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뉴요커·WSJ·NYT 이어 NBC도 최근 방북

[MSNBC방송 홈페이지 캡처]
미국과 연일 '말의 전쟁'을 벌이며 무력 충돌 위기감을 높이는 북한이 뒤로는 미국의 유력 언론인들을 계속 초청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NBC뉴스의 데이비드 버디 수석부사장과 키어 시몬스 기자가 지난 17일 평양을 방문해 19일 귀국했다.

시몬스 기자는 이날(현지시간) 방영된 MSNBC의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 '모닝 조'와의 현장 연결에서 이 프로그램을 매일 시청하는 북한 관리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외신 기자들이 북한을 찾아 현장 취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한반도 위기 우려가 높아진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모양새여서 눈길을 끈다.

직전에는 세계적인 유력 매체인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와 이 신문 기자 3명이 북한 입국비자를 받아 최근 평양을 다녀온 뒤 지난 12일부터 관련 기사와 칼럼을 내보냈다.

역시 유력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조너선 청 서울지국장을 포함한 복수의 기자들이 지난달 14∼19일 평양을 다녀왔고, 미 주간지 뉴요커의 에반 오스노스 기자는 8월 중순 평양을 방문했다.

앞서 CNN 방송은 오토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인의 북한 여행이 금지된 올 여름 윌 리플리 특파원 등 3명으로 구성된 취재팀을 북한에 15일 동안 파견했다. 당시 취재를 바탕으로 지난달 '미지의 국가:북한 속으로'라는 제목의 특별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북-미 긴장이 지금처럼 고조되기 전이기는 하지만, 3월에도 데이비드 로즈 CBS뉴스 사장 일행이 방북해 외무성과 국가우주개발국 관계자 등을 면담한 일이 있다.

CBS뉴스를 제외하면 미 언론인들의 잇단 방북은 지난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9월 핵실험 등의 잇단 도발로 충돌 우려가 높아진 시점을 전후로 이뤄졌다. WSJ 기자단이 평양에 머무르던 지난달 15일에는 일본 상공을 넘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까지 했다.

특히 북한 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서로 군사력 사용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까지 불사하는 가운데 연이어 미 언론사를 초청한 데 어떤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먼저 미국과 직접 대화 채널이 거의 없다시피 한 북한으로서는 '예방 전쟁'까지 공개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언론을 통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NYT 칼럼니스트인 크리스토프는 북한을 다녀온 뒤 대북 제재와 전쟁 언급이 북한을 핵 포기로 이끌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위험한 오해에 기초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기고했다.

동시에 핵·미사일 개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언론에 분명히 확인시켜줌으로써 앞으로 열릴 수 있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호락호락 굽히고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을 수 있다.

북한이 역으로 미 언론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과 의도를 탐색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뉴요커의 오스노스 기자의 기사를 보면 북한의 관료는 미국의 전쟁 선포 권한과 핵공격 승인 절차, 트럼프 대통령과 장관들의 엇갈린 메시지 등을 궁금해하며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이해하려고 공화당과 끈이 닿는 전문가들과의 은밀한 접촉을 추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RFA는 가장 최근 평양을 찾은 NBC가 평창 동계올림픽 주관 방송사라는 사실을 부각하며 이번 방북과의 연관성이 있을지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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