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이어 연극계에도 미투 운동 확산…'나도 당했다'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연출가, 다른 성추행 의혹도 불거져 나와

이윤택 연출가.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허단비 인턴기자] 연극계의 대표적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이윤택(66)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과거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연희단거리패 측은 14일 "이윤택 연출가가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근신하겠다고 했다”며 "일단 3월 1일에 공연 예정된 노숙의 시 공연부터 연출을 모두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연출가의 이런 결정은 지난 14일 새벽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10여 년 전 지방 공연 당시 겪었던 성추행 사실 폭로에 따른 것이다.

연극계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운동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페이스북 글에 실명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이 연출가가 가해자로 거론되며 논란이 커지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김 대표는 앞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여관방을 배정받고 후배들과 같이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밤이었다. 내가 받았고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 왜 부르는지 단박에 알았다. 안마하러 오라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김 대표는 “그는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 그게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안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적었다.

김 대표는 이후 이 연출가가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요구했고 '더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를 마주치게 될 때마다 나는 도망 다녔다. 무섭고 끔찍했다. 그가 연극계 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무섭고 끔찍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이 연출가는 국내 대형 극단에서 작업할 당시 극단 직원을 성추행해 해당 극단이 이 연출가의 작품을 공연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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