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박사, '특이점 정리' '블랙홀의 증발' '양자중력론' 등 현대물리학 흐름 바꿔

'루게릭병'을 앓는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사진=AP/세다스-시나이/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박창민 인턴기자] 아인슈타인 이후 가장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영국 시간) 별세했다. 향년 76세.

호킹 박사의 유족은 이날 오전 그가 영국 캠브리지의 자택에서 임종했다고 발표했다.

그의 자녀들은 성명을 통해 "사랑하는 아버지가 오늘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그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비범한 인물이었고 그의 업적과 유산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호킹 박사는 '특이점 정리' '블랙홀의 증발' '양자중력론' 등 현대물리학의 흐름을 바꿔놓는 혁명적인 이론을 잇따라 내놓으며 갈릴레이, 뉴턴, 아이슈타인 반열에 올랐다.

그는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나 1962년 옥스퍼드대학을 3년만에 졸업, 20세의 나이로 케임브리지대학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그는 조정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건강했지만 1963년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이른바 '루게릭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이후 그는 손가락 두 개를 제외하고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으나 그의 학문적 성과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직후부터 꽃을 피웠다.

그는 1965년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74년, 32세의 나이로 역사상 최연소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됐다.

이후 그는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케임브리지대 수학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이 대학 석좌교수는 1663년 아이작 뉴턴이 맡은 적이 있어 호킹 박사는 그 계보를 잇는 물리학자로 인식됐다.

호킹 박사가 1988년 출간한 대중 과학서 '시간의 역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40여개국에서 지금까지 1000만권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9월 방한을 앞두고 있던 호킹 박사. 그는 생전에 1990년과 2000년, 두번 방한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
호킹 박사는 1990년 처음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2000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코스모 2000'에도 참석했다. 그는 당시 청와대와 고등과학원, 서울대 등에서 강연을 펼쳤다.

그는 1965년 여대생 제인 와일드와 결혼해 2남1녀를 뒀으나 1995년 이혼하고 자신을 돌봐주던 간호사와 재혼했다.

최근까지 호킹 박사는 케임브리지대 응용수학·이론물리학 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슈퍼컴퓨터로 우주의 기원을 찾는 COSMOS 팀을 도왔다.

또한 호킹 박사는 사회문제 해결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지난해만해도 그는 존립이 위태로운 자선 버스 서비스를 유지하는 지역 캠페인에 참여했고, 12월에는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의 민영화를 막기 위해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을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압박했다.

1963년 호킹 박사의 '루게릭병'을 진단한 의료진은 그가 몇 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올해 1월8일 76세 생일을 맞으며 '55년간 시한부 인생'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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