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2명 피의자 소환·내주 전공의 소환·주치의 재소환 통보

건보 허위청구 의혹·병원장 비대위 선임으로 비난 여론 이어져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사상 초유의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이대목동병원을 둘러싼 논란들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지난달 16일 오후 9시31분부터 10시53분까지 불과 1시간20여분만에 신생아 4명이 연달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생아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시트로박터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번 사건의 수사에 나선 가운데, 유가족들을 향한 무성의한 대응을 비롯해 신생아 사인이 병원 내 감염인 '인재(人災)'로 밝혀지면서 병원 측은 거센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가 보류되고 주요 경영진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한 달 여동안 숨 돌릴 틈 없는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에 병원가 안팎에서는 1887년 설립된 여성 전문병원 보구여관을 모태로 한 이대목동병원이,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16일 오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주치의 조수신 교수가 서울지방경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간호사 2명 피의자로 소환…주치의 재소환 통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소속 간호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이 간호사들은 신생아들이 숨지기 전날인 지난달 15일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지질영양 주사제를 주사해 신생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가 있다

경찰은 이날 소환되는 간호사들이 지질영양 주사제를 개봉해 환아들 중심정맥관에 연결하는 과정에서 균 오염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오는 20일에는 수간호사를 조사할 방침이며 다음주에는 전공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경찰에 소환됐지만 건강 문제를 이유로 1시간 만에 귀가한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주치의)인 조수진 교수에게도 다음주 재소환을 통보했다.

경찰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이 질병관리본부·대한감염학회에서 제작한 '감염예방 표준지침'의 '환자 1명당 주사제 1병 사용 원칙'을 어긴 사실도 조사하고 있다. 감염 지침에 따르면 '1인 1병 원칙'에 따라 주사제 1병은 환아 1명에게만 주사해야 한다.

그러나 이 병원은 지질영양 주사제 500㎖짜리 1병을 사망한 신생아 4명 등 총 5명에게 약 50㎖씩 나눠 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주사제 1병이 여러 환아에게 나눠 투여된 사실과 관련해 간호사들은 물론 전공의와 교수진에도 형사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에서는 병원 측이 건강보험공단에 환아 1명당 500㎖짜리 1병씩 맞힌 것으로 요양급여를 청구하려고 명세서를 준비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처럼 주사제 한 병을 환자 여러 명에게 나눠 맞히고 진료비를 부당청구했다는 의혹과 관련, 보건복지부도 이대목동병원의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이날부터 긴급 현지조사에 돌입한다. 복지부는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 여부 등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신생아 5명에 투여된 이 주사제는 아직 건보 급여가 청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해당 주사제 건이 아닌 과거 내역을 확인해 부당청구 여부를 파헤칠 예정이다.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정혜원 병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관계자들이 이 병원의 신생아 4명이 연달아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생아 유가족들 분노 어떻게 달래나

지난달 16일 전례 없는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이 일어난 이대목동병원은 사고 초기부터 유가족을 대하는 미흡한 소통 자세로 논란을 더욱 키웠다. 병원 측은 지난달 17일 사고 직후 기자브리핑을 열었는데, 이는 유족과는 전혀 상의 되지 않은 브리핑으로 확인됐다.

당시 브리핑 소식을 듣고 현장을 급하게 찾은 한 유족은 "병원에서 우선순위로 챙기는 대상이 언론사인지 유가족인지 묻고 싶다"며 "왜 유가족한테는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언론 브리핑을 하느냐"고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브리핑에서도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 외에 사망 추측 원인도 내놓지 못해 유족들의 분노는 물론, 관리부실 의혹에 더욱 불을 지폈다.

여기에 신생아들의 동시 다발적 사고가 발생한 후 약 14분 뒤인 지난달 16일 오후 11시7분께 경찰 신고를 했지만, 양천구 보건소에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2시간 가량 지난 지난달 17일 오전 1시께로 확인돼 '늑장대응'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숨진 미숙아들의 치료와 긴급 조처를 담당한 의료진이 1차 경찰 조사에서 "(신생아들이) 왜 숨졌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원 측이 사고 발생 후 하루가 지나도록 사망 원인을 갈피도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이후 지난 달 20일에는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된 병원 측과 신생아 유과족과의 면담은 30여분만에 파행으로 치달으며 병원 측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당시 면담에 의료진과 언론 브리핑을 담당한 김한수 홍보실장이 배석하지 않았고, 의료행위나 언론 브리핑과 관련 없는 고객지원실장과 고개만족실장 등 행정직원이 참석하는 등 진정성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해당 면담의 파행과 관련, 병원 측은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분을 인정했지만 관계 개선에는 여전히 차도가 없는 모양새다.

이대목동병원은 현재 심봉석 의료원장과 정혜원 병원장 등 주요 경영진 7명이 이번 사고의 책임을 통감하며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퇴 의사를 표명한 정 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것으로 알려지며 유가족들은 또 한 번 분노하고 있다. 다만 병원 측은 정 원장의 사표가 수리되기 전까지 이전 병원장으로서 임시 비대위원장을 대행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정 병원장의 비대위원장 선임과 관련,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태를 책임져야 할 병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정혜원 이대목동병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에서 사퇴하고 경영진, 의료진, 노동조합 3자가 참여하는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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