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브랜드 가치 재평가·청년 취업 고정관념 깨기위한 새로운 도전

지방중소기업 후원 통해 뉴욕-LA 약 7000km 최장거리 자전거 횡단 시도

[부산=데일리한국 윤나리 기자]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 ‘지금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살자’던 청년 3인조 ‘가GOFAR’팀이 지난 9월 13일 겁도 없이 '90일 자전거 미 대륙 횡단'에 나섰다. 25살 동갑내기 친구사이인 김태원(동아대 국제무역학과), 정환영(부산가톨릭대 유통경영학과), 조성원(창원대 금융보험학과)씨가 함께 모여 결성한 ‘가GOFAR’팀은 취업이라는 높은 현실의 문턱앞에서 ‘꽤 괜찮은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계획했다.

‘가GOFAR’팀은 올 상반기부터 중소기업상품을 이용한 미국 최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다. 일명 ‘중소기업살리기 프로젝트’로 중소기업의 브랜드 가치 재평가와 동시에 청년 취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꿈을 재장전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미 대륙 자전거횡단 준비를 위해 이들이 지역 중소기업에 제안한 미 대륙 횡단기획서만 무려 100통이 넘었다. 후원업체 모색 결과 에이모션바이크, 번치피플, 덤스포츠, 플라시스템, 무스마 등 지역 중소기업 5곳이 후원 의사를 밝혀왔다. 이들 기업은 횡단에 필요한 자전거와 의류, 장비는 물론 소정의 후원비까지 지원하며 꿈많은 청춘들을 격려했다. 무모한 도전이라며 말렸던 주변 지인들도 하나둘 이들의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에 응원과 함께 재능 기부도 이어졌다.

데일리한국은 부산 청년 3인방, ‘가GOFAR’팀의 ‘꽤 괜찮은 꿈’을 찾기 위한 여정을 독자와 함께 응원하고자 ‘중소기업과 함께 떠난 90일간의 미 대륙 횡단기’를 게재하기로 했다. 이들은 뉴욕을 출발해 필라델피아, 리치먼드, 레스터빌, 오클라호마, 갤럽, 라스베가스를 거쳐 도착지인 로스앤젤레스까지 약 7000km를 자전거로 횡단해 오는 12월 11일 귀국할 예정이다.

25살 동갑내기 친구사이인 3명의 청년들로 구성된 '가GOFAR’팀이 지난 9월 13일 겁도 없이 90일 자전거 미 대륙 횡단에 나섰다. 사진=가GOFAR 제공

◇미국 횡단, 꿈의 첫 발을 내딛다 #30일간의 ‘가GOFAR’ 기록

도착한지 하루만에 한국에서 현금후원을 해주기로 한 기업의 연락 두절돼 이틀간의 뉴욕 일정을 하루로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다음날 뉴욕퀸즈에서 첫 자전거라이딩을 시작했다. 사진= 가GOFAR 제공
여행비를 아끼기 위해 중국 경유 노선에 몸을 싣고 미국 뉴욕에 도착한 첫날, 이미 그곳은 밤늦은 시간이었다. 숙소로 가는 길 한인 한 분이 개인차량으로 일정 금액을 받고 이동해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흔쾌히 수락했다. 공항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였음에도 그가 10만원이나 요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게다가 비자발급을 위해 급하게 찾은 숙소는 밤에는 절대 이동이 불가한 위험천만한 동네였다. 그들의 미 대륙 횡단 첫날은 이렇게 저물었다.

#9월 14~17일 짜릿한 첫 ‘웜샤워’의 경험 도착 다음날 ‘가GOFAR’팀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예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도착한지 하루만에 한국에서 현금 후원을 해주기로 한 기업이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긴급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들은 이틀간의 뉴욕 일정을 하루로 줄이고, 다음날 뉴욕퀸즈에서 첫 자전거라이딩을 시작했다.

첫 라이딩에서 정환영 팀원의 페달이 잘못 설치돼 뽑혀 버리는 불운도 겹쳤다. 한 시간 넘게 걷다보니 뉴져지사이클에 마침 한인부부가 운영하는 바이크샵을 기적처럼 발견하게 됐다. 아들같이 대해주시는 한인 부부 덕에 자전거 수리부터 이날의 숙박, 먹거리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가GOFAR’팀처럼 일정한 숙박 계획없이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무료숙박이 가능한 ‘웜샤워’는 매우 중요하다. ‘웜샤워’는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오는 자전거여행자를 위해 잠자리를 제공해 주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를 일컫는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웜샤워 호스팅을 신청한 ‘가GOFAR’팀은 프린스턴에서 만난 캔토(Cantor)부부의 집에서 첫 웜샤워를 경험했다. 팀원들은 노부부의 따뜻한 마음을 가슴에 간직한 채 다음날 필라델피아로 향했다. 하지만 다음날은 호스팅 신청이 어려워 결국 미국의 스타팅 업체기업들과의 면담을 준비하며 알게 된 OFLUX GROUP社의 박영생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다. 박 대표는 숙소까지 직접 정해주며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따뜻한 저녁식사까지 대접했다.

이들은 미국만의 특별한 게스트문화에 대해 “게스트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 않으면서 집안의 모든 곳과 모든 음식을 마음껏 사용하게 해준 점이 감동이었다”며 “음식을 만들어주거나 미국 문화를 마음껏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준 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9월 18일~19일 새로운 만남 속 특별한 인연 팀원들 모두 아침부터 근육통을 호소했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라이딩은 오전 7시부터 시작했다. 팀원들의 아침식사는 또디아, 점심은 라면이 주 메뉴다.

카우치서핑호스트인 Canio는 팀원들에게 선뜻 자신의 차로 직접 주변 도시와 미국총포상도 안내해주었다.사진=가GOFAR 제공

때마침 이들은 카우치서핑호스트인 카니오(Canio)의 집에 도착했다. 카우치서핑은 웜샤워와 비슷하지만 자전거여행자뿐 아니라 모든 여행객들에게 숙소를 제공한다. 카니오는 팀원들에게 선뜻 자신의 차로 직접 주변 도시와 미국 총포상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우연히 카니오의 아버지가 한국전쟁 직후 한국에 파병왔던 군인이었고, 카니오의 삼촌은 한국전쟁당시 암호 해독병으로 참전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가GOFAR’팀원들에게 이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신기하고 놀라운 기적같은 일이었다. 팀원들은 감사와 소중함을 가슴으로 느끼며 뿌듯한 마음을 공유했다.

다음날은 “현재를 사랑하는 너희는 해낼 수 있을 거야”라며 유쾌한 응원을 보냈던 사냥꾼 부부 브루스(Bruce)의 집에서 머물렀다. 한국 청년들 대부분 취업준비를 하는 시기에 미 대륙 횡단을 결심했다는 이들의 말에 브루스 부부는 “미국에서는 너희 나이 또래의 학생들 대부분 졸업 후 1년 정도 유럽을 여행하면서 자신만의 경험을 쌓고 귀국해서 취업을 준비한다”며 “너희는 지금 충분히 멋있다”고 진심어린 격려를 해줬다. 팀원들은 "우리가 멋진 일을 해내고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며 왠지 우쭐해지는 하루였다.

“현재를 사랑하는 너희는 해낼 수 있을 거야”라며 유쾌한 응원을 보냈던 사냥꾼 부부 Bruce의 집에서 머물렀다.사진=가GOFAR 제공

#9월 20일~28일 험난한 여행길 속 사고, 잠깐의 휴식

9월 20일은 이번 여행길 중 가장 험난하고 힘들었다. 국립공원 주변이라 모든 길이 오르막길이라 하루동안 자전거 바퀴가 3번이나 터졌다. 가장 힘들었던 하루의 끝을 낯설은 소방관의 집에서 마무리했다. 이들의 라이딩은 미국 현지인들의 거듭되는 만남과 이별 속에 계속됐다.

9월 24일, 내리막길에서 정환영 팀원의 자전거랙이 부러지면서 정환영 팀원이 아스팔트 도로에 머리를 부딪히는 큰 사고가 났다. 그는 3바퀴 가량 회전 한 탓에 얼굴과 무릎이 피투성이가 됐고 결국 119호송차량에 실려가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고맙게도 호스트는 직접 병원으로 찾아와 그들을 도왔다.

다음날은 정환영 팀원의 회복을 위해 휴식을 결정했다. 정환영 팀원의 자전거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돼 결국 호스트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새로 구매해 투어링 장비를 옮겨야 했다.

지난 9월 24일, 내리막길에서 정환영 팀원의 자전거랙이 부러지면서 정환영 팀원이 아스팔트 도로에 머리를 부딪히는 큰 사고가 났다. 사진=가GOFAR 제공

#9월 27일~10월 14일 휴식같은 여행, 의미 찾기 정환영 팀원의 상태 호전으로 9월 27일부터 라이딩을 다시 시작했다. 워싱턴 거리를 돌면서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비도 지났다. 29일 약 6시간의 라이딩 후 한 호수가에 들렀다. 여가생활을 즐기는데 완벽한 나라인 미국에서 팀원들은 수영으로 간만의 여유를 즐겼다. 30일은 산맥 라이딩을 시작했다. 산맥 주변이라 그런지 미국의 나무와 숲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도시주택가에도 다람쥐나 야생동물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은 자연친화적인 나라다.

29일 약 6시간의 라이딩 후 한 호수가에 들러 팀원들은 수영으로 간만의 여유를 즐겼다. 사진=가GOFAR 제공
30일은 산맥 라이딩을 시작했다. 산맥 주변이라 그런지 미국의 나무와 숲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사진=가GOFAR 제공

10월8일 ‘가GOFAR’팀은 애팔래치아 산맥 끝부분에 도착했다. 추석연휴인 한국을 생각하니 더욱 그리워진다. 호스트는 한국의 명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 전통게임(corn hole)과 카약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10일에는 이들의 자전거가 미국 중부지역으로 접어들 쯤 갑작스러운 허리케인 상륙 소식이 들려왔다. 다행히 이들은 호스트의 배려로 이틀간 애틀랜타 지역에서 머물렀다.

8일 애팔래치아 산맥 끝부분에 도착한 이들에게 호스트는 한국의 명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 전통게임(corn hole)과 카약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진=가GOFAR 제공
‘가GOFAR’팀에게 이번 미국횡단은 새로운 만남 속에서 또다른 새로움을 발견하는 여행이다.

이들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할 때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좀 더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며 “무모하지만 의미있는 우리의 도전을 통해 또래의 청년들이 초조하고 갑갑한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을 향한 용기와 위로를 주는 시간을 갖길 바라며 우리의 여행을 끝까지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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