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검장-차장검사 감찰' 요구했던 검사, 이번엔 '사건은폐 정황' 글 올려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제주지방검찰청 지검장과 차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던 한 검사가 27일 이들의 '사건 은폐·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A검사(42·사법연수원 34기·여)는 지난달 담당사건 피의자의 이메일과 카카오톡,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보하려고 압수영장을 제주지법에 신청했다. 당시 피의자는 별도의 6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두 차례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된 상태였다.

그런데 차장검사가 6월14일 오후에 검찰 직원을 보내 영장을 회수했다. 차장검사는 이튿날에야 이 사실을 A검사에게 알렸다. 차장검사는 "이메일 등은 피해자한테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을 수 있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5년 8월부터 제주지검 근무를 시작한 A검사는 대검에 제주지검장과 차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대검은 제주지검을 관할하는 광주고검에 진상 조사를 맡겼다.

차장검사는 "내부 기록 검토 과정에서 지검장의 재검토 지시가 있었는데 직원의 실수로 영장이 다른 서류에 섞여 법원에 잘못 접수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어 "피의자는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가 참여한 심의회를 거쳐 12일 불구속 기소했다"면서 "사건 처리에 문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A검사는 27일 검찰 내부망에 "제주지방검찰청 A검사입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지휘부의 사건은폐 정황 및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카카오톡과 이메일, 휴대전화 메시지 확인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셨을 경우 그것만 제외하고 수사는 절차대로 진행해 기소하는 게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휘부가 법원에서 회수된 기록을 24시간 가까이 보고 '다음날 바로 처리하라'고 했다"면서 "왜 추가자료 수집 등 수사 없이 종결하도록 지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피의자의 변호인은 제주지방검찰청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분이고 피의자가 설립한 회사의 등재이사로 등재된 분"이라며 '전관예우'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현재 이 피의자의 변호인은 김인원(55·사법연수원 21기) 전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다. 김인원 부단장은 이석환(53) 제주지검장과 연수원 동기다.

A검사는 "이럴 경우 검찰은 전관예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을 더 대외적으로 선명하게 천명해야 하며 원칙대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신임 검찰총장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사례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엄정하게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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