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통령측 '지연전략'에 "증인 채택 취소하고, 증거 조사도 않겠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탄핵 심판' 15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본격적인 증인심문에 앞서 출석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소송지휘권을 발동하며 3월 13일 이전에 선고를 결론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시 한 번 재확인했다.

헌재는 20일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서 불출석 증인에 대한 증인채택을 취소하고,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거조사도 '지연전략' 이라며 채택하지 않았다.

헌재는 이날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증인채택을 모두 직권으로 취소했다.

먼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증인채택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 7일 증인신문에 나오지 않은 데 이어 이날도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다. 박 대통령 측은 "김 전 실장이 24일에 출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미 두 번의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이날 증인신문에 나오지 않은 최상목 기재부 1차관에 대해서도 "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이 재단 설립 경위 등에 관해 상세히 말했다"며 직권으로 취소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 했다는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을 심판정에서 틀어보자는 대통령 측의 증거조사 신청도, 고 씨를 다시 부르자는 증인 신청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녹취록과 녹음파일은 중복 증거"라며 "대통령이 걱정하듯 핵심 증거도 아니다. 주장하려는 취지는 파악하고 있다"고 녹음파일 신청도 기각했다.

헌재는 대통령 측의 추가 변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24일로 예정된 최종변론기일에 대해서는 확정을 하지 않고 유보했다.

헌재는 지난 16일 14차 변론에서 24일 최종변론을 하겠다고 했으나, 대통령 측이 시간 촉박을 이유로 3월 2~3일로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재판부는 대통령 측의 출석 여부와 함께 오는 22일 증인 신문이 예정된 안종범 전 수석과 최순실 씨의 출석 여부에 따라 최종 변론일을 정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나온다면 재판부가 지정한 기일에 출석해야 하고, 변론이 끝난 뒤에 나오겠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 측이 막무가내로 변론을 하려하자 이를 강하게 제지하며 "재판 진행은 우리가 한다"며 경고한 뒤 "오늘 변론은 마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8명의 재판관들은 심판정에서 퇴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했다.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이중환 변호사는 "헌재의 심판 진행 공정성에 상당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원사퇴' 등 중대한 결심은 유효한지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해 구체적인 입장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헌재가 대통령 측의 증인 및 증거조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정미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내달 13일 이전에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를 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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