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안성 어린이집 아동학대 수사…원장도 입건

피해 아동 아버지 "양손으로 팔 비트는 장면 CCTV 찍혔는데 '넘어져 다쳤다' 거짓말"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다섯살배기 아동을 나무라다가 폭력을 가해 팔을 부러뜨린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피해 아동 부모는 모녀 사이인 원장과 가해 교사가 사고원인에 대해 수차례 거짓말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 안성경찰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안성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A(27·여)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원장 B(53·여)씨를 형사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또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하고도 관계 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보육교사 1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지난 6일 오전 9시께 어린이집에서 C(5)군을 훈육하다가 왼팔을 비틀어 상완골과상부(팔꿈치에서 어깨 사이 위팔뼈 중 팔꿈치 가까운 부분)를 부러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양벌규정에 따라 원장 B씨도 함께 형사 입건했다.

C군의 아버지 D씨는 "CCTV 영상을 보니 아들이 블록쌓기 놀이를 하다가 친구들과 티격태격하자, 담임교사가 CCTV 아래쪽으로 아이를 데려와 한참을 훈육하더라"라며 "그래도 아이가 칭얼대면서 교사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자 양손으로 아이 왼팔을 잡고는 비틀어 꺾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는 휴대전화를 던지지도 않았고, 그냥 들기만 했는데 아이 몸이 휘청할 정도로 팔을 꺾어 부러뜨렸다"라며 "더구나 아이가 울고 불며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가해 교사를 포함 다른 교사들도 10분 정도 아이를 방치해뒀다가 나중에 병원에 데려갔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C군은 동네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바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이나, 상완골이 대각선으로 부러지면서 신경과 성장판까지 다쳐 후유장해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의사 소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단서를 보면 "굴곡형 상완골 과상부 골절로 관절 강직, 불유합, 부정유합, 내반주, 외반주 등의 합병증 발생이 가능하며 경과 관찰에 따라 추가적인 시술 및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D씨는 가해 교사와 원장이 거짓말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D씨가 원장 B씨와 통화한 내용을 보면, B씨는 사고원인에 대해 "(아이가)싸움놀이를 하면서 휴대전화를 던지다가 팔꿈치가 빠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D씨는 "처음엔 아이의 작년 담임교사가 문자메시지로 '아이가 체포놀이를 하다가 팔이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데려가는 길'이라고 했고, 원장과 가해(현 담임) 교사는 정형외과 병원 일지에 사고원인에 대해 '다른 애들 싸우는 것 말리다가 발생'이라고 진술했다"라며 "이후 전화로는 '휴대전화를 던지다가 팔이 빠졌다'고 하더니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서는 의사에게 '아이가 뛰어다니다가 넘어져 다쳤다'라고 진술하는 등 교사가 아이의 팔에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은 빼놓고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사고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D씨는 응급실 의사로부터 "골절 형태를 보니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라는 말을 듣고 아들을 통해 "선생님이 팔을 비틀어 꺾었다"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대학병원 측이 해당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에 이 사안을 통보해, 아보전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안성경찰서 수사도 시작됐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14일 피의자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조사과정에서 가해 교사 등은 혐의를 부인하며 "고의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 교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 수사방침을 정했다"라며 "아보전 관계자들과 해당 어린이집에서 추가 학대가 있었는지도 조사했으나 특별한 징후는 관찰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아이의 부상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아보전과 연계해 심리치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원장 B씨는 "C군이 친구에게 해코지해 교사가 제지하며 책상에 앉히는 과정에서 팔을 잡아당겨 사고가 발생했다"라며 "아이가 휴대전화를 집어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는 상황이어서 꼭 붙들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처음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작년 담임교사는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상황을 잘 모르고 '체포 놀이하다가 다쳤다'라고 한 것 같다"라며 "(나도)처음엔 팔이 빠진 것으로 잘못 알고 말한 것이고, 병원에서 사고원인을 틀리게 답한 것은 (가해)선생님이 당황해서 그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연합뉴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