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적 법질서 적응 노력해야…거짓에는 엄정한 법 집행 필요"

북한 이탈 주민이 탈북일자 등을 속여 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지원금을 받은 경우 형사처분과 함께 지원금 전액을 몰수·추징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17일 제주지법이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 33조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을 받은 탈북민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지원금은 전액을 몰수하거나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탈북민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법질서에 적응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거짓 등으로 보호 및 지원을 받은 경우에는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고, 몰수·추징 단계에서 그 사유의 경중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탈북민 지원 예산이 한정돼 있다는 점은 부정한 수령에 대한 철저한 환수 조치의 필요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이선애 재판관은 "개별적·구체적 사정에 따른 행위의 불법성과 책임을 고려해 몰수·추징해야 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정족수 6명에 미치지 못했다,

함경남도 출신인 A(43)씨는 1998년 6월 탈북해 중국에서 체류하다 2011년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그는 탈북 경위를 조사받는 과정에서 실제 탈북일자보다 5년 뒤인 2003년 6월에 탈북했다고 거짓말해 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지원금 2천360만원을 받았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은 중간 체류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탈북민은 보호대상자로 지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후 실제 탈북일이 드러나 A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1심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2천36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A씨가 불복해 항소하자 제주지법 형사항소부는 해당 조항이 범죄의 행태나 죄질을 고려하지 않고 반드시 몰수·추징하도록 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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