Limited)가 100% 소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곳이 타타자동차다. 영국이 자랑하던 명차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 넘어간 것이다.

재규어는 1922년 자동차광이었던 영국인 윌리엄 라이언스와 윌리엄 웜슬리가 설립한 스왈로우 사이드카 컴퍼니(Swallow Sidecar Company)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재규어는 1999년 애스턴 마틴, 볼보, 랜드로버와 함께 포드자동차 그룹에 편입됐다가 2008년 타타자동차에 인수됐다.

랜드로버는 1948년 영국의 자동차회사 로버(Rover Company)가 선보인 사륜구동차 랜드로버에서 출발했다. 사륜구동차 브랜드 가운데 지프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오래됐다. 로버의 주인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1990년대 이후만 보면 1994년 BMW가 로버그룹을 인수했다가 2000년 랜드로버를 포드에 매각했다. 또 포드는 2008년 랜드로버를 타타자동차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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