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를 보름이나 보고있는 가운데 뉘늦게 밀실식 총장 선임

전 총장일가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 한창인 상황

"대학 실무경험도 적은데 생각달리 해야하지 않을까" 권유많아

서갑원 전 국회의원이 제 2대 신한대 총장이 됐다. 사진은 신한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총장 인사말.
[데일리한국 송찬영 교육전문기자] 서갑원 국민대 특임교수(전 민주당 의원)가 지난 2일 신한대학교 총장에 선임됐다.

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4년제 사립대인 신한대는 전 총장일가의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유력 정치인이 소리소문없이 총장에 영입됐다는 소식에 당혹스러워 하는 사람이 많다.

‘적폐청산’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학법인이 과거처럼 정치권력을 이용해 대학 설립자 일가의 위기를 넘기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사는 부분이다.

게다가 촛불 민심이후, 대학가에서도 대학의 공적 기능 회복을 위해 총장직선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구성원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도 궁금하다.

영입하는 쪽이야 그렇다 치고, 이른바 노무현 정신을 가장 잘 안다고 하는 정치인 서갑원은 대학 행정실무 경험도 거의 없는데 왜 문제가 산적한 대학의 총장자리를 받아들였을까?

신한대 서갑원 신임 총장을 둘러싸고 이미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핫한 이슈는 그의 대학총장과 정치인 겸업선언이다.

대학에서는 3일 총장 선임을 했다고 발표했는데, 서 총장은 이날 총장으로서 결재를 하고 있었다. 서 총장은 앞서 지난달 28일 마감한 민주당 순천지구당위원장직 신청을 한 상태였다. 그러면 현재는 사퇴하지 않았을까?

관할 민주당 전남도당에 문의결과 “논란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당헌 당규에는 총장이 지역위원장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다. 학교 측에도 관련 규정이 없는 듯하다”는 답변을 해왔다.

공식적으로 서 총장 측에 질의를 하자 “위원장 활동은 활동 직책만 있고 급여나 수당이 없기 때문에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 총장은 이미 지난달 18일부터 총장으로서 근무하고 있는 상태였다. 대학총장직을 맡으면서 지구당위원장에도 지원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인 중 본업인 정치를 접고, 대학교수와 총장직을 수행한 사람은 여럿 있다. 오거돈 현 부산시장도 국립해양대 총장을 맡은 바 있다. 최근에는 한경대가 MB정부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을 총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정치인이 대학총장으로 영입되고, 이후 다가오는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총장직을 가지고 다시 지구당 위원장에 응모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민주당내에서도 경쟁자들을 중심으로 “서 총장이 욕심이 많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당법 22조는 대학의 총장과 학장, 교수들의 정당참여를 가능토록 하고 있지만, 교수들이 출마 등의 정치를 할 경우 관례적으로 휴직이나 사직을 한다. 학자로서 학생들에 대한 기본적 도리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서 총장의 선임 과정도 입맛을 쓰게 한다. 그가 대학 구성원들의 초빙을 받아 총장을 맡은 것도 아니다.

학교당국은 서 총장이 집무를 보름이나 보고있는 가운데 총장 선임이 됐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대학과 법인 직원 누구도 총장 선임이 된 이사회 개최날짜도 모르고 있었다. 이사회 회의록을 어디서 볼 수 있느냐의 질문에는 곧 올라갈 것이라는 답변만이 되돌아왔다.

서 총장이 대학총장에 맞는 합당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포털 인물사전에 따르면, 그의 최종학력은 국민대 석사이다. 교육 경력도 용인송담대 겸임교수, 중국 베이징대 초빙교수, 국민대 특임교수가 고작이다.(서 총장 측은 “국민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총장직이 반드시 교원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해 왔다.)

“석사출신이 어떻게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총장이 되냐”는 일부의 비아냥은 접어두고서라도 대학 실무경험이 미약하다. 과연 학생 수 급감과 전 총장 일가의 여러 비리 의혹으로 뒤숭숭한 대학을 어떻게 건실하게 육성할 지 '청사진'을 알고 싶다.

대학들이 도입하고 있는 교수·학생·직원·동문 등 대학 구성원의 투표를 거쳤다면 총장이 될 수 있었을까? 상당수 대학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총장추천위원회 검증이라도 제대로 받았을까?

서 총장과 현재 비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병옥 전 총장의 아들 강성종 전 국회의원은 같은 민주당 소속으로 지난 17대와 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강 전의원은 이와 유사한 비리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바 있다.

설립자 아들인 강 전의원과의 개인적 친분이 정치인 서갑원을 신한대 총장으로 이끄는데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기자만의 상상력일까?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협의회 이사장(동의대교수)은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촛불 이후) 대통령 한 사람만 바뀌었지, 관료사회나 대학사회 모두 그대로 인 듯하다. 학교운영을 위해 대학총장을 꼼수로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문제를 푸는 방법이 실세 총장을 모시는 것일 수 있겠지만, 대학이 국가 지원을 받으려면 대학을 공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서갑원 총장도 자신의 소신이 분명한 분인 만큼 지금이라도 생각을 달리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학교측에 따르면, 서 총장의 취임식은 20일로 예정돼 있으나 이달말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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