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온기통 ' 가동…"한파에도 마음 따듯해져"

"밤에는 너무 깜깜해 들어가기 부담스러워" 지적도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온기통' 사진=서울 중구 제공.
[데일리한국 박창민 인턴기자] "이걸 볼 때면, 구청에서 주민들을 생각해주는구나 싶어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영하 8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며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10일 새벽, 서울 중구 을지로 사거리는 조금만 걸어도 귀가 떨어질 듯 차가운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기록적인 한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잠시라도 추위를 덜 수 있도록 서울시 일부 자치구는 추위대피소를 설치했다.

추위대피소는 각 자치구의 개성이 담긴 이름이 붙여졌다. 중구의 '온기통', 서초구의 '서리풀 이글루', 관악구는 '동장군 대피소'등 이름과 형태가 각양각색이다.

이날 오전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 설치된 '온기통(중구 추위대피소)'에서 만난 한 시민은 "자치구에서 주민들을 생각해주구나 싶어 마음이 훈훈해진다"고 말했다. 온기통에 들어와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줄 뿐 아니라 실제 온기통 안은 실외보다 체감적으로는 훨씬 따뜻했다. 온기통의 실내온도와 실외온도를 온도계로 측정해보니 실외온도(영하 7도)보다 실내온도(영하 5도)가 2도 정도의 차이가 났다.

서울시 여러 자치구에서 설치한 '추위대피소'는 각 구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버스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잠시라도 추위를 녹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중구에 설치된 '온기통'은 4.5㎡(1.3평) 크기에 높이는 2.8m인 비닐 천막이다. 천막 색깔은 시각적으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빨강색이며, 다가오는 버스를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제작됐다.

서초구의 '서리풀 이글루' 사진=서초구 제공.
설치장소는 중구 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가운데, 버스정류장 승차인원·보도폭 등을 고려해 16곳이 선정됐다. 명동, 남대문시당, 롯데백화점 앞,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약수역 등의 온기통에서 추위를 녹일 수 있다.

중구청에 따르면, 설치된 장소 한 곳당 하루 평균 1000여명이 이용한다.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모이는 롯데백화점 앞은 매일 6만7000여명이 버스를 기다린다.

중구청 관계자는 "명동역 근처 공항버스 정류장에도 온기통을 설치해 명동을 찾은 외국인관광객들도 추위를 녹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추위가 가시는 3월 중순까지 '온기통'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찾아간 롯데백화점 앞에서 '온기통' 이용자들을 취재하면서 개선점 또한 눈에 띄었다. 온기통의 출입문이 비닐이다 보니 비닐출입문이 강한 바람에 흩날려 보온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웠다. 출입문 역할을 하는 비닐 부분에 자석을 넣어 바람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게 하거나, 미닫이문을 설치한다면 방한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초구의 '서리풀 이글루'는 미닫이문 형태로 제작됐다.

10일 오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 설치된 '온기통' 앞. 사진=박창민 인턴기자
시민들의 추위를 덜어주기 위해 대피소가 설치됐음에도 불구, 그리 높지 않은 이용률도 아쉬움을 낳았다. 온기통 밖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50대 여성 김모씨는 "오래 기다릴 때는 안에 들어가 있지만, 잠깐 기다릴 때는 천막 안에 있다가 버스가 그냥 지나갈 것 같아 밖에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밤 시간에 온기통 이용을 꺼려진다는 반응도 있었다.

중구에 거주하는 한 40대 여성은 "어두울 때는 천막 안에 불빛이 없어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들어가기 꺼려진다"며 "밤 시간에 천막 안에 남자 1명이 있으면, 무서운 생각도 들어 그냥 밖에 서 있는 편"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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