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시민 "초미세먼지로 기침과 함께 콧물 쏟았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안내스크린엔 '오늘 운영 중지'

대구서 온 관광객 "서울타워 전망대 관광 취소했어요"

서울역에서 본 대기상태.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박창민 인턴기자] "미세먼지 뉴스를 보고, 이번 겨울들어 처음으로 보건용 마스크를 샀어요."

올 들어 세 번째 '서울형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8일 출근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출입구로 걸어 나오는 시민들이 서둘러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쓰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가운데 세명중 한명꼴로 이미 두터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듯 했다. 한 시민은 아예 산업용 방진 마스크를 구입해 '먼지와의 전쟁'에 나선듯한 모습이다. 겹겹으로 보이는 마스크의 둔중함이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모양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버스를 기다리던 대학생 A씨는 "엄마가 마스크 챙겨가라 했는데, 그 말을 무시하고 나온 걸 후회한다"며 "거리에 있으니까 목이 계속 갑갑하고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1월 둘째 주부터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12일 기준 ㎥당 22.9㎍으로 '보통' 수준인 초미세먼지 농도는 1차 서울형 비상저감조치 발령이 발표된 14일엔 52.6㎍으로 '나쁨' 수준으로 대기질이 악화됐다.

2차 비상저감조치 발령이 발표된 16일에는 86.9㎍으로 더욱 상승해 17일 오전 8시 기준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85㎍을 기록했다. 연일 최악의 대기질 기록을 경신하는 듯 싶다.

지하철 출입구로 걸어나오던 회사원 B씨는 "미세먼지가 심할 거라는 뉴스를 보고,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마스크를 샀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출근길 발길을 재촉하던 C씨는 “집에서 나오자마자 기침과 함께 콧물을 쏟았다. 휴대폰으로 살펴 본 초미세먼지 농도가 무려 124㎍이었다. 오늘 집사람이 자동차 도로주행 연수하고 26개월짜리 아들도 어린이집에 간다고 들었는데 걱정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에서 가족들과 서울여행을 왔다는 50대 D씨는 "서울타워 전망대에 가서 서울전경을 보려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미세먼지로 시야 확보가 안된다고 한다"며 "가족들과 상의해 오늘 행선지를 바꿀 계획인데 모처럼만의 가족여행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혀를 끌끌 찼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안내스크린 사진=박창민 인턴기자

시청역 근처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안내스크린엔 '서울형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돼 오늘 운영을 중지한다'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17일에는 서울시청 기후환경본부 소속 직원들이 시청 앞 사거리에서 커다란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현수막을 들고 있던 한 공무원은 "광화문과 시청 앞 2곳에서,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홍보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시청 공무원들이 17일 시청 앞에서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대중교통 이용권장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박창민 인턴기자

서울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출·퇴근 서울 대중교통 무료 △시민 참여형 차량 2부제 실시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 △공공사업장-공사장 조업 단축 등을 실시한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으로 규정해 시민건강을 보호하겠다는게 취지다.

거리에서 마주친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다수가 평소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40대 회사원 E씨는 "평소보다 지하철 안이 붐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평소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이라도 오늘 하루 대중교통이 무료라는 이유로 굳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가용과 대중교통을 번갈아 이용하는 30대 회사원 F씨는 "아침에 일어날 때 평소보다 피곤하면, 자가용을 타고 출근을 한다"며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뉴스를 듣고, 오늘은 지하철을 타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17일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미세먼지 농도. 사진=네이버 캡쳐

서울시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절반이 중국발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감축 노력을 기울여도 별반 효과없다는 회의론과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는 긍정론이 맞서는 형국이다.

서울시는 여론동향에 매우 민감한듯 했다. 서울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미세먼지의 환경오염 위해성과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석탄발전소, 디젤 차량, 타이어 마모 등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킨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대책이 처음 발동한 15일엔 48억원 가량 예산이 사용됐다"면서 "조치를 취했지만 대중교통 이용자가 크게 늘지 않았고 미세먼지의 대부분이 중국발이기 때문에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서울시가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시민들에게 서울시의 조치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알렸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처음 발동된 15일 대중교통이용률은 평소보다 1.8% 감소됐고 서울시가 부담한 예산은 48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17일 대중교통이용률은 1.71%로 교통량 감소 효과가 15일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상청은 18일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충청과 전북 지역에는 산발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미세먼지 농도는 모든 권역에서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보이며 일시적으로 '매우 나쁨' 수준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외출시 보건용 마스크와 손씻기 등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먼지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먼지 보다 더욱 미세하고 세밀한 전략으로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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