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위장에 좋고 숭어 뼈를 고아낸 국물은 보약과도 같다’

숭어탕, 좋은 혈액을 만들고 봄철 질병에 대한 면역력 높여준다

숭어의 효능, 체력이 허약한 사람을 살찌우고 건강하게 만든다

숭어탕
[전문가 칼럼=최만순 세계한식문화관광협회장]해양수산부가 3월의 어식백세 수산물로 선정한 숭어는 봄철 건강식이다.

얼마 전 TV에 한강 둔치에 새카맣게 숭어 떼가 몰려다니는 장관을 보았다. 시민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처럼 봄철 숭어가 연안으로 몰려오면 전국 곳곳의 어민들이 숭어 잡이에 나선다.

숭어는 전 세계에 널리 분포되어 약 70종이 있고 우리나라와 중국 연안에는 그 중 20여 종이 있다고 한다. 숭어는 바닷물과 민물을 오간다. 숭어는 주로 강 하구의 표층에 무리를 지어 유영한다. 먹이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펄 속의 유기물을 먹고 산다.

숭어는 우리나라에 있는 물고기 중 방언과 속담을 가장 많이 가진 어종이다. 방언의 대부분은 숭어가 성장함에 따라 다른 이름이 붙여지는데 그 종류만도 100개가 넘는다.

서남해 해안가에서는 큰 것을 숭어, 작은 것을 ‘눈부럽떼기’라고 부른다. 크기가 작다고 무시해서 ‘너도 숭어냐’ 했더니 성이 난 녀석이 눈에 힘을 주고 부릅떠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 이외에도 6cm 정도의 작은 것을 모치라 하고, 8cm 정도면 동어라 한다.

크기가 커짐에 따라 글거지, 애정이, 무근정어, 무근사슬, 미패, 미렁이, 덜미, 나무래미 등으로 불리며 그 외에도 걸치기, 객얼숭어, 나무래기, 댕기리, 덜미, 뚝다리, 모그래기, 모대미, 모쟁이, 수치, 숭애, 애사슬, 애정어, 언지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물고기 하나를 두고 이렇게 방언과 속담이 많다. 이것은 숭어가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볼 수 있고 오랜 세월동안 선조들의 삶과 함께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숭어는 3000년 전부터 문헌에 나오는데 왕과 귀족들이 고급음식으로 즐겼다고 한다. 그리고 인공 양식은 약 200년 전 명(明)나라 때부터 했다고 한다. 우린 1990년대 이후 숭어를 대량 양식하기 시작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만영이 지은 재물보(才物譜 1798년)는 숭어를 치(?)라 하였다. 서유구(1764~1845)가 편집한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1835년)는 물고기의 몸이 치흑색이어서 치(?)라고 하고, 중국 월(중국 광둥지방)나라 사람들은 그 새끼가 맛있고 예뻐서 자어(子魚)라고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는 그 모양이 장수(長秀)하므로 수어(秀魚)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현재 일반적인 한자 표기는 숭어(崇魚), 수어(水魚)라고 한다. 그리고 숭어는 진흙을 먹어 토기(土氣)가 있으므로 비위(脾胃)를 보한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예부터 평양 대동강에서 많이 잡히는데 대동강 숭어국이 유명하다. 싱싱한 숭어의 비늘을 벗기고 토막 내어 가마에 넣은 다음 물을 붓고 후추를 넣어 끓인 맑은 탕이다. 국물 맛이 깔끔하고 고단백으로 영양가가 매우 높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숭어 맛은 계절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봄과 겨울에 잡히는 숭어는 달고, 여름 숭어는 심심하며, 가을 숭어는 기름져서 고소하다고 했다. 숭어는 탕, 찜, 회, 양념구이, 튀김 등 다양한 요리로 즐겨 먹고 약재로도 쓰인다. 숭어를 맛으로 꼽자면 영산강 하류에서 잡히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숭어회가 유명하다.

중국 송시대의 개옥본초(開玉本草· 974년)에는 ‘숭어는 소화를 도와 오장을 이롭게 하며 오래 복용을 하면 건강해져서 백약이 필요 없다’고 했다.

허준(許浚1539~1615년)의 동의보감(東醫寶鑑 1613년)에서는 ‘사람의 소화를 도와 섭취한 음식을 그 정기를 통하게 해 오장을 이롭게 한다. 그리고 숭어는 진흙을 먹으므로 온갖 약을 함께 사용해도 꺼리지 않는 다’고 했다.

조선후기 한의학자인 황필수(黃泌秀)가 지은 방약합편(方藥合編 1885)에는 ‘숭어는 백약(百藥)을 꺼리지 않으니 이 점을 높이 산다’고 했다. 서유구가 어류에 관해 저술한 책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1820년)에는 ‘숭어를 먹으면 비장에 좋고 숭어알 말린 것은 건란(乾卵)이라 하여 진미로 삼는 다’고 했다.

전통음식인 승기악탕(勝妓樂湯)은 규합총서(閨閤叢書 1809년)에 처음 나오는데 숭어, 잉어, 조기, 도미 등을 구워 그 위에 여러 가지 채소와 고명을 넣어 함께 끓인 것으로 승가기탕(勝佳妓湯)이라고도 했다. 그 중 숭어를 이용한 승기악탕은 쇠고기, 원추리나물, 미나리, 표고버섯, 파, 달걀이 들어간다.

승기악탕은 책에 따라 조금씩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가 다르다. 규합총서(閨閤叢書 1809년)에 나온 승기악탕은 닭찜을 말하며, 고종 때 잔칫상에 올라간 승기악탕은 숭어에 여러 가지 고기를 넣어 만든 탕을 말한다.

방신영이 쓴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 1913년)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1924년)에 나오는 승기악탕(勝妓樂湯)은 숭어로 만든 것으로 각각의 재료는 다르지만 만드는 법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승기악탕(勝妓樂湯)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쇠고기는 얇게 저며서 양념하고 원추리는 씻어 놓는다. 2.미나리와 파는 3~4cm로 자른다. 3.표고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불려서 기둥을 자른 다음 채 썰어 놓는다. 4.달걀은 황백지단을 부쳐서 골패 모양으로 썰어 놓는다. 5.숭어는 비늘을 긁고 내장을 꺼내어 1cm 간격으로 칼집을 넣어 참기름과 진간장을 섞어 만든 유장을 발라서 석쇠에 잠시 구워낸다. 6.전골냄비에 숭어를 담고 그 위에 준비한 쇠고기와 채소, 달걀지단을 색을 맞추어 돌려 담는다. 7.육수를 부어 끓이면서 먹는데, 나중에 국수나 흰떡을 넣어 먹기도 한다.

승기악탕을 만들 때에 원추리가 없으면 숙주를 넣어 만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원추리는 지금 시절인 봄에만 나는 채소다. 그리고 숭어 대신에 잉어, 도미, 조기 등을 넣어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쇠고기는 꼭 넣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숭어 알젓인 어란(魚卵)은 숭어와 함께 임금님 진상품으로 유명했다. 어란은 산란기의 알집을 끄집어내서 소금물에 담가 핏물을 뺀 후 하루 정도 묽은 간장에 담근 다음 그늘에서 건조시켜 만든다.

숭어 어란은 세계적으로도 사랑 받는 음식이다. 최고급 어란은 반투명으로 호박색의 윤기가 난다. 우리나라는 전라남도 영암 지방의 영암어란을 으뜸으로 친다.

일본은 에도시대(江戶時代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막부를 개설한 1603년부터 15대 쇼군 요시노부가 정권을 조정에 반환한 1867년까지의 봉건시대)에는 어란을 성게생식선, 해삼창자와 함께 천하 3대 진미로 취급했다.

어란을 일본말로는 카라쓰미(カラスミ)라고 부른다. 대만에서는 어란을 우위즈(烏魚子)라고 하며 많이 생산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보타르가(Bottarga)라하며 갈아서 파스타, 피자 등에 뿌려서 먹는다.

춘분시절에 잡은 숭어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기름기가 많아서 숭어탕, 구이, 찜, 찌개, 국수, 전유어, 회 등으로 많이 먹는다.

정약전(丁若銓:1760∼1816)이 지은 자산어보(玆山魚譜 1814년)에는 숭어를 맛이 으뜸인 생선으로 칭하고 있다. 숭어는 위장에 좋고 숭어 뼈를 고아낸 국물은 보약과도 같다고 했다. 특히 숭어는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봄철 기력을 회복하는데 좋고, 껍질은 엘라스틴과 콜라겐으로 되어 있어 피부 미용에도 좋다.

그리고 자연산 숭어로 매운탕을 끓일 경우에는 대가리는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어두일미(魚頭一味)라 하여 생선은 대가리 부분이 맛있다고 하지만 숭어만은 예외다. 숭어 대가리를 넣고 끓이면 흙내가 심하게 나서 음식 맛이 나빠질 수 있다.

▲ 춘분절기(春分節氣)의 약선양생

춘분절기는 낮과 밤, 더위와 추위가 평행을 이루는 시기이다. 이런 자연의 현상과 같이 인체의 내부도 음과 양을 평행시키는 것에 주의를 해야 한다. 그러고 평행상태를 유지하는 요점은 음식, 정신, 생활 등이다. 그 중 첫째가 음식의 조리와 재료의 활용에 있다.

입춘에서 시작해 청명절 전후까지는 초목의 성장이 발동이 걸리는 시기다. 그러므로 인체 혈액의 활동 또한 매우 왕성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호르몬 분비도 왕성하다. 이때는 감기 등의 유행성전염병에 걸리기 쉬우며 고혈압이나 여성은 불규칙적인 생리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절기의 약선양생은 각자의 신체컨디션에 따라 최대한 몸의 평행을 이룰 수 있는 음식 위주로 섭취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과도하게 뜨겁거나, 차갑고,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기운이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예를 들어 생선이나, 새우, 게 등 한성(寒性 찬 성질)을 띄는 음식을 조리할 때에는 파, 생강, 술, 마늘 등 온성(溫性 따뜻한 성질)이 있는 조미료를 더 넣어서 그 성질을 평행하게 맞추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음식의 한성이 너무 강해서 위장과 비장에 무리를 주어 소화불량이 일어나는 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예를 들어서 부추 등 양기를 증강해주는 음식을 조리할 경우에는 계란 등의 음기를 띄는 음식을 넣어서 음양의 평행을 유지해준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긍정적인 정신상태, 적당한 운동,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춘분에 약선양생은 음식, 정신, 운동 이 삼박자가 맞아야 제대로 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추천하는 음식은 마늘가지볶음, 두충오리백숙, 맑은 추어탕 등이 좋다. 이런 종류의 음식이 손실된 영양을 보충하고, 뼈와 근육을 강화시키고, 혈압을 내려주며, 몸이 부은 것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 봄 절기(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의 양생 기본요구

▷ 봄철 양허체질(陽虛體質 양기가 허한 체질인 사람)의 특징 이런 체질의 사람의 특징은 통통하며 얼굴색이 하얗고 연하다. 입술은 빛깔이 선명하지 않고 흐릿하다. 입안이 담담하여 맛을 잘 모르며 손과 발에는 열기가 없어서 차갑다. 그리고 쉽게 땀이 나며 소변은 맑고 옅으면서 오래 나온다. 대변은 묽으며 봄에 추위를 많이 타고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

양증(陽症 일반적으로 양증과 음증으로 나눈다)은 무릇 급성인 것, 움직이는 것, 강하고 실한 것, 흥분적인 것, 신진대사가 왕성한 것, 진행되는 것,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 위로 올라가는 것 등에 속하는 것은 모두 양증에 속한다.

▷ 봄철 양허체질(陽虛體質 양기가 허한 체질인 사람)의 양생방법

양기가 부족한 사람은 정서가 불안정하고 공포와 슬픔을 많이 느낀다. 이런 체질은 봄에 자신의 컨디션을 잘 조절해야 하며, 음악을 많이 듣고, 친구를 많이 사귀면 좋다. 양기가 허한 사람은 춘하추동 사계절 동안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해 체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일광욕 등은 양기를 생성시켜주는데 빠질 수 없는 좋은 방법이다.

▷ 봄철 양허체질(陽虛體質 양기가 허한 체질인 사람)의 음식양생

양기를 생성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좋은 것은 양고기, 개고기, 닭고기, 쇠고기 등이 있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춘하양양(春夏養陽 봄과 여름에는 인체의 양기를 길러준다)의 원리에 따르면 봄철 1주일에 세 번을 거쳐서 아침에 동충하초 죽을 먹는 것이 좋다.

재료는 마른 동충하초3g. 부추30g, 쌀120g 만드는 방법은 동충하초와 쌀로 죽을 끓이고 끓는 죽에 부추를 넣어 먹는다. 동충하초죽 뿐만 아니라 양고기동충하초탕도 좋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동충하초 15g, 손질한 양고기 500g을 넣어서 푹 끓인 후에 소금으로 간을 해 먹는다. 간단하지만 양기가 허한 체질의 사람에게는 좋은 음식이다.

▲ 숭어탕의 효능 : 보기생혈(補氣生血)한다. 봄철에 인체의 소화기관을 보양해 음식물을 잘 흡수하고 좋은 혈액을 만들어 봄철 각종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준다.

▲ 숭어의 효능

1.영인비건(令人肥健)한다 : 숭어는 체력이 허약한 사람을 살찌우고 건강하게 만든다.

2.건비익기(健脾益氣)한다 : 숭어는 소화기관인 비장(脾臟)을 튼튼하게 하고 기(氣)를 더하게 한다.

3.소식도체(消食導滯)한다 : 숭어는 심하게 정체된 음식을 강하게 소화시켜 준다.

4.통리오장(通利五臟)한다 : 숭어는 오장의 기운을 소통시켜 준다.

5.빈혈을 예방한다 : 숭어에는 철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조혈작용이 우수해 빈혈을 예방한다.

6.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예방한다 : 숭어에는 EPA, DHA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동맥경화, 고혈압, 뇌졸중과 같은 성인병을 예방한다.

7.피로회복을 촉진한다 : 숭어에는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피로를 회복하여 준다.

8.노화방지를 한다 : 숭어의 껍질에는 세포재생에 관여하는 나이아신이 많이 들어있어 노화를 방지한다.

△황기의 효능 : 인체에 쌓인 독기를 밖으로 배출을 하고 수액을 잘 흐르게 해 부종을 가라앉힌다.

△진피의 효능 : 진피는 가슴을 시원하게 소통시키고 몸 안에 쌓이는 나쁜 습기를 몰아내고 맺힌 것을 풀어준다.

△생강의 효능 : 생강은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해 면역력을 길러 인체 내외부에 발생하는 각종 염증을 예방한다.

△파의 효능 : 파는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해 풍사(風邪:나쁜 바람의 기운)가 심장의 기운을 막는 것을 예방한다.

△마늘의 효능 : 마늘은 풍사(風邪 나쁜 바람의 기운)가 인체의 표면에 머무르는 것을 예방해 차가운 바람으로 인한 감기를 예방한다.

재료:숭어500g, 황기60g, 진피10g, 대파10g, 생강10g, 다진마늘10g, 표고버섯3개, 소금3g, 홍초1개, 후추

▲ 만드는 법 1.숭어의 비닐을 벗긴 후 머리, 내장, 지느러미 등을 제거한다. 2.숭어를 10cm로 토막을 낸다. 2.황기와 진피, 표고버섯은 끓는 물에 데쳐 준비한다. 3.대파, 홍초, 생강을 썰어 놓는다. 4.냄비에 물을 부어 끓으면 숭어를 넣는다. 5.숭어가 끓어오르면 거품을 제거하고 약재와 버섯, 생강, 고추를 넣는다. 6.5가 끓으면 센불에 5분, 아주 약한 불에서 1시간을 끓인다. 7.숭어가 익으면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마늘과 파를 넣고 그릇에 담는다.

조리Tip : 숭어가 익고 난 후에 들어가는 야채가 고수, 냉이, 번루, 미나리 등 봄나물을 2~3가지 선택을 해서 넣으면 향기와 맛뿐만 아니라 효능도 증가된다.

#필자 소개 : 최만순씨는 세계한식문화관광협회 회장으로 활동중이며,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국제고급약선사자격 평가위원, 미국 FDA 운영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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