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독 1급성 농약인데 일부는 하천 인근에 뿌려져 환경피해 우려
전문가들 "농약 이력 추적 가능하도록 관리 강화해야" 한 목소리

강원도 평창군 소재 한 밭에서 농부가 채소를 심기전에 살충제를 맨손으로 뿌리고 있다.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유럽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금지하고 있는 맹독성 농약이 국내에서는 허가를 받아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사용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포레이트(Phorate)’라 불리는 이 농약은 살충제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중국은 올해부터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농약은 국내의 경우 기준을 정해 사용토록 하고 있으나, 실제 농업 현장에서는 이를 어겨 살포해서는 안되는 지역이나 채소 밭에 살포하는가 하면, 파 등 일부 채소의 경우 안전사용 기준의 최소 24배를 훨씬 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전문가들은 농업인과 인근 지역주민의 건강은 물론 환경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 실태조사는 물론 사용금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 “매우 유독하고, 환경에 유해” 규정

17일 관계당국과 업계 및 학계에 따르면, 맹독성 살충제 포레이트(Phorate)는 2004년 유럽연합으로부터 퇴출 당했다. 유럽연합은 포레이트를 '매우 유독하고, 환경에 유해한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일본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맹독성을 감안 다른 유사계열의 농약과 함께 퇴출키로 했다. 다만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각국의 상황을 감안 포레이트 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환경연구원이 발간한 ‘화학사고 대응을 위한 유독물 정보집’에 따르면, 포레이트는 액체로 무색 무취의 물질이다. 고독성 물질로 환경 유해성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인체 발암 유발에 대한 정보는 없으나 건강 위험성을 수치로 나타내면 '4' 수준으로 매우 높다. 참고로 정보집에서는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벤젠이나 페놀의 건강 위험성을 3으로 평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운영하는 독성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휘발성 물질인 포레이트는 유기인계 살충제로 정의한다. 주요 독성 기전은 ‘생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스테라제 효소, 특히 콜린에스테라제의 활성을 억제한다. 장기적으로는 콜린에스테라제 억제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 약학계의 최고 권위자 권순경 덕성여대 약대 명예교수(79)는 “부교감신경을 억제해 교감신경을 항진시킴으로써 부정맥, 불안 등 여러 건강 악화 증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성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권장량을 흡입할 경우에도 간에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 논문(International Labour Office, 1983)을 인용해, ‘중추신경계의 기질병, 정신 장애, 간질, 뚜렷한 내분비 및 영양 장애, 폐결핵, 기관지 천식, 만성 호흡기 질환, 심혈관계 질환, 순환 장애, 위장관 질환(소화궤양), 위소장대장염, 간 및 신장 질환, 안질환(만성 결막염 및 각막염)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작업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경에 작용해 불안 부정맥 불러올 수도”

이 살충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형인 김정남의 독살에 사용됐던 것으로 밝혀진 VX신경작용제(독가스)와 유사계열의 유기인제 농약이다. VX는 유엔이 지정한 화학무기로 아트로핀을 해독제로 쓰는데, 포레이트 역시 농약 중독시 이 해독제를 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호남지역의 일부 축산농가에서 포레이트에 오염된 볏짚을 먹고 한우가 폐사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일로 일부 포레이트 제품에는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포레이트는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매년 수입은 물론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국회 김현권 의원실이 최근 농진청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포레이트 원제 수입량은 2015년 286톤이었으나 2016년 307톤, 지난해에는 332톤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품목 제조 생산량도 2016년 237톤, 2017년 308톤으로 늘었다. 성분량을 기준으로 출하량을 살펴보면 2015년 252톤에서 2016년 262톤, 2017년에는 315톤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농약으로 상품화해 사용하고 있는 포레이트 살충제 제품 중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은 D사의 S살충제와 H사의 터브포스와 혼합해 만든 T살충제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각각 포레이트 성분이 5%, 2.5% 들어있으며, 입제 형태로 만들었다.

D사 제품은 감자와 생강 무의 거세미나방(어린 모의 대를 잘라 쓰러뜨리는 해충)과 마늘과 백합의 뿌리 응애 퇴치용으로 쓰고 있다. H사 제품은 마늘과 감자에 쓰는 살충제로 고자리 파리 뿌리 응애 거세미나방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공히 파종이나 정식(어린모가 밭으로 나가는 것)전에 흙과 혼합해 쓰도록 돼 있다. D사 제품의 경우 안전사용 횟수를 1회로 제시하고 있다. 또 마늘과 백합의 경우 수학90일 전까지만 사용토록 하고 있다.

어독성 1급 포레이트 농약이 농수로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어 환경 피해가 우려된다. 사진은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파 재배 밭.

이들 농약은 공히 '어독성 1급성 농약'이라 표기하고 있다. 또 '표시사항 이외에는 사용하지 말것' ‘살포된 농약이 저수지 상수 취수원 해역 등으로 바람에 날려 들어가거나 빗물에 씻겨 직접 흘러들어갈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사용하지 말라’고 취급제 기준을 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데일리한국 취재 결과, 이들 농약은 농업현장에서 적용 작물이외에도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빗물 등에 휩쓸려 농수로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생태 환경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곳에서도 상당량 뿌려지고 있었다.

쓰면 안되는 ‘파’ 농사에 사용, 사용량도 파악 불가

대표적인 것이 현재 강원도 전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파 농사이다. 예를 들어, 지금도 강원도 오대산을 여행하다보면 차창밖으로 매케하고 역겨운 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 이 농약이 파 밭에서 날라오는 살충제 포레이트다.

현지 농민들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강원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는 파 대부분에는 이 포레이트 살충제가 살포된다. 살포하면 안되는 파 밭에 아무런 제재 없이 다량의 살충제가 지속적으로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당장 살충제 작업을 하는 농업인과 인근 주민들의 직간접 피해가 우려된다.

파는 대개 4월 파종을 하고 9월 재배를 하는데, 보통 7일에서 10일 사이에 한 번씩 포레이트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레이트 살충제 설명서에는 안전사용 횟수를 전재배 기간동안 1회로 제한하고 있는데, 파의 생육기간이 6개월이라고 보면 최소 24회 이상 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살충제 인증시 전제조건인 1회 사용시 노출된 용량의 24배 이상에 농업인이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농약이 휘발성 성분인 것을 감안하면, 인근주민 역시 파 작물 재배기간인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피해관련 조사는 단 한번도 시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일부 파밭은 농수로와 바로 인접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경의 경우 포레이트는 물에 잘 녹지않아 비가 내릴 경우 휩쓸려 농수로를 통해 하천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어독 1급성 물질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하천 생물들 피해를 추정하기도 어렵다.

악취 문제는 당장의 현실적 문제다. 공기 맑기로 유명한 강원도 지역이지만, 파밭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농사 기간이면 문을 제대로 열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주민 정모씨(71)은 “농촌에서 약을 치는 거야 말릴 수 없지만, 파 농사가 대문앞에 들어온 이후 밤이나 낮이나 문 열기가 힘들어졌다. 문을 열어놓으면 머리가 띵하고 아프다"면서 "우선 냄새가 고약해 숨을 쉴 수없다. 암환자이기 때문에 운동을 자주해야 하지만, 파를 심고나서는 악취 때문에 수건과 마스크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파밭에서 멀어떨어진 곳을 산보한다. 군에 연락을 했지만, 특별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고 하소연 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농부들과 농약을 판매하는 곳에서는 약효가 좋다며 오히려 서로 권하고 있기 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평창군에서 3만5000평 규모의 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정부에서 허가난 제품이니 믿고 쓴다. 사실 모종단계에서 맨손으로 물에 담그기도 하고, 수년동안 포레이트를 살포해왔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며 “주민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농협에서 농약판매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파 밭에 쓰는 농약을 물으니 “값이 싸고 효과가 좋다. 가장 많이 나가는 제품(포레이트를 가리키며)”이라고 권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관계당국은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들은 계속 민원이 들어오고 있지만, 뾰족한 조치나 방법이 없다는 입장만 되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데일리한국이 취재에 들어가자 농식품부와 농진청은 이 문제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에 바빠 보였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약 독성과 관련해서는 절차에 의해 진행됐으며, 정책적인 부분이므로 농식품부 관할이다"라면서 "2014년 포레이트 볏집 사건때에도 농식품부가 담당했다”고 농식품부 관할이라는 점만 내세웠다.

농식품 당국은 서로 책임 미루기에 바빠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 부처에서는 입법과 관련한 정책적인 부분을 다룬다"면서 "기술적인 부분은 농진청에서 담당하고 있으니 그쪽으로 문의 바란다”며 농진청 책임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관련 지자체들에 문의한 결과, “출하와 관련, 잔류농약 문제는 행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작물 재배 중간 과정에서 쓰이는 농약 사용은 달리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업계는 현재의 오용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약을 제조하고 있는 D사는 “독성 실험을 통과해 허가를 받은 품목으로 미국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농약”이라며, “상품 표지에 주의사항을 표기하고 있는데도 적용 작물이 아닌 파 밭에 임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또 "내년에도 파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재 자체 실험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포레이트 농약 취급 설명서.

이에 해당 전문가들은 오남용 방지책을 넘어 차제에 포레이트 농약을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농약 이력 추적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순경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독성물질에 대한 안전성의 경우 유럽이 금지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종한 환경독성보건학회장(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은 “포레이트는 적은 량으로도 인간에 치명적인 독성을 끼치므로 마땅히 국내에서도 규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레이트 퇴출, 바코드 제도 등 농약관리제도 개선 필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의원은 “국내 농약 안전관리는 등록 생산 유통 단계는 미국 일본 대만 유럽 등 주요 국가 수준과 비슷하지만 ‘판매 및 사용’ 단계의 안전관리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백지 상태”라며, “농약 작업하는 농업인과 농촌 주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만처럼 바코드 제도를 도입해 농약 이력 추적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농약관리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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