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막작 ‘꿈의 끝’ 첫 시사회 개최

어린이와 어른 함께 공감하는 교육의 장

제13회 BIKI '내가 지키는 세상' 주제 포스터. 사진=BIKI 제공
[부산=데일리한국 윤나리 기자] 매해 7월이면 부산에는 여름 날씨만큼 뜨거운 열정의 어린이 영화 축제가 열린다. 13년의 성장통을 꿋꿋이 이겨낸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I)는 어린이청소년이 주인이 된 참여형 영화제로 어느덧 국제 네트워크 구심점 역할을 해낼만큼 내실을 갖췄다.

올해 BIKI는 ‘내가 지키는 세상’이라는 주제의 세대를 초월한 공감영화제로 오는 7월 11일부터 17일까지 1주일간 열린다. 제1회 BIKI의 시작부터 함께한 슬로건 ‘달라도 좋아! WE ARE ALL UNIQUE’는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에서 벗어나 ‘참여’의 주인공이 될 때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이며 ‘함께 느끼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데 목적을 뒀다.

지난 19일 BIKI는 개막작 '꿈의 끝' 시사회에 이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주유신 수석프로그래머, 박정민 프로그래머, 김상화 집행위원장. 사진=윤나리 기자
이처럼 ‘달라도 좋은’ BIKI의 영화들은 국적이나 나이 구분이 의미가 없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경계와 차이를 뛰어넘어 갈등과 화합이라는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BIKI는 세대불문하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느끼는 생활문화이자 교육의 장이 된다.

김상화 집행위원장은 지난 19일 개막작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메이저 영화제와 규모는 비슷하지만 어린이청소년들만의 영화제라는 편견들을 뛰어넘고자 올해는 개막작을 과감히 보여주고 어린이청소년영화가 얼마나 의미있고 좋은 영화들로 구성됐는지 자신있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처음으로 시도된 시사회 의도를 밝혔다.

이날 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인 개막작 ‘꿈의 끝’은 이란감독 모하메트 탈레비의 작품으로, 이웃집 할아버지의 말을 사랑하는 8살 산골소년 ‘아라쉬’라 밤에 몰래 말을 몰고 나갔다가 생긴 사고로 마음과 몸에 난 상처의 비밀을 주변인들의 도움과 애정으로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마치 서정적인 동화처럼 풀어냈다.

개막작에 선정된 이란 감독 모하메트 탈레비의 '꿈의 끝'.

영화제 폐막작에는 캐나다 퀘벡의 감독 뤽 피카드의 ‘크로스 마이 하트’가 선정됐다. 이 영화는 1970년 프랑스령이었던 퀘벡의 민족주의적 분리독립 움직임 한창이던 시기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12살 소녀 마논은 7살 남동생 미미와 고아원에 맡겨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당시 무기력한 어른들에 실망하고 어느 날 사촌들과 대형 사고를 친다는 줄거리다.

김 집행위원장은 “폐막작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다소 도발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로, 조금은 색다른 정치적인 이슈들이 주목받기를 바라는 점도 있다”며 선정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새로워진 올 여름 BIKI…55개국 175편 영화 상영·‘레디액션 15’ 신설 등

어린이청소년들만의 특유의 시각과 자유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단편 영화 경연부문인 ‘레디~액션!’의 높아진 인기만큼 기존 만 12세 이하 어린이 작품과 만 13~18세 청소년 작품을 선정하는 2가지 섹션에서 만13~15세 청소년 영화인들의 작품을 선정하는 ‘레디액션 15’를 신설했다.

레디액션의 모든 작품은 21명의 어린이청소년집행위원인 ‘비키즈’들의 날카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올해 레디액션 단편 경연 부문에는 크로아티아, 캐나다, 뉴질랜드,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의 작품이 본선에 오르는 등 총 40편이 선정됐다. 전 세계 어린이청소년감독들이 출품한 영화 357편 중에서 엄선된 작품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한국, 일본, 대만, 호주, 스페인, 영국 등 7개 국가의 어린이청소년이 직접 만든 총 21편의 단편영화 모음인 ‘리본더비키’는 데이트 폭력, 아동학대 등 다양한 주제의 영화들이 상영돼 어느 때보다 소재가 풍성해졌다는 주최측의 설명이다.

올 여름 BIKI는 어린이청소년의 역할 확대에도 중점을 뒀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총회 의결권을 행사하고 개폐막식 사회는 물론 행사기획과 진행까지 이들의 손에 맡겼다. 영화제의 개·폐막식 축하공연을 과감히 없앴고 독자적인 시상식 기획을 통해 영화감독으로의 면모를 돋보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세계 속 BIKI이자 아시아 기반 국제영화제로 주목받는 만큼 전 세계 어린이청소년들의 시각과 문화 공유에도 주력했다. 55개국의 장·단편 영화 175편이 선보이며, 특별히 아시아 어린이청소년 영화를 모은 ‘아시아 파노라마’와 독일의 슈링겔 영화제와 괴테문화원이 제공한 7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독일포커스’도 마련했다.

김 위원장은 “BIKI를 통해 자녀와 부모, 학생과 선생님 등 관객들이 성장기 시절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자아확립과 정체성, 열등감, 소외 등의 ‘같지만 다른’ 이야기들을 함께 공감하는 세대불문의 영화의 장이 될 것”이라며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밥상을 차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영화제인 만큼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BIKI의 운영 예산은 약 4억5000만원으로, 국제영화제 운영 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엔터에인먼트 케이스타그룹의 1억원이라는 통큰 후원으로 조금은 수월하게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척박한 재정적 상황에도 BIKI집행부는 ‘좋은 영화 한편이 좋은 교과서’라는 신념으로 질 좋은 문화컨텐츠를 교육문화사업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심중이다.

이에 따라 ‘영화읽기’ ‘영화논술’ 등 상시프로그램 운영중이며, 비키의 부설연구소인 ‘사각형프리즘’의 영화읽기 길라잡이용 서적 분기별 출판 등의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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