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터널증후군·장거리운전후유증·화병 등 명절 불청객 방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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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50대 주부 이모씨는 명절만 되면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수많은 명절 음식을 혼자 도맡아 고군분투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껏 모이면 걱정을 빙자한 불필요한 '오지랖'과 훈수로 속을 긁는 일부 식구들 때문이다. 이씨는 명절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고 울그락불그락 화를 참을 수 없는 감정에 시달린다고 토로한다.

#서울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신모씨도 '명절증후군'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족들과 함께 지방의 본가에 내려갈 때 운전기사를 자처할 수밖에 없어 명절마저 편히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장시간의 노동으로 가뜩이나 허리가 좋지 않은데,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운전을 할 것을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온다.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 간의 설 연휴와 관련해 다양한 명절 증후군을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명절이 끝나고 난 후 차례상을 위한 음식 장만 등 가사노동과 귀경·귀성길 장거리 운전 등으로 인한 육체적 통증이 쉽게 발생할 수 있기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취업과 결혼 등에 대한 친지들의 지나친 관심과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 가족 간 불화로 우울증과 화병 등이 도진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명절이 끝나고 병원을 찾는 발걸음이 크게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설 연휴 병원 이용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 설 연휴(1월27∼29일) 사흘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총 64만명으로 집계됐다. 연휴 기간 일별 환자 수는 설 전날이 34만545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설 다음 날이 18만1051명, 설 당일이 11만2688명 순이었다.

이 중 지난 설 연휴에 방광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268명으로 집계됐다. 여자가 4787명, 남자가 481명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30∼40대 여자 방광염 환자가 전체 방광염 환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상시와 비교해 약 20% 치솟은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30대 여성이 전체 방광염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상시 13.2%에서 설 연휴 15.9%로, 40대는 19.5%에서 22.6%로 증가했다. 심평원은 주부들이 명절 준비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커져 면역력이 하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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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염을 비롯해 소화불량, 손목터널증후군 등도 대표적인 명절증후군으로 꼽힌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16만7000여명이며 이 중 여성이 12만9000여명에 달했다. 특히 50대 여성은 5만 6000여명으로 34%를 차지했으며 뒤이어 40대 여성(15%), 60대 여성(14%) 순으로 조사됐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명절 음식을 마련하고 청소, 설거지 등 가사노동으로 쉴새 없이 손목을 사용해야 하는 주부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목터널증후군을 방지하려면 반복적인 손목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좋다. 불가피하게 계속 손목을 움직여야 한다면 최소한 1시간에 10~15분 정도는 휴식을 취하고 맨손체조, 스트레칭을 해야 완화된다. 취침 전에 온찜질과 마사지를 정성들여 해주는 것도 좋다.

무릎 관절의 건강 또한 명절에 더욱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퇴행성 변화에 접어든 중년 여성의 신체가 음식을 장만할 때 쪼그려 앉은 자세로 오래 있으면, 연골과 물렁뼈에 가해지는 압력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연골 사이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관절액을 막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연골이 닳아 없어져 관절 주변에 새로운 뼈가 만들어지며 관절에 변형이 생기는 골관절염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해림 교수는 "증상이 심해지면 휴식을 하거나 보조기로 고정, 온열 찜질 등을 하는 것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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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운전으로 인한 목과 허리, 무릎 건강도 신경 써야 한다. 스웨덴 의사 나켐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은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40% 가량 증가한다. 긴 시간 운전으로 디스크가 압박을 받으면 염증이 생길 수 있고, 요통이나 경추통으로 발생할 수 있다. 교통 정체로 브레이크와 엑셀 페달을 반복적으로 밟았다 떼면 무릎과 발목에도 무리가 가해질 수 있다.

이같은 장거리 운전 후유증을 막기 위해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휴식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수시로 가슴을 펴주거나 팔을 뻗어 요통을 예방해야 한다.

아울러 두통과 어지러움 등 정형화돼있지 않은 증상이 나타나는 이른바 '명절 화병'도 온 가족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를 켜는 주범이다. 학교와 직장 등을 나가지 않는 연휴 기간에 오히려 가까운 가족 간에 상처를 주고 받으며 속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올라 울화병이라고도 불리는 '화병'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트레스가 많거나 화를 제대로 풀지 못할 때 답답함과 무기력, 가슴 두근거림 등 화병 증상이 나타나며,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클 때 음악 감상, 복식 호흡, 스트레칭 등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따듯한 배려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증후군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가족 간에도 서로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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