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문은상 대표, 임원과 경영 마찰에 ‘꼼수 해임’ 의혹

법원 “정당한 해임 아니었다” 판결…전 임원들 무리한 인사조치 후폭풍 불가피

문은상 신라젠 대표.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신라젠(대표이사 문은상)의 전직 임원이었던 A 전 이사와 B 전 전무는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인도 청구 등에 관한 소송에서 전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A 전 이사는 지난해 3월 24일 신라젠의 사내이사직에서 해임된 뒤 같은 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또 B 전 전무는 지난해 11월 임기만료로 사임했고 올해 4월 역시 이번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이 청구한 주식인도 등의 금액이 무려 350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신라젠 측은 항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이번 소송의 결과 여부를 떠나 이 사건 재판을 통해 밝혀진 신라젠과 전직 임원들 간의 갈등은 여러 논란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재판부가 A 전 이사의 해임이 부당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후폭풍은 거세질 전망이다.

A 전 이사는 지난 2015년 3월 신라젠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신라젠의 주식 수만주에 관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게 됐다. 곧바로 A 전 이사와 사측은 해당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정식 계약까지 체결했다. 이어 그 다음해 사측은 주주총회를 통해 또 다시 A 전 이사에게 신라젠의 주식 수십만주에 관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기로 결의했고, 역시 곧바로 양측은 해당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했다.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신라젠 측이 A 전 이사를 해임했고, 이에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까지 취소하기로 의결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3월 신라젠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공시한 A 전 이사의 해임사유는 ‘안정적인 경영활동 및 사내질서 확립을 위한 조치’였다.

A 전 이사는 과거 신라젠의 경영기획팀과 자금팀, 회계팀을 모두 지휘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경영관리(기획)본부장으로도 활동했고, 동시에 상당한 외부 투자유치를 해내면서 회사 발전에 공헌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때문에 A 전 이사가 앞서 언급한 해임사유처럼 회사의 안정적 경영활동과 사내질서 확립에 저해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A 전 이사는 해임 당시 아직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상태였고, 당연히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해임을 두고 여러 의혹이 나돌았다.

그 중에는 A 전 이사가 문은상 신라젠 대표와 경영상 마찰이 있었다는 취지의 루머가 있었다. 이에 사측에서 A 전 이사를 ‘정리’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번 소송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신라젠 측은 A 전 이사에 대한 구체적 해임사유에 대해 그가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고, 사내 접대비 지급규정을 위반했으며, 회사 규율 및 질서문란, 도덕성 문제 등을 들었다.

A 전 이사의 주장은 이와는 상반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신라젠 측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자신의 해임을 결의하는 주주총회를 열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엇갈리는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이목이 집중된 부분은 과연 재판부가 신라젠 측이 제기한 A 전 이사의 해임사유를 정당하게 보느냐의 여부였다.

우선 해임사유 중 하나였던 법인카드의 부적절한 사용 부분에 있어서 재판부는 A 전 이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로부터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A 전 이사는 재직 당시였던 지난 2016년 한해동안 자신 명의의 법인카드를 4000여만원 사용했다.

물론 당시 이 액수는 같은 기간 문은상 대표가 사용한 접대비를 상회하는 수준이었지만, CFO라는 직위의 특성상 그리고 그가 그동안 회사에 공헌한 점까지 비춰봤을 때 결코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 사건 재판부는 “A 전 이사가 자신의 직급으로 외부 투자유치에 힘써 온 점 등을 비춰봤을 때 해당 금액(4000여만원)이 특별히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특히 같은 해 A 전 이사의 법인카드 월 평균 사용액은 당시 신라젠의 이사급 임원들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의혹만 무성했던 A 전 이사의 해임… 법원 “정당한 해임 아니었다” 판결

이어 해임사유 중 두 번째였던 사내 접대비 지급규정을 위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 전 이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신라젠은 지난 2015년 9월 법인카드 관리 기준을 신설해 접대비에 한도를 부여했다. 만약 그 한도 금액 이상의 접대비를 법인카드로 지출하게 됐을 경우 재무담당임원에게 사전 보고를 해야 했고, 그 한도의 두배 이상을 사용하게 됐다면 대표이사에게 사전 보고를 하도록 정했다. 이후인 2016년 6월에는 이 접대비 지급규정을 구체화해서 사전 보고뿐만 아니라 승인까지 받도록 했다.

그런데 신라젠 측은 A 전 이사가 접대비 한도 두배 이상의 금액을 결제하기 전에 문 대표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아 그가 사내 접대비 지급규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양측의 의견 다툼이 없었다. 당시 문 대표는 A 전 이사로부터 접대비 지급규정에 따른 사전 보고를 받지 않았지만, 사후적으로 이를 결재 승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아무리 규정상 사전에 보고나 승인을 받아야 했을지라도 대표이사부터 사후적으로 결재 승인을 하면서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만약 문제를 삼을 것이라면 당시 즉각 ‘해임사유가 될 수도 있다’라며 크게 문제를 삼았어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재판부는 아무리 A 전 이사가 해당 접대비 지급규정을 위반했을지라도 이것이 이 사건 재판의 청구 사유인 주식매수선택권을 취소당할 정도의 상법상 이사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라젠 측이 제기한 A 전 이사에 대한 해임사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당시 신라젠이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축하를 받는 문은상(가운데) 대표. (사진=연합)

재판부는 “신라젠이 주장하는 A 전 이사의 회사 규율 및 질서문란, 도덕성 흠결은 다소 주관적ㆍ심정적인 평가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라며 “설령 그런 점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이를 A 전 이사의 독자적인 주식매수선택권의 취소사유로도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A 전 이사가 해임을 당할 정도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했다거나,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A 전 이사에 대한 해임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론을 내렸다.

때문에 재판부는 신라젠 측이 A 전 이사의 주식인도 청구 부분은 별도로 두더라도 당시 그에 대한 해임결의가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고 결론이 난 만큼, 상법 제385조 제1항의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해 해임할 수 있지만,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해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는 조항에 따라 A 전 이사가 해임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라젠 측은 이번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상급심에서의 판단은 기존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결론이 똑같이 난다면 신라젠 측은 그동안 의혹으로만 떠돌았던 전 임원들에 대한 무리한 인사조치에 대해 상당한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신라젠, 前 임원과 법적분쟁에서 드러난 충격적 사실 <제2부>’에서 계속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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