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직원들, ‘주·정차 위반’ 단속에도 아랑곳 없이 매일 수십대 주차

평창군청, “통행지체 안전위협 민원 쇄도”…일부 주민, "또 다른 '갑질'"

"조직위, 올림픽 운영 능력있나" 비판 제기 속 조직위-현지주민간 갈등

[평창(강원도)=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수개월째 직원들의 불법 주·정차 문제로 지역사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처음에는 조직위 일부 직원들의 일탈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단순 민원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태는 “그렇게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시골 사람이라서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감정적 문제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일부 주민들은 “일반 가정도 집을 지을 때 주차장을 고려하고 법적 허가도 받아야 한다”며 “천 명 이상이 일하는 조직위 직원들의 주차공간도 예상 못하고 사무실을 마련하는 수준이라면, 올림픽은 도대체 어떤 능력으로 치를지 모르겠다”고 조직위 능력에 냉소를 보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해당지역 대관령면 주민들의 민원제기와 평창군청의 주·정차위반 대거 단속, 이에 대한 조직위 직원들의 불만 등이 맞물리면서 자칫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필수 조건인 조직위와 지역 사회 간의 팀워크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3일 평창올림픽 조직위와 대관령면 주민, 평창군과 평창경찰서 등에 따르면,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로 108-25 소재 ‘2018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 앞 올림픽로이다.

문제 시발점은 조직위 직원들이 옛 대관령 중학교 부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다가 공사를 이유로 지난 봄부터 문제가 된 도로에 차량을 주·정차한 이후부터다. 조직위 직원들은 본부 사무실 앞 도로 양방향을 점거하다시피 차를 주·정차했다.

가뜩이나 올림픽 시설 공사로 인해 큰 불편을 참고 있던 주민들은 이 도로가 심하게 막히고, 안전상 위험에 노출되자 관련 기관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주차장에서 있던 공사가 끝났지만, 주·정차 차량은 줄지 않았다.

이 지역 대관령면에 사는 김 모 씨(53)는 “낮에는 물론 밤까지 주차한 차량 때문에 사고 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특히 지난 봄이나 여름철에는 농사 차량들이 외부 여행객들 차량과 섞이면서 지체가 더 심각했다. 면이나 군청에 계속해 민원을 넣고, 조직위에 항의전화를 했지만 꿈쩍도 안했다”고 분개했다.

평창군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조직위 분들도 행사가 끝나면 떠날 손님으로, 처음에는 그 분 입장에서 어려운 부분을 주민들에게 양해 요청하고, 신호등도 달았다”며 “하지만 ‘사고 나면 책임질 것이냐’는 주민들 민원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져 직접 조직위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민 민원이 폭증하자 해당 관공서인 평창군청과 평창경찰서는 조직위에 협조공문을 보내고 관련 부서를 찾아가 협조 요청을 하는 한편, 매일 방송으로 현장 계도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효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조직위와 주민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군청과 평창경찰서측은 “왜 가만있느냐”는 주민들의 잇단 항의와 “(주차장 협소의)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해 달라”는 조직위의 양해 부탁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듯 했다.

결국 평창경찰서는 지난 9월말, 경찰서 주재로 이 내용을 안건으로 하는 교통안전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만장일치로 조직위 직원들이 상습적으로 주정차하고 있던 ‘대관령 119 안전센터’에서 부터 송천교 가기전 ‘횡계식당’까지의 도로 양방향 구간을 ‘전면 주·정차 정지구간’으로 지정했다. 다시 말해 법을 근거로 내세우며 주·정차 금지를 밀어붙인 셈이다.

심의위원회는 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장을 의장으로 교통관리계장이 간사를 맡으며, 군청 교통계장, 강릉 국토관리사무소 관리계장, 군번영회 추천, 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평창군에서는 심의위원회에서 고시가 통과되자, 지난 10월 16일 이곳에 대한 주·정차금지 구간 지정을 공지하고 일주일간 계도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조직위 직원들의 위반 사례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 주·정차 금지 현수막 아래 주·정차를 하는 차량도 매일 수십대 적발됐다.

지역주민 박 모 씨(43)는 “우회 도로가 생기면서 주민들 이용이 줄어 상황이 나아졌지만, 주차장인 옛 대관령 중학교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5분 가면 되는데 직원들이 습관적으로 도로에 차를 주차하는 것은 이해할 수없다”며 “얼마나 돈이 많고 높은 분들인지 모르겠지만, 주·정차 위반 단속 구간 현수막이 붙어 있는 곳에 지금도 당당히 주차해 있는 것을 보면 대단한 배짱”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주민 백용근 씨 (52)는 “주·정차 위반 구역은 아니지만, 오늘도 조직위 사무실 진입 신호등 횡단보도에도 조직위 직원들이 차를 세워, 도로 진입을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며 “중앙에서 오신 분들답게 좀 매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대관령면 이장협의회 이배연 회장(횡계1리 이장)은 “주민들이 직접 면이나 군, 조직위에 민원을 넣고 협의회 차원에서도 아주 많이 민원을 넣었다"면서 "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하고,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아 주민들이 참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조직위가 인근 부지를 임대해 임시 주차장을 쓰면 되는 것을 예산 등을 이유로 법규 위반까지 하면서 주민들에게 불편을 양해해 달라고 하는 것은 국가 조직 답지 않다”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평창군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이 구간에서 주·정차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만도 9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평균 30건 이상의 이른 바 ‘범칙금 딱지’가 매일 발부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발송된 범칙금 안내장은 이번 주 초 위반자 각 가정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 려졌다.

평창군 관계자는 “안내장이 도착하면 조직위 해당 직원들의 또 다른 민원에 시달릴 것 같다”고 난감해 하면서도, “그러나 원칙을 훼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심각한 인식을 갖고 있던 반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다소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방문객들과 직원들의 단순 일탈 문제일뿐"이라며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위반 차량에는 조직위 방문 외부 차량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조직위 차원에서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계도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법규 위반한 직원들이 스스로의 잘못으로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타 지역에서 국가 일을 하러온 직원들이 대부분인데, 지역 주민들이 자꾸 주차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약간 섭섭한 일”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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