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씨, 아들 곁에서 영면

향년 89세로 28일 별세, 31일 발인…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아들 박종철 열사 옆에 안치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의 서울광장 노제를 마친 유가족이 31일 오후 고인의 영정을 들고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 마련된 박 열사의 추모 공간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효민 기자]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아들 박종철 열사를 대신해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바친 박정기씨가 31일 아들 옆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28일 향년 89세로 생을 마감한 고(故) 박정기씨는 이날 오후 5시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돼 아들 박종철 열사와 나란히 묻혔다.

앞서 고인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5시30분 부산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와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회원,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유가족과 함께 했다.

고인은 이날 오전 7시 부산 영락공원에서 육신을 먼저 보냈다.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를 기리는 노제가 31일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의 참여속에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로 올라온 고인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랑방인 서울 동대문구 '한울삶'에 잠시 들른 뒤 노제(路祭)가 준비된 서울광장으로 들어왔다.

고인을 기리는 노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펼쳐졌다.

노제에는 시민들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김두관·원혜영 의원,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박원순 시장은 조사에서 "아버님은 먼저 떠나보낸 아들의 동지가 돼,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모든 이들의 아비가 돼 아들이 차마 못 본 세상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다"고 추모했다.

박 시장은 "그토록 보고 싶어 하시던 아들을 다시 만난다면 '자랑스러운 내 새끼 덕분에 세상 참 좋아졌다'고 꼭 안아주시라"고 영면을 빌었다.

노제가 끝난 뒤 고인은 아들이 고문을 받다가 숨진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실에 들러 아들과 마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