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부당한 작업지시 없고, 예상 밖 사고 방지할 주의의무 인정 어렵다"

[연합뉴스TV 캡처]
세탁업체 직원이 작동을 멈춘 이불 건조기에 들어갔다가 기계가 갑자기 돌아가는 바람에 숨진 사고와 관련, 안전조치와 교육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업체 안전담당자들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2부(이동식 부장판사)는 경남의 한 세탁업체 안전보건 총괄 관리자 A씨와 업무 담당자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업체에서 의료용 침구 등의 건조 업무를 담당하던 C(63)씨는 2015년 12월 이불이 끼어 스팀건조기가 작동을 멈추자 이불을 빼내려고 지름 1.41m, 깊이 1.84m 크기의 건조기 내부 원통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건조기가 작동하는 바람에 C씨는 전신에 중상을 입고 기계 밖으로 빠져나왔으나 결국 숨졌다.

검찰은 기계 결함에도 이를 정비하거나 사용을 금지하지 않고, 안전수칙을 만들거나 안전교육을 하지 않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A씨와 B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가 작업할 당시부터 건조기에 결함이 있었다고 전제할 수 없고, 피고인들이 건조기를 정지시키지 않은 채 내용물을 꺼내는 것을 지시했거나 방치했다고 보고 어렵다"면서 "피해자가 건조기의 회전이 멈춘 것을 기계가 정지한 것으로 착각해 안으로 들어간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건조기 내부에 세탁물이 끼일 가능성이 상존하고 실제 결함이 발생한 점, 세탁물 끼임에 대한 안전수칙 마련이나 작업중지 등 대처방법에 대한 안전교육이 없었던 점, 노후한 건조기의 일일점검을 작업자에게 맡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방치했다"고 항소했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의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안전조치 없이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거나 방치하는 등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성립한다"고 전제하면서 "사고 이전에 건조기 결함이나 사고 위험성이 상존했다고 볼 수 없는 점, 피고인들이 다른 건조기를 적절히 수리하는 등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관리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위험한 작업을 지시했거나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에게 예상하기 힘든 사고를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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