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 교수, 학교 인트라넷 게시판 야권 대선주자·전교조 싸잡아 종북세력 음해

학생회·교수협의회 반발, 전교조는 명예훼손 고소…경찰 선거법 위반 수사 착수

강원도 원주의 상지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송찬영 교육전문기자] 상지대학교 현직 교수가 세월호와 야권 대선후보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막가파식’ 비방 글을 올려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박희준 상지대 제약공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학교 인트라넷 열린광장 게시판에 ‘세월호 인양을 보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세월호 사건은 세계최대 부패세력인 한국 용공이 북한과 손잡고 일으킨 대형사건임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글을 올린 날은 다름아닌 2014년 4월 16일 침몰 참사 이후 근 3년간 끌어오던 세월호 인양작업이 시작돼 선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났던 날이다.

박 교수는 아무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북한과 연계돼 있다는 음해성 글을 올렸고, 전교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촛불집회를 싸잡아 종북세력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야권 후보들을 역시 종북·용공세력으로 분류했고, 친반보수단체의 태극기집회에 참가해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김진태 의원이 이번 대선에서 당선돼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같은 글이 알려지자 전교조는 28일 박 교수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관련 기사를 보고 박 교수에게 직접 전화해 글을 쓴 근거를 묻자 ‘인터넷에 떠도는 단원고 교사 사칭 글, 가짜뉴스, 유튜브 영상, 민노총과 전교조가 종북세력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 아니냐’는 답을 들었다”면서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앞서 상지대 총학생회도 27일 성명을 내고 “박 교수는 교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삭제하고, 입장을 공개적으로 철회할 것, 해당 글로 상처받은 유가족과 국민·상지대 구성원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총학생회는 박 교수가 상지대 사학비리의 전과자인 김문기씨를 비호한 교수 중 한 명으로, 김문기 씨를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막말과 폭언을 일삼아 구설수에 오른 장본인이었다고 비난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 역시 박 교수가 협의회 회원은 아니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과 관련, 학교 교수사회를 대표해 유감 표명과 대국민사과 성명을 내기로 했다.

반발이 거세자 박 교수는 28일 다시 인트라넷 게시판에 ‘명예훼손이 되기 위해서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전교조 단어는 세 번 나왔고, 특정 사람을 지칭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명예훼손을 기도하지 않았다. 단원고니까 전교조란 단어도 따라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글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박 교수는 23일 당일 해당 글을 모두 삭제했다.

한편, 원주경찰서는 박희준 교수의 글에서 야권 대선후보들을 비방한 내용과 관련, 선거법 위반 여부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의뢰하는 등 검찰과 수사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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