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 의원, "자체 실험 않고, 농약 생산 이해당사자 실시 실험

만 믿고 정책결정" 비판 … 농민 지역주민 소비자 모두 피해 대상

사진은 제초제가 쳐진 밭고랑과 경계에 있는 민가 모습. 깔끔한 모습이 가져오는 반대 급부의 환경과 건강 위험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 특히 발암 제초제 성분 출하 제한조치 해제를 둘러싸고 농약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과 책임이 있는 농촌진흥청의 안일한 정책판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농촌진흥청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에 대해 생산기업 발표만 믿고 자체적인 검증 실험도 거치지 않은 채 출하제한 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글리포세이트 함유 제초제는 주로 경작지 주변에 뿌려져 인체 유입 위험이 뒤따른다. 제초제를 살포하는 농민은 물론, 경작지 지역 주민, 농산물을 구입해 섭취하는 소비자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농진청은 지난 1월‘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를 열고 글리포세이트의 출하제한 처분을 해제키로 의결했다.

“동물실험을 통과한 농약살포자 노출 실험 결과, 발암 위해성이 낮았다”는 게 그 근거였다. 이 실험은 농진청 자체 실험이 아닌 농약생산자인 몬산토사와 국내 농약 제조사 등 이해 당사자가 실시한 기존 실험을 농진청이 재평가한 결과였다.

국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글리포세이트 제초제 가격(6,000원ㆍ500㎖ 기준) 사용이 막힐 경우 영농 비용이 증가하는 점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비용과 맞바꾸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라는 것이다. 특히 농약 판매 기업이 지원하는 연구결과만을 바탕으로 출하 허가를 판단한 것은 정책의 객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임영석 강원대 의생명융합학부 교수는 통상 관련기업의 후원을 받는 연구들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미 많은 논문들이 글리포세이트의 위해성을 지적한 만큼 정부가 더 철저히 검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지대 생명자원과학대학 소속 한 교수는 “몬산토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판매를 위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며 “미국은 수출주도형 농업으로 안전성에 대해 덜 민감한데 비해, 유럽은 주로 수입을 하는 입장이어서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농약은 수십년 뒤에 환경이나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비용을 이유로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물질에 대해 출하제한 조치를 해제한 것은 관리감독할 자격 조차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안전성에 대해서는 정부가 좀 더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현권 의원은 “최근 미국에서는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이름난 어린이 과자는 물론 어린이 백신에서 발견됐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며 “농진청이 자체 검증은 거치지도 않은 채 제초제 제조사의 실험 결과를 재분석하는 등 해제에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글리포세이트는 미국 몬산토가 1974년 개발한 제초제 ‘라운드업’에 함유된 성분이다. 세계적으로 8억톤 가량의 글로포세이트 함유 제초제가 쓰이는 걸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도 전체 제초제의 55%(2235톤ㆍ2015년 기준)에 글리포세이트가 쓰이고 있다.

유엔 국제잔류농약전문가그룹(JMPR)은 지난해 5월“글리포세이트가 음식물 섭취로는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5년 글리포세이트를 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했다. IARC는 “글리포세이트 가 사람에게 폐암 등을 일으킨다는 제한적 증거가 있으며, 동물 발암에는 증거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의 다소 상반된 발표로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프랑스는 지난달 2022년까지 글리포세이트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겠다고 천명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지난 7월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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