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간 편견에 맞서온 정경숙 살림 이사, ‘정치길’ 오르다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한 사회 위한 패러다임 전환 이끌 것

정경숙 이사는 여성 인권을 위해 18여년간 맨몸으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편견과 부조리와 맞서 싸워왔다. 사진=윤나리 기자
[부산=데일리한국 윤나리 기자] 정경숙(50) 살림 이사는 16년전 ‘겁도없이’ 성매매피해상담소 ‘살림’을 설립했다. 당시 살림의 설립자금은 소액 후원인단 200명이 선뜻 내놓은 500만원이 전부였다. 어렵지만 용기있게 새로운 삶을 시작한 정경숙 살림 이사는 ‘여성 인권 신장’이라는 척박한 길을 그동안 쉼없이 내달렸다.

“'살림'이 설립되던 지난 2002년만해도 성매매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했었습니다. 지금은 굳이 이들의 인권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여성 인권에 대해 인식이 변화하고 발전했다는 증거죠. 인식의 변화는 이처럼 삶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정 이사는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진출할 수 있도록 포문을 여는 것이 ‘정치길’에 오른 가장 큰 이유라 설명했다. 사진=윤나리 기자
정경숙 이사는 여성 인권을 위해 18여년간 ‘길’과 ‘길’을 연결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겪어왔다. 맨몸으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편견과 부조리와 맞서 싸워야 했고, ‘차이’를 넘어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눈코뜰 새 없이 앞만 보며 달렸다.

한때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계 내에서는 ‘부산지역 2명의 여성활동가를 조심해야 하는데 그 중 한명이 정경숙’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어느새 그는 여성운동 현장에서 다양한 세대와 계층,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이라는 아이콘으로 꼽히게 됐다.

현재 살림의 이사로 활동 중인 그가 최근 그동안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정치'라는 험로를 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더불어민주당 시민활동가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정 이사는 “남성들이 정치하기 좋은 구조에서 ‘여성’의 관점에서 제대로 된 ‘젠더정책’을 만들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보고 싶었다”라며 “정치는 가치를 정책에 도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자 제대로 된 사회가치를 만들 수 있는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사는 변화의 시작으로 저출산 문제에 집중된 부산의 여성가족정책이 ‘젠더’ 관점을 반영한 정책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의 저출산 정책 중 ‘아이맘 플랜’의 경우 이름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엄마만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니니까요. 가족 전체가 함께 육아를 담당해야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필요합니다. 단어 하나를 고치더라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합니다.”

정 이사는 이어 “저출산 정책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면서 성폭력 등 다양한 여성의 문제가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서울시처럼 ‘젠더 전문반’이 구성돼 이들이 전문적인 정책을 생산해 내는 젠더포럼을 꼭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듣는 리더십’으로 시민중심 ‘정치길’ 열 것

정 이사에게 성공한 시민활동가로의 노하우를 물으니 그냥 ‘잘 듣는 것’이란다. 상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다보니 오히려 상대가 정 이사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는 경험을 수차례 겪었다고. 정치, 교육, 노동, 환경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현안에서의 연대활동에서 그의 ‘듣는 리더십’은 빛났다.

특히 지난 2015년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서포터즈’ 대표로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소녀상을 일본영사관 앞에 세웠을 때도, 2016년 국정농단 심판을 위한 ‘박근혜퇴진부산운동본부’의 공동대표로 촛불혁명의 중심에 섰을 때도 그의 리더십은 성공의 경험과 성장을 안겨주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주변에는 10대에서 70대까지 세대를 넘어선 활동가, 연구자 등이 넘쳐난다. 이처럼 유능한 또 다른 ‘정경숙들’의 정치진출의 포문을 여는 것이 그가 ‘정치길’에 오른 가장 큰 이유다.

정 이사는 “저를 밑거름으로 해서 제2, 제3의 정경숙을 꿈꾸는 다양한 세대의 똑똑한 여성 활동가들이 정치에 참여하도록 인티셔티브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기회는 평등해야 하고 결과는 공정해야 하고 과정은 정의로워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많은 부분 동감합니다. 최근 여성들의 용기있는 고백, ‘미투운동’ 역시 다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의로운 변화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남녀간 차이를 넘어 권력의 구조 속에서 우리 사회의 ‘불편’함을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불안’과 ‘불편’은 구분돼야 합니다. ‘불안’은 사람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지만 ‘불편’은 그 문제를 바로 잡으면 되는 것이니까요.”

끝으로 정 이사는 자기의 이익만을 쫓는 정치권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시민단체 활동은 한마디로 빼앗긴 권리를 다시 찾는 것입니다. 지난 대선 때 깨어난 시민들의 촛불혁명에서 엄청난 힘을 보았습니다. 자기이익을 추구하고 권력을 쫓는 정치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국민이 주인’임을 늘 마음에 새기며 '정치의 길'에 새롭게 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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