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장기간 여객선 중단 이례적…육지나간 100여명 못 돌아오고, 섬주민 아파도 참고

[가거2구 박재원 이장 제공=연합뉴스]
전남에 풍랑과 폭설 특보가 발효되면서 4∼5일씩 여객선 등 선박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겨울철에는 이례적으로 바닷길이 끊기면서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섬에 갇힌 주민들은 폭설이 멈추고 거센 파도가 잔잔해져 여객선이 먼바다에서 뱃고동을 울리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남서쪽 82㎞에 있는 국토 최서남단 섬 가거도는 지난 9일부터 여객선 운항이 중단됐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에 10㎝가량 폭설까지 겹치면서 하루 1번 섬으로 오는 목포 왕복 여객선 운항이 통제돼 500여명 섬마을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영하권 추위에 계곡 물까지 얼어 미리 받아 놓은 물을 조금씩 녹여 목을 축이고 있다.

음식이 떨어져 쌀밥에 김치를 얹어 하루 끼니를 겨우 때운다.

특히 주민 70%가량이 노인인 섬에서는 몸이 아픈데 육지 병원에 갈 수 없는 노인들이 가장 큰 문제다.

다행히 이번 통제 기간 응급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지병 탓에 정기적으로 육지 병원을 찾아야 하는 어르신들이 몸져누웠다.

가거도는 육지에서의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다니는 여객선 크기도 300t가량을 작은 편에 속해 풍랑주의보가 해제돼도 이번 주 토요일까지는 배편이 끊길 것으로 예상된다.

가거2구 박재원(53) 이장은 "가거도로 오는 직항 여객선이 없어 2시간여 거리를 6개 섬을 거쳐 4∼5시간 걸려 오가야 해 더욱 육지로 가는 길이 멀다"며 "이 같은 일이 해마다 반복되나 직항로 개선과 큰 여객선 도입이 어려워 섬마을 주민들은 숙명처럼 여기며 살고 있다"고 한탄했다.

신안 흑산도는 지난 8일부터 5일째 하루 4편 오가는 여객선이 끊겼다.

섬 지역은 바람이 많이 불어 여간해서는 내리는 눈이 쌓이지 않지만, 이번 폭설은 섬에 3.5㎝의 눈을 쌓았다.

주민들은 배편이 끊겨 떨어진 부족한 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버티고 있다.

섬 내부를 오가는 버스 운행도 모두 끊겨 섬 내부 생활도 녹록지 않다.

특히 태풍이 오지 않고는 겨울철 배편이 장기간 끊길 일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장기간 결항에 3천800여명 섬 주민 중 여객선이 끊기기 전 육지로 나간 100여명의 주민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목포 등지 친인척집과 숙박업소를 돌며 팔자에 없는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생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

흑산도의 특산물인 홍어잡이는 최근 오랜만에 풍어를 맞았는데,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조업을 나가지 못하면서 만선의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날 낮 바다에 발효된 풍랑주의보가 대부분 해제되면서 오후부터는 여객선 운항이 재개되는 것은 그나마 희소식이다.

오후에 닷새 만에 들어오는 여객선에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주민과 식료품이 잔뜩 실려 있기를 섬마을 주민들은 기다린다.

이번 풍랑과 폭설로 전남 목포권 21항로 31척, 완도권 13항로 19척, 여수권 4항로 4척 등 목포∼제주 구간을 제외한 여객선 대부분이 풍랑과 폭설로 인해 운항을 멈췄다.

흑산도 김근성 면장은 "장기간 이어진 바닷길 통제로 섬 주민들이 고생하고 있지만, 서로 부족한 것은 도우며 나눔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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