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前판사 사무실 수색영장, 동료였던 박범석 판사가 나흘만에 '기각'

유해용, 그 틈에 '증거인멸' vs 윤석열 서울지검장 "증거인멸 방조도 엄벌"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2014~2018년)을 지낸 유해용(52) 변호사가 '늑장 압수수색 영장심사' 틈을 타 '증거 인멸'에 이어 '현직 판사들에게 구명 이메일'까지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대해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이 '법원의 독점적인 영장 발부 권한'을 악용해 수사방해를 시도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앞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10일 밤 검찰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명의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향후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철저히 할 전망이다. 일단 검찰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에 소재한 유해용 변호사의 사무실을 두번째 수색했다.

검찰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유해용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는 가운데 유 전 수석재판연구원이 사무실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해용 변호사는 올해 초 퇴직하면서 대법원 기밀자료인 최대 수만 건의 재판연구관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을 출력물 또는 파일 형태로 들고 나왔다.

검찰은 지난 5일 유해용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박근혜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의 특허소송 관련 문건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를 파악했다.

검찰은 이를 압수하려 했으나 유 변호사는 "영장을 가져오라"며 막아섰다.

이에 검찰은 곧바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지만 6일 기각됐다. 검찰은 7일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영장 발부에 대한 판단을 나흘이나 질질 끌었다.

이 사이 유해용 변호사는 자료를 파기하고 현직 판사들에게는 이메일을 보내 구명활동을 펼쳤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법원에 근무할 때 습관처럼 작성·저장했던 자료들중 일부를 추억 삼아 가지고 나온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가지고 있던 자료들 중 상당 부분은 개인의견을 담은 자료"이고 "판결서 초고라고 표현된 의견서 역시 미완성 상태의 문서에 불과하다"고 강변했다.

반면 검찰은 공무상비밀누설·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보고 이 자료들을 압수해 수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해용 변호사는 "6일, 가지고 나온 출력물은 파쇄했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 버렸다"고 법원행정처에 통보했다.

유해용 변호사는 9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나 이 사실은 진술하지 않았다. 법원행정처는 같은날 저녁 검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밤에서야 1개(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관련 문건) 자료를 제외하고는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박범석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자료를 반출 소지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않는 이유와 함께 박범석 부장판사가 2014년 유해용 변호사와 함께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박 부장판사가 '자기 자신을 보호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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