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내년 동물의약품 재평가에 반영하겠다" 인정

독성보건학회, "안전성 논란있으면 '금지'가 원칙,모니터링 강화"

양돈업계, "논란 계기로 자정 노력, 안전한 축산물 생산 계기 만들 것"

성장촉진제 '락토파민'로 사육한 축산물의 안정성 검사가 매우 허술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은 측산물을 검수하는 모습.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수입산 육류에서 검출된 성장촉진제 ‘락토파민’이 한 해 최소 17만두 이상의 국내산 돼지고기 사육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는 물론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축산물 안전성 관리를 둘러싸고 정부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관련기사 : 본지 5일자 ‘논란 부른 성장촉진제 락토파민 국내산 돼지 사육에 사용…한해 최소 17만두’>

정부가 락토파민 검사결과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출하하는 돼지고기 양에 비해 검사 량이 지극히 적은 데다, 매년 계획한대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안전하다고 하는 최대 허용치를 산출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충분한 상태가 아니어서 충분히 모니터링을 해야 하나, 현재는 기준치 이하로 검출될 경우 아예 통계조차 잡고 있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데일리한국 보도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락토파민 검사 현황을 검사 실시기관인 지자체에 지난 7일까지 파악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동안 농림부가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처해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 마저 불거지고 있다.

검사시료 샘플 조사, 과학성 결여해

12일 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검역본부·지자체에 따르면, 국내 축산물 안전성 검사는 크게 4개 기관을 거친다. 먼저 매년 농식품부는 생산단계 ‘축산물 잔류물질 검사 계획’을 만들어 식약처와 각 지자체에 이를 통보한다.

식약처는 생산에서 유통단계 검사계획을 취합해 관계기관에 통보한다. 각 지자체는 이 계획을 통보받아 동물 위생시험소를 통해 잔류 물질을 검사하며, 이를 검역본부에 보고한다. 검역본부는 자료를 취합해 식약처와 농식품부에 보고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제2015-59호)에 따르면, 이러한 검사결과는 매년 검역본부 홈페이지에 게시토록 돼 있다.

먼저 안전성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지적 사항은 락토파민 검출 확률이 높은 부위가 정작 검사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검역본부에 올라와 있는 ‘식육잔류물질 검사결과 보고’에 따르면, 검사 시료는 소와 돼지의 근육과 간장에 한정돼 있다. 지방과 신장은 빠져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의 경우 위가 4개이기 때문에 위에서, 돼지의 경우는 락토파민이 수용성 약품이어서 신장을 통해 배출되므로 신장에서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수입산 쇠고기의 경우, 대부분 위에서 락토파민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돈 관련 한 전문 수의사는 “돼지의 경우 안 먹는 부위가 없는데 특히 지방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고, 신장이나 오줌보(방광) 등이 시료 검사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검사하는 숫자가 도축 숫자에 비해 매우 적고 임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통계학적 의미를 부여해 검사 계획을 세웠다 해도 실제 매년 계획보다 훨씬 적게 실시되고 있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모집단(도축되는 돼지)과 표본(검사)을 살펴보면 과학적으로도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7 생산단계 축산물 잔류물질 검사 계획’에 따르면, 락토파민은 현재 질파테롤, 클렌브테롤과 함께 기타약물 3(3종)에 속해 검사되고 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2017 생산단계 축산물 잔류물질 검사 계획’에 따르면, 락토파민은 현재 질파테롤, 클렌브테롤과 함께 기타약물 3(3종)에 속해 검사되고 있다. 클렌브테롤은 법적으로 금지약물이다.

기타약물 3종 검사 수에는 양고기, 말고기, 닭고기에 잔류돼 있을 우려가 높은 클렌브테롤 검사도 들어있다.

최근 3년간 이들 품목의 시료 정밀 검사수를 살펴보면, 2014년에는 기타약물 3종외에 4종(아자페론, 카라졸롤), 6종(페닐부타존, 플루닉신)을 함께 검사했다.

이런 탓에 그해 계획건수는 총 1240건으로 이 가운데 약 2/3에 해당하는 868건이 실시됐다.

락토파민이 들어 있는 기타 약물 3종만을 따로 조사한 2015년에는 총 460건 계획에 281건만이 검사됐다. 지난해에는 총 480건 계획에 333건만 검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확인안돼, 기준치 이내도 모니터링 해야

최근 데일리한국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직접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소와 돼지에 대한 검사는 2015년 271건, 2016년 319건, 올해는 30건(현재 취합중)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만을 검사한 숫자는 2015년 150건, 2016년 179건, 2017년 15건이었다.

단순히 기준치 이상 검출된 시료가 없었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가안전성 조사관리체계도
중앙정부가 검사 계획을 내려 보냈더라도 현장 상황에 따라 변수가 생겨 자주 바뀔 수 있다는 지자체 관계자의 전언은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안전성을 인정하기에는 검사 자체가 과학적(통계적)으로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얘기다.

광역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항생제나 항균제 등 축산물에서 많이 검출되는 영역이나 살충제 계란처럼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생기면 그곳에 검사가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락토파민에 대한 사용 정보가 그동안 없어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락토파민을 사용하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사육 두수에 비례해 국내에서도 일부 검출돼야 정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김현권의원실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돼지고기의 45%, 쇠고기의 30%가량이 락토파민을 먹인 소돼지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며 “도축후 마켓에 납품된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20%가량에서 락토파민이 검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락토파민 사육 돼지가 한해 최소 17만두가 넘는 상황에서 정량대로 식이를 했다면, 기준치 이내라도 최소 검사 수에서 20건 이상은 발생해야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락토파민의 돼지 소 안전 기준치 산출에 있어 충분한 데이터가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기준치 안에서도 모니터링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독성보건학회장인 임종한 인하대 교수는 “락토파민은 심장 쪽에 작용했을 때는 심박동수 증가, 혈압 증가 효과 등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아이들에 관련해서는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유전독성에 대한 양성반응을 나타냈기 때문에 DNA에 영향을 주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성 논란이 있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 원칙인데, 시행하고 있으므로 모니터링을 강화해 기준치를 초과하면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며 “기준치 안에서도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내년도의 동물의약품 재평가가 이미 결정돼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문가들과 각계 리뷰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협의 중이지만, 각종 정보를 모아서 (락토파민)에 대한 재평가를 하겠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한편, 락토파민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자 양돈 업계는 이번 기회에 자정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해당 업체인 페이린20 수입사인 한국엘랑코동물약품(주)는 본사 ‘Elanco Animal Health’ 의 공식 입장을 본지에 보내와 반박에 나서는 등 당분간 락토파민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한국 보도 이후 “그동안 락토파민은 업계의 해묵은 골칫거리였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입산 축산물을 막고 국산을 장려하는 데도 도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해묵은 문제, 자정노력 계기 삼을 것"

페이린20 생산업체인 ‘Elanco Animal Health’는 데일리한국에 보낸 서면 입장문을 통해 “16 년 이상 동안 6억 마리 이상의 돼지에게 락토파민을 사용해 오면서, 300 편 이상의 연구에서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했고, 그 중 많은 육질 평가 자료를 통해 돈육의 품질에 어떤 해로운 영향도 주지 않음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락토파민을 수입하는 한국엘랑코동물(주)가 다른 제품과 다르게 자신들의 제품은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과학적 자료와 함께 보내왔다.
엘랑코 측은 이어 성장호르몬제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에 대해 “락토파민은 분자량이 작은 합성 유기 화합물로 항생물질이나 스테로이드 호르몬, 유전자조작물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엘랑코는 세계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락토파민을 금지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관련 법규 또는 규제 조치가 아직 수정되지 않은 일부 나라에서 여전히 모든 락토라민의 핵심물질인 ‘베타 아고니스트(beta agonist)’ 제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엘랑코의 페이린 20은 문제가 있는 클렌브테놀의 베타 아고니스트류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엘랑코는 또 “해당 국가의 사회적인 관습이나 기술적 발전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그 이유 중에 하나”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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