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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O형과 A형 구제역이 동시 발생한 이후 정부가 추진해온 백신 긴급수입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의 다급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기업인 메리알은 재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열흘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다행히 14일 이후 구제역 의심사례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면서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가 다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필요한 물량을 즉각 확보할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나면서 '백신 종속'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기 연천 젖소농가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 8일 프랑스에 본사가 있는 메리알사(社)에 A형에 효과가 있는 'O+A형' 백신을 긴급 수입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회신을 받지 못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메리알 한국지사뿐 아니라 이 기업의 본사가 있는 프랑스 주재 대사관을 통해서도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재고 여부나 물량 추가 배정 등에 대한 별다른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997년 미국과 프랑스 합작회사로 설립된 메리알은 2011년 본사를 미국 덜루스에서 프랑스 리옹으로 옮겼으며 올해 초 독일의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인수됐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주로 거래해온 메리알뿐 아니라 백신 수입선 다양화를 위해 접촉 중인 중국이나 아르헨티나로부터도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국내에 물량이 부족한 'O+A형' 백신이 추가로 수입되는 시기는 원래 매년 정기 계약 물량이 들여오는 시기인 이달 말께나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사전 계약에 따라 이달 말께 O+A형 백신 160만 마리 분과 O형 백신 320만 마리 분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실상 성사가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정부의 백신 긴급수입 추진 해프닝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백신 종속국'으로서 한국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의 경우처럼 다급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우리가 필요한 만큼의 물량을 조속히 들여올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전 세계를 상대로 백신 장사를 하는 메리알사가 한국의 다급한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만일의 경우를 위해 자체 비축하고 있는 물량을 한국에 넘겨줄 의사는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 국내 백신 개발업체 임원은 "거대 백신회사인 메리알사의 물량 수급 정책상 한국 정도의 나라는 우선순위가 그렇게 높지 않을 수도 있다"며 "설사 자체 재고가 있다 하더라도 더 긴급한 상황에 쓰기 위해 한국에 넘겨주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한국의 상황은 '백신 종속국'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설움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산 구제역 백신이 개발, 생산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사업성 여부에 대한 긴 논란을 최근 마무리 짓고 오는 2020년까지 약 69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산 백신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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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2/17 10:10:30 수정시간 : 2017/02/17 1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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