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현 코오롱제약 병원사업부 병원2팀 과장의 제약영업 노하우 전수 눈길

"감성 영업보다 전문성이 더 중요해…고객들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 깨달아야"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작년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제약업계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리베이트 쌍벌제로 영업규제를 받고 있던 제약업계가 한층 강화된 김영란법 시행으로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시킬 수 있을지 이목도 집중됐다. 김영란법 시행 1년을 한 달 가량 앞둔 가운데, 제약업계는 불법 리베이트를 척결하는 과도기적 과정에 놓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필드에서 뛰는 제약 영업사원(Medical representative·MR)들은 김영란법의 여파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업군이다. 업계의 자정노력이 강화되면서 MR들의 영업 환경도 바뀌었다. 더욱 깐깐해진 상황 속에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어떤지,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 지 국내 유명 MR인 코오롱제약 손재현 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재현 과장은 지난해 의원사업부에서 병원사업부로 이동해 종합병원 영업을 맡고 있다.

제약영업 전문블로거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손재현 코오롱제약 병원사업부 병원2팀 과장.
-김영란법이 지난달 시행 300일을 맞았다. 필드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종합병원과 국공립 병원의 교수와 교직원들은 김영란법에 해당되므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합법적으로 진행하는 제품 설명회 등은 가능하지만, 의미 없는 커피 한 잔은 거절하는 분위기다. 제품 설명 디테일 없는 간식·물품 제공은 교수들도 안 받는다. 고객들도 김영란법의 규정에 맞춰 영업사원을 만나려고 한다.

마케팅이나 행사 시에도 고객들이 '김영란법에 어긋나지 않느냐'고 많이 묻는다. 개인적으로는 김영란법의 취지 자체는 좋은 것 같다.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 초반에는 많은 MR들이 걱정했는데, 회사들도 법에 맞춰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등 노력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MR들도 달라져야 한다면.

"예전에는 MR들이 제품력보다는 유대 관계를 통해 고객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친하면 무조건 써준다'는 생각으로 감성영업에 주력한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종합병원으로 옮기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교수와 아무리 친해도, 결국 제품력과 MR 개인의 전문성이 떨어지면 매출로 연결시키기 어려운게 종합병원의 시스템이다.

김영란법 등 규제가 강화된 환경 속에서 MR들은 제품 공부를 제대로 한 뒤 고객에게 학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는 정통 영업으로 돌파해야 하는데, 본인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실제로 제약사들도 달라지고 있다. 코오롱제약의 경우 올초 MR들의 제품력을 키우기 위해 프리젠테이션 경진대회를 실시했으며, 회사에서 직접 교육 시키고 시험도 보고 있다."

-제약 영업, 여전히 여성이 버티기 힘든 직군인가.

"확실히 영업 환경은 면담 거부가 늘어나는 등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여성 MR은 늘고, 회사에서도 점점 여성들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사실, 과거에는 의사와 술을 먹으며 접대 하는 일도 잦았고 남성MR이 훨씬 많았다. 지금은 리베이트가 사라져가고 술 접대도 금지됐다. 제약사들은 학술적인 접근에 여성 MR들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영업 환경도 제품 설명 디테일이 중심이 되며 여성 MR의 비율이 점점 더 늘고 있다."

-국내 제약사보다 외국계 제약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여전한가.

"과거에는 확실히 외국계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조직 문화가 다른 분위기였다. 또한, 외국계 제약사하면 오리지널 의약품을 확보하고 있고 복리후생과 연봉이 좋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내 제약사의 연봉도 굉장히 높아졌고, 제품력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것을 알기 때문에 개량신약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계 제약사만 ‘꿈의 직장’으로 여기는 취준생이 많았지만, 이제는 국내 회사의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직이 잦은 업계에서 한 직장을 10년 이상 다녔다.

"실제로 코오롱제약의 영업직군은 장기근속자도 많고 이직률이 낮은 편이다. 한 회사에 오래도록 근무하려면 우선 회사 만족도가 높아야한다. 회사에 대한 믿음도 필수적이다. 또한, 일이 적성에 맞아야 한다. MR은 물론 의료인을 만나 제품을 잘 설명하는게 기본이지만 그 외에 생각하지 못했던 업무도 많다. 제약영업이 제품에 대한 전문성도 물론 필요하지만 제품력만 내세워 뛰어난 실적을 얻기도 쉽지 않다. 실적 관리를 비롯해, 조직에 소속됐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도 관계를 잘 쌓아야 한다. 어느 직종이든 자신의 일을 즐겨야 재밌는 것 같다."

-2014년 당시 코오롱제약 실적 전국 1등을 했다.

"신입 사원 때부터 양천구에 9년 간 있었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 있다보니 실적이 꾸준히 올랐다. 사실, 고객을 자주 만나면 그들도 기억할 수밖에 없다. 직접 찾아가 면담할 때 고객이 어려워 정작 자신의 목적을 얘기하지 못하고 일상 이야기만 나누다가 나와서 후회하는 이들도 있다. 자주 방문하면서 제품 정보도 제공하고, 방문 목적을 정확히 얘기할 필요가 있다.

MR들이 높은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물론 제품이 중요하다. 워낙에 카피약이 많은 상황에서, 유명한 약과 오리지널이나 개량신약 등 주력 제품을 통해 고객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MR의 영업 방식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후배들에게는 매주 방문하는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여기에 본인만의 영업 노하우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지난해 의원사업부에서 병원사업부로 부서를 이동했다.

"의원과 종합병원의 시스템이 크게 다르다. 의원은 개인병원으로, 즉 원장이 주인이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원장 1명에 간호사 2~3명인 곳이 많다. 종합병원은 규모가 훨씬 크고, 병원 내에 규칙과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졌다. 의원의 경우, 원장을 통해 바로 제품을 신규할 수 있는 맨투맨 처방이 가능하다. 반면 대학병원은 교수 외에도 약제과나 물자 관련 팀 등 병원 내 시스템을 파악해야 한다.

사실 로컬 영업을 하면서 실적이 괜찮았다. 그러던 중 종합병원 경험도 해야 성장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회사 측에서 받았다. 고민하다가 결국 종합병원으로 옮겼고 초반에는 힘들었다. 종합병원은 확실히 더 학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1년8개월 동안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병원 시스템을 파악하고 자신감도 늘었다. 이제는 다시 로컬영업을 하라고 해도 안갈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최근 들어 성과를 내다보니 보람이 크기 때문이다."

손재현 코오롱제약 병원사업부 병원2팀 과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취준생 대상으로 매달 강의를 나가고 있다.

"블로그 초기에는 온라인으로 답변을 해줬는데, 하루 50통이 넘는 쪽지가 와서 일일히 답변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 때 일부 취준생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하자고 제안해 시작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통해 강의에 찾아와주시는 것을 보면서, 제약 영업에 대한 홍보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다. 강의를 듣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구들도 있다.

그동안 약 1000명이 넘는 취준생들 앞에서 강의를 했고, 이들 중 많은 이들이 합격해서 실제 필드에서 만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취준생들은 주로 제약 영업이, 언론에서 다소 고달프게 비춰지는 것과 정말 비슷한지 많이 물어본다. 알짜배기 제약사나 면접관들이 어떤 인재상을 선호하는지 묻는 이들도 많다."

-마지막으로 취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우선, 취준생 본인이 어떤 파트를 가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 MR이 무조건 전문의약품(ETC)만 영업하는 것이 아니다. ETC를 비롯해, 일반의약품(OTC)과 건강기능식품도 존재한다. 가령 ETC영업을 지원할 생각이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아도 ETC에 강한 기업을 공부해보면 좋다. 각 회사의 제품을 살펴보는 것은 필수다. 제품력을 갖춘 회사에서 영업을 하는게 수월하다.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이 활성화된 곳이 좋다.

특히 잘 알아보지 않고 그저 문턱이 낮고 연봉이 높다고 무작정 도전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일단 제약 영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한 뒤 적성 등을 따졌을 때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명확한 목표 설정을 한 뒤, 변수도 극복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코오롱제약 손재현 과장은

손재현 코오롱제약 병원사업부 병원2팀 과장은 30대 후반(38)의 '청년'이다. 2006년 코오롱제약에 공채로 입사해 10여년만에 제약업계 전문블로거로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다. 2013년부터 제약업계의 현황과 공채 소식, 현장 이야기 등을 다루는 제약영업 전문 블로그 '한별이의 제약영업 나눔터'를 운영하고 있다. 필명 '한별'로 활동하다가 2014년 취업 도서 '제약회사 취업하기-제약영업 성공하기' 발간을 통해 저술가로도 거듭나고 있다. 2014년 코오롱제약 실적 전국 1위를 기록했고, 2015년에는 코오롱제약 의원사업부 최고 실적자(Top performer)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제약영업 강의를 진행중이며 , 의학 전문지 칼럼 기고 등을 통해 제약영업의 노하우를 널리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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