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 21곳…청주가 10곳으로 가장 많아

충주 봉방동에서 발생한 화재. [충주소방서 제공 = 연합뉴스 자료사진]
휴일 저녁이었던 지난 11일 오후 8시 58분께 충주소방서로 긴급 출동 지령이 내려졌다.

"원룸 주변에 불길이 치솟고 있어요, 빨리 와 주세요!"

정신없이 소리치던 신고자가 일러준 화재 장소는 가정집이 밀집한 봉방동의 한 주택가에 자리를 잡은 포장업체였다.

장비를 챙기고 소방서를 나선 20여명의 소방대원이 14대의 화재 진압 차를 타고 현장에 불과 5분여 만에 도착했다.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불길은 주변 주택을 집어삼킬 듯 화염과 유독가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검은 가스와 치솟는 불길은 주민들을 순식간에 공포로 몰아넣었다.

화마가 순식간에 옆 건물까지 번지자 인근 지역 주민 70여명이 대피까지 할 정도로 상황은 급박했다.

위기의 순간, 진화작업에 나서려는 소방대원들을 애먹인 것은 화마가 아니었다.

소방대원들을 가로막은 건 골목길과 주택가 이면도로에 주차된 승용차들이었다.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출동한 대형 소방차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자리를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가까스로 중형소방펌프차 4대가 좁은 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진화작업을 벌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비좁은 공간 탓에 소방대원들이 차량 사이 사이에 낀 채로 작업을 벌여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소방대원들은 일단 골목길에 주차된 차들을 빼기로 결정, 차주들을 불러냈다.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나온 차주들은 화재현장 밖으로 모두 차를 뺐다.

승용차 1대는 심하게 훼손된 나머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소방대원들이 힘을 모아 마지막으로 남은 차량 1대를 밀어내고서야 화재진화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됐다.

주차된 차를 빼는 데만 20분 정도가 소요됐다고 소방관계자는 전했다.

충주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난 업체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많아 애를 먹은 것도 있지만 비좁은 골목길과 주차된 차량을 빼내느라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화재는 발생한 지 6시간만인 지난 12일 오전 3시 30분께 정리가 마무리됐다.

이처럼 긴급한 상황에서 현장 소방관들의 속을 태우는 건 타오르는 화염이 아니라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비좁은 주택가 골목길이나 빽빽하게 들어선 주차 차량이다.

충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도내에는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지역이 21곳에 달한다. 그중 청주가 10곳으로 가장 많았다. 증평 5곳, 영동 4곳, 충주·제천 각 1곳으로 길이로 따지면 5.3㎞에 달한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은 중형펌프차가 들어가는 최소 도로 폭인 2.5m 이하 구간이거나 상습 주정차, 급경사 구간 등이다.

소방차의 진입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지역은 전국적으로도 1천469곳이나 된다.

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진화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부족한 주차공간 탓에 골목 이곳저곳 불법 주차된 차량이나 비좁은 골목길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이 많다"고 강조했다.

도소방본부는 겨울철 난방기기 사용 급증으로 화재 위험이 커지면서 지난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4개월간 도내 217곳을 대형 화재 취약대상으로 지정, 겨울철 소방안전 대책을 시행 중이다. (충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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