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비켜간 인사들·박근혜 추가 수사…4·13총선 보수단체 동원 정황

'민정 문건'은 공소유지 다지기·'정무 문건'은 국정농단 재수사 성격 짙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과 정무수석실에서 잇따라 발견된 '캐비닛 문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가 수사 인력을 보강해 관련자 소환 등 본격 수사 채비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현재 특수1부 수사 검사가 8명으로 증원돼 평상시 특수부 2개 수준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검찰 최정예 특별수사 부서로 인정받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주축이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공소유지에 투입된 특수1부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사건, 감사원 면세점 수사의뢰 등 여러 중요 사안을 맡아 '청와대 캐비닛 문건 사건'의 본격 수사를 앞두고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특수1부는 특검이 넘긴 민정비서관실 문서와 메모 내용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의 작성 경위와 작성자, 내용의 진위 등을 두고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며 "대략적인 (생산 부서) 소재가 나와 있다 보니 작성자 확인이 어려워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검이 청와대에서 넘겨받은 정무수석실 발견 문서들도 순차적으로 이첩받아 함께 수사할 계획이다.

18일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안보실에서 추가 발견된 대량의 전 정부 문건도 특검을 거쳐 검찰로 넘어올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민정실과 정무수석실 문건의 생산 시기와 내용에 차이가 나는 점에서 수사 방향도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청와대 근무 시절과 겹치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6월 만들어진 민정실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메모,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 등이 포함됐다.

이런 점에서 민정 문건은 새로운 수사 단서보다는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들의 공소유지와 관련해 검찰과 특검의 논리를 강화하는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비해 2015년 3월 2일부터 작년 11월 1일까지 생산된 정무수석실 문서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외에도 다양한 새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국정농단 재수사 성격의 새로운 수사 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작성자부터 찾아야 하는 민정실 문서와 달리, 정무수석실 문건은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 근무 당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건으로 확인된 점도 눈길을 끈다.

정무수석실 발견 문서 중에는 작년 4·13총선에 보수단체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여권과 보수 진영에 유리한 지형을 조성하라는 등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 중인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지원 및 관제 시위 의혹(화이트 리스트 사건) 수사와도 연결된다.

또 정무수석실 문건 중에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까지 조직적으로 무력화하려 시도했다는 정황도 담긴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가 정무수석실 문건을 가리켜 '적법하지 않은 지시 사항'이 있다고 공개한 가운데 이번 수사 성격상 검찰의 칼날은 당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이병기·이원종 전 비서실장을 향할 전망이다. 당시 정책조정수석은 현정택·안종범 전 수석이다.

김기춘 전 실장의 후임인 이 전 수석은 앞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특검 조사를 받았으나 관여 정도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일각에서는 추가 수사를 통해 전 정권 청와대 관계자들이 기소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공모 관계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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