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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혐의 입증에도 이재용에 중형 구형… 檢 관심사는 따로 있다

박영수 특검 “이재용 부회장-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경유착 고리 형성” 주장

특검, 이재용 등 삼성 측의 ‘본질 호도’, ‘실체 왜곡’에 중형 구형 불가피

박영수 특검, 재단-승마지원-영재센터 아닌 ‘재산국외도피죄’ 강조

사실상 오류투성이, 특검 공소사실

특검 공소사실, 승마지원 부분에 오류 가장 두드러져… 일부는 소설에 가까워

특검, 3차 독대 시작 시간 공소사실 변경… 영재센터 판결에 영향 주나

이제 겨우 1라운드 종료된 삼성 재판, 항소 가능성 100%

부족한 혐의 입증상태에도 중형 구형한 특검 측 속내의 관심 증폭

장충기 문자-재산국외도피-특검 출신 검찰인사, 삼성 전방위 수사 위한 ‘밑그림’인가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세기의 재판’의 결심공판이 마무리 됐다. 박영수(65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50ㆍ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특검 측은 이 사건 재판의 피고인 중 유일한 구속기소 신분의 이 부회장에게는 징역 12년형 그리고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세 명의 임원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재판 초 증거가 차고 넘칠 것이라는 특검 측의 장담과는 다르게, 삼성 측의 적극적이고 설득력 있는 변호에 특검 측의 혐의 입증이 매번 난관에 부딪혔던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피고인 증인신문 과정을 포함해 모든 공판 절차가 끝난 상황에서도 재판의 양상은 팽팽했고, 절대로 특검 측에 승기가 기운 모양새는 아니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특검 측이 결정한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구형량은 대부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물론 특검 측의 다른 속내가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지나칠 수 있는 구형량을 포함해 피고인 증인신문 과정에서 특검 측이 ‘이상하게’ 집중했던 부분, 그리고 결심공판 이후 형성되고 있는 검찰의 행보 모두가 ‘겨우 1라운드 끝난’ 이번 재판에 대한 특검 측이 그리는 큰 그림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의 결심공판이 열렸다.

총 160일간 53차례 공판이 마무리되는 이날 재판에는 첫 공판 이후 줄곧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박영수 특별검사가 출석해 특검 측 의견을 밝혔다.

박영수 특검은 “재판과정을 통해 나타난 피고인들의 태도를 볼 때, 우리나라 GDP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1등 기업 삼성그룹이 국가와 국민들을 위하기보다는 그룹 총수만을 위한 기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특검 측 최종 의견과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양형 이유에 대해 말했다.

특검 측은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와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해당 과제를 이루기 위한 목표가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재단설립 및 그의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승마훈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운영에 대한 박근혜(65ㆍ구속기소) 전 대통령의 자금 지원의 요구와 맞아 떨어지며 정경유착의 고리가 강하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번 사건 공소사실의 핵심인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과 미르ㆍK스포츠 재단 기금 조성 그리고 영재센터 후원 등 최씨에 대한 뇌물제공이 이뤄졌고, 그 반대급부로 청와대의 영향력을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약속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이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경유착이 생겼고, 이로 인해 국정농단 사태로까지 이어진 것이 이번 사건의 실체라고 밝혔다.
  • 결심공판일 이재용 부회장. (사진=연합)
박영수 특검은 “피고인들은 ‘승계 작업이라는 것은 특검이 만든 가공의 틀’이라고 하거나, ‘피고인 이재용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 등 사실과 증거에 관한 근거 없는 주장이나 변명으로 디테일(detail)의 늪에 빠지게 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실체 진실을 왜곡시키려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특검 측이 밝힌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범죄 성립 여부 부분은 기존 공소사실과 전혀 변함이 없었다.

특히 그동안 공판 과정에서 삼성 측 변호인들이 신빙성 높은 반박 증거를 제시해 특검 측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거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강하게 부정했던 공소사실들마저도, 특검 측은 입증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특검 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무상 도움의 대가로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최씨 측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점, 그리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자리에서 뇌물을 주고받기로 합의’를 했다는 점, 또 삼성 측이 뇌물공여 과정에서 범행을 은폐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할 목적으로 ‘국내 재산을 해외로 불법 반출’했다는 점 등을 통해 이 사건 범죄 성립을 입증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박영수 특검은 “피고인들은 본건 자금 지원에 대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교부한 것으로 직권남용의 피해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라며 “그러나 피고인들의 본건 자금 지원은 2014년 9월 15일 최초 독대에서 형성된 상호 편의 제공의 합의에 따른 정경유착의 결과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피고인 이재용과 대통령의 독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 최지성의 책임 하에 자금 지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피고인 이재용은 지원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라며 “그러나 피고인 이재용이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자금 지원 요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총수의 전위조직인 미래전략실 실장이 총수의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자금지원을 했다는 것은 경험칙이나 상식에 반하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덧붙였다.
  • 박영수 특별검사. (사진=연합)
이에 박영수 특검은 이번 사건으로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음에도 삼성 측 피고인들이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재판부가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며 삼성 측 피고인 다섯 명에 대한 구형을 내렸다.

다수의 오류 발견된 특검 공소사실, 재판부 설득 가능할까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12년, 최지성(66)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63)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박상진(65)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각각 징역 10년 그리고 황성수(55)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박 특검이 구형을 내리는 결론 부분에서 정확한 혐의를 지목하고 이를 기준으로 한 구체적 형량을 밝히는 대목은 ‘피고인들의 범행 중 재산국외도피죄의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인 점’ 외에는 없었다.

그동안 재판에서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 지원, 영재센터 후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음에도, 갑작스럽게도 ‘재산국외도피죄’와 이에 대한 구체적 양형이 제시되자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존재했다.

물론 재판 막바지까지 특검의 창과 삼성의 방패가 팽팽하게 맞섰고, 아무리 뇌물공여 사건이 정황상 증거나 간접증거가 혐의입증 및 재판부의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더라도 재판의 양상이 특검 쪽에 기운 것이 절대 아니었기 때문에 이 구형량대로 선고 결과가 나올 확률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 측 구형이 내려 진 뒤 변호인 최종 의견을 통해 특검 측 주장을 철저히 반박하며,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모든 혐의가 오해이자 근거가 없다며 피고인들의 무죄를 주장했다.

무엇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의 의견과는 별도로 특검 측 공소사실 대부분이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오류가 상당했고, 때문에 재판부가 특검 측의 구형 의견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 남는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특검 측은 지난 4일, 삼성 측 변호인단의 특검 공소사실에 대한 일부 오류지적을 받아들여 해당 부분의 공소장을 변경했다.

특검 측이 변경한 공소사실은 지난 2016년 2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소위 ‘3차 독대’ 때 독대 시작 시간 부분이었다. 특검 측은 기존 공소장에 이 독대 시간을 오후 2시부터로 반영했지만, 이를 오전 10시 30분으로 바로잡았다.

앞서 삼성 측 변호인단은 청와대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회신 받은 3차 독대 당일 일정표를 증거로 제출했고, 여기에는 실제로 ‘2월 15일 오전 10:30 삼성 이재용, 오후 2시 엘지 구본무, 오후 3시 30분 현대차 정몽구(배석 : 김용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를 두고 ‘한낱 시간이 바뀐 것에 불과’하다는 이 사건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지적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3차 독대 시간은 한낱이 아닌 삼성 측의 영재센터 후원 의혹 중 이재용 부회장의 개입 사실과 관련된 중요한 단서 중 하나다.

특검 측은 3차 독대 당일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전달받았고, 이 부회장은 이를 장충기 전 사장 등에 건네 직접 후원지시를 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공소장에 담았다.

물론 장 전 사장은 이 사건 법정에서 해당 사업계획서를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은 맞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받은 것 같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다른 재판에서도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는 3차 독대 하루 전인 2015년 2월 14일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작성한 문서다.

장씨에 대한 특검 조사 내용에 따르면, 2월 15일 아침 최씨의 지시로 해당 사업계획서 일부를 수정했고 이를 무등록 택시를 통해 최씨 자택에 보냈다. 이어 오전 10시 16분경 최씨로부터 ‘잘 받았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 특검은 2016년 2월 15일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3차독대 시간을 공소장에 변경 적용시켰다. (사진=연합)
특검은 이 서류가 최씨의 운전기사인 방 모씨를 통해 청와대 이영선 행정관에게 전해졌고, 이 행정관은 이를 대통령에게 전달해 독대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증거로 특검은 방씨와 이영선 행정관의 통화내역을 제시했고, 이들의 마지막 통화내역은 오전 11시 7분경 강남구 신사동 인근이었다.

만약 특검 측 주장대로 이날 독대 시작시간이 오후 2시경이었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겠지만 오후 2시가 아닌 오전 10시 30분으로 바뀐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만으로 따져본다면 이날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를 마친 뒤 그를 태운 차량은 11시 8분경에 청와대 정문을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가 장씨로부터 해당 문서를 받은 몇 분 뒤 독대는 시작됐고, 방씨와 이영선 행정관이 통화한 오전 11시 7분경 신사동에서 종로구에 위치한 청와대까지 순간이동을 하지 않는 이상 이를 전달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특검 측의 공소사실 중 설득력이 떨어지고 오류에 가까운 부분은 다수 존재하고 있다. 특히 이는 삼성 측의 최씨 모녀에 대한 승마지원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특검의 공소사실에는 ‘피고인 이재용은 2015년 7월 23일 피고인 장충기를 통해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일정을 통보 받은 직후 대통령이 단독 면담 시 정유라에 대한 지원 상황을 물어볼 것으로 예상하고, 피고인 이재용 주재로 급히 회의를 소집하고 피고인 최지성과 함께 피고인 박상진으로부터 정유라에 대한 지원현황을 보고받고, 그때까지 정유라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던 경위를 확인하는 등 대통령과의 뇌물수수 합의의 이행상황을 직접 챙겼다’라고 언급돼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오류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삼성 측 피고인들의 특검 조사 및 증인신문 내용에 따르면, 2015년 7월 23일 회의는 7월 24일 박 전 대통령이 주관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장 간담회 참석을 대비해 대통령 면담 시간을 위한 예행연습 자리였다.

최지성 전 사장은 특검에서 이날 회의가 2014년 9월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던 승마협회 인수와 올림픽 승마준비 상황에 대한 회의를 하는 자리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후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지원과 관련돼 질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독대 이후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승마지원과 관련돼 빠르게 알아보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시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박상진 전 사장이 독일로 건너가 최순실씨의 승마계 측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 최씨와 정유라씨의 존재 및 승마지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처음으로 접하게 됐고, 이후 최지성 전 실장 및 장충기 전 사장에도 이와 같은 사실을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짧은 공소사실에 마저도 무려 세 가지 오류가 존재한다. 삼성 전직 임원들 모두가 독대 이후 최씨 모녀의 존재를 알게 된 만큼, 이 부회장이 단독 면담 시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어 공소사실 대로 7월 23일 회의에서 이 부회장이 최 전 실장으로부터 정씨의 지원현황을 보고 받았다면, 독대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하는 등 관련 사실을 전혀 몰라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질책까지 받았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사진=연합)
심지어 공소사실 내용과는 다르게 7월 23일 회의에는 박상진 전 사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그리고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진 전 사장의 공소장에도 오류가 있었다. 여기에는 ‘피고인(박상진)이 2015년 7월 23일 이재용으로부터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고, 박원오와 연락했다’라고 내용이 기재돼 있다.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7월 23일 회의 자리에도 있지 않던 박 전 사장에게 일면부지의 정유라씨의 승마지원을 지시할 가능성은 없었다.

또 박상진 전 사장이 박원오 전 전무를 독일에서 만나게 된 계기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시가 아닌 7월 25일 독대 뒤 안종범 전 수석으로부터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서 승마지원 방안을 찾아보라는 조언을 들었고, 박 전 사장은 두 사람으로부터 박원오 전 전무가 승마지원의 키(key)라는 이야기를 듣게 돼 독일로 향했던 것으로 증언과 객관적 증거들을 통해 ‘명백히’ 밝혀졌다.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는 장충기 문자메시지, 특검의 속내는

특검 측은 대부분의 공소사실에 ‘이재용의 지시로’ 또는 ‘이재용에 보고했다’라는 등의 문구를 넣어, 나머지 전직 임원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일들이 이 부회장의 지시로 이뤄져 이들도 따르게 됐고 또 보고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실이 확인된 바 없고 실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상당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도 자신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법정 증언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미전실(미래전략실)에 한 번도 소속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미래전략실 임원인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사장으로부터 지시를 내리거나 보고를 받을 임장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이 미래전략실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미전실 실무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진=연합)
실제로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실장, 장충기 사장, 김종중 사장이 거의 매일같이 회의한다”라고 증언한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이재용 부회장은 미전실 주재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에서 매주 수요일 미전실 팀장들과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하는 사장단 회의에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 부회장이 2012년 12월경 부회장으로 취임한 뒤 해외 고객이나 사업파트너, 주주협의 등 ‘회사의 얼굴’ 역할을 하는 글로벌 업무를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정확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전략팀과 금융일류화팀, 인사팀, 경영진단팀, 기획팀, 커뮤니케이션팀으로 이뤄져 있었고, 부서 체계상 삼성전자 소속인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미래전략실 사장단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주기적 보고를 받아야 할 위치는 되지 않았다.

모든 재판의 판결과 혐의입증은 정확한 공소사실이 기초가 돼 이뤄진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상당한 오류가 발견된 특검 측 공소사실을 과연 재판부가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고 받아들일지 의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공소사실의 오류와는 크게 상관없이 이미 이 사건 법정에서 최순실씨 측에 대한 자금 지원을 사실상 주도한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자신이라고 증언한 최지성 전 실장 그리고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라고 밝힌 장충기 전 사장의 유죄 선고 가능성은 높아진 상태다.

특검 측은 삼성 측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압박을 느껴 최씨 측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할지라도 판례상 뇌물공여죄 성립에 충분히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혐의입증을 해내지 못한 채 이재용 부회장 등의 중형의 구형을 내린 특검의 속내를 두고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 속내를 두고 향후 재판뿐만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삼성 공화국 수사’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 사건 재판의 1심 선고 결과와 상관없이 양측 모두가 항소할 가능성은 100%에 가깝고, 법조계 내부에서는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만약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다 할지라도 특검 측은 전혀 조급할 필요가 없다.

예상보다 높은 구형을 한 만큼 여론을 더욱 집중시킬 수 있고, 재판부가 특검 측과 다소 거리를 둔 판결을 내렸을 지라도 이 사건은 ‘12년 형’ 이슈로 상고심까지 오랜 기간 여론과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런 효과와 함께 아직 밝혀지지 않은 국정농단 사태 부분을 포함해 삼성에 대한 전방위적 검찰 수사를 위한 큰 그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 측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특검 측은 검찰 조사에서 압수했던 장충기 전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상당부분을 공개했다.
  • 특검이 장충기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 중 공소사실과는 큰 관련이 없는 내용까지 공개하며 파장이 일고 있다. 특검의 이런 의도에는 이유가 있었다.
여기에는 다수의 언론사가 장 전 사장에 인사 및 광고협찬 청탁을 요구하는 내용과 함께, 포털 뉴스 장악으로 의심되는 문자 그리고 대기업 대관업무 인사와 주고받은 삼성물산 합병 관련 문자 등 충격적인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특검 측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큰 관련이 없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재판정에서 다량 공개했고, 변호인 측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재판부도 “재판 마무리 단계에서 정보수집 하며 시간 보낼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제지할 정도였다.

물론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장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 내용이 언론사를 통해 이 사실이 퍼져나가며, 정치권의 비난이 일고 있고 수사 기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본지 역시 장충기 전 사장과 그의 지인인 국가정보원 간부와 나눈 통화내용 전문을 확보하고 있고, 여기에는 장 전 사장이 공공기관 인사에 입김을 불어넣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또 결심공판 당일 검찰이 삼성그룹 일가 자택 관리사무소를 전격 압수수색 한 점, 그리고 지난 10일 검찰 인사에서 한동훈(44ㆍ사법연수원 27기) 현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 등 특검팀 검사들이 기수를 넘어 주요 보직에 발탁되며, 검찰이 사실상 국정농단 사건과 이에 연루된 삼성 측에 대한 재수사를 사실상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영수 특검이 결심공판에서 재단이나 승마지원, 영재센터도 아닌 ‘재산국외도피’에 대해 크게 강조한 만큼 향후 항소심과 상고심으로 오랜 기간 이어지는 이 사건 재판의 꾸준한 여론 조성을 통해 삼성 측의 국외 도피 재산에 대해서도 철저히 밝혀나갈 의도라는 해석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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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8/12 07:01:06 수정시간 : 2017/08/12 1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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