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12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 제13부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이 사건 관련 피고인 5명 전원이 출석했다. 이들은 지난 8월25일 1심 선고 이후 48일만에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뇌물 사건의 핵심 쟁점인 삼성 측의 부정청탁 여부, 경영권 승계 현안 유무 등을 놓고 박영수 특검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의 열띤 공방이 오갔다.

특검팀은 1심 재판부가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면서도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았다.

특검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해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말씀자료'나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에 관련 내용이 명확히 기재돼 있는데도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어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총합이자 포괄 현안인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도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는 게 논리적 귀결"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1심이 인정한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 자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1심은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포괄적 현안인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은 인정했다"며 "개별 현안을 떠난 포괄 현안이 어떻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묵시적 청탁이 있으려면 관계인들 사이에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1심이 묵시적 청탁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그대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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