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를 폐지로 착각해 가져가는 바람에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넘겨졌던 80대 할머니가 훈방됐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경미범죄심사위를 열고 A(80·여)씨를 훈방 조치하기로 의결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0일 오후 2시 30분께 창원시 의창구의 한 주택 앞에 놓여있던 종이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평소 폐지를 모아 용돈을 마련하던 A씨는 이 상자도 폐지로 생각해 들고갔다.

빈 상자치고는 무거워 이상하게 여긴 A씨가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조명등(50만원 상당) 하나가 들어 있었다.

조명등을 인근 길바닥에 버린 A씨는 상자만 들고갔다.

이 상자는 조명업자가 고객에게 택배를 보내기 위해 집 앞에 잠시 둔 것이었다.

상자가 사라진 사실을 안 조명업자 신고로 A씨는 당일 오후 4시 20분께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폐지인 줄 알고 상자를 들고 갔으며 고의는 아니었다"며 "자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경찰에 통사정했다.

창원서부경찰서는 사안이 경미하고 고의로 상자를 가져갔다고 보기 힘든 점 등을 고려해 A씨를 입건하는 대신 경미범죄심사위에 넘겼다.

심사위원들은 최근 A씨가 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하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아 훈방하기로 했다.

경미범죄심사위는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별도로 심사해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즉결 심판에 넘기거나 훈방하는 역할을 한다.

기계적 처벌로 전과자가 양산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창원서부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는 경찰서장을 비롯한 내부위원 3명, 변호사로 구성된 외부위원 3명 등 모두 6명으로 꾸려졌다.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감경이 결정돼 훈방조치가 가능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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