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국정원 심리전단 사무실 만들어 '원세훈 수사' 방해…재판에선 거짓진술 교사

검찰 신분으로 국정원 파견 근무하며 수사 방해한 장호중 前 부산지검장 '징역 1년'

박근혜정부 당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그는 '이명박정부 원세훈 국정원의 불법적인 댓글공작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 남재준 국정원장 등이 23일 1심에서 무더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이명박정부 시절 치러진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댓글공작을 지시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1심 재판을 받아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이날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이날 박근혜정부 국정원의 서천호 2차장은 징역 2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6개월, 고일현 국장은 징역 1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 하경준 대변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또한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2년, 문정욱 전 국장은 징역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각각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황병헌 부장판사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무력화 하기 위해 가짜 국정원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든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노골적으로 기망하고 우롱했다"고 지적했다.

황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원세훈 원장에 대한 재판 진행 과정에서 해명하는 것을 넘어서서 원세훈의 변호인단처럼 행동했다"고도 말했다.

황 부장판사는 또한 이들이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에게 검찰 수사 및 재판에 나가 거짓 진술을 하도록 교사하고 원세훈 전 원장의 발언 녹취록 중 정치관여나 선거개입 지시 부분을 삭제한 뒤 검찰에 제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황 부장판사는 문정욱 전 국장의 '대기업에 보수단체 자금지원을 요구한 혐의', 하경준 전 대변인의 '의도적으로 거짓된 내용의 보도자료을 배포한 혐의'에 대해서도 각각 유죄를 인정했다.

한편 황 부장판사는 검찰 신분으로 국정원에 파견 근무하며 수사와 재판을 방해했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에게는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이제영 검사에게는 징역 1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짜고 '댓글사건 재판에 중요 증인으로 채택된 국정원 직원을 해외로 도피시키도록 공모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황 부장판사는 특히 장호중 전 지검장에 대해 "오랜 시간 검사로 재직한 법조인으로 검찰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국정원 감찰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며 "국정원장이 적법하게 국정원을 지휘하도록 보좌하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범행에 가담했고, 특히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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