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 "정권 반대 세력에 좌익 누명 씌워…헌법가치 훼손"

사진=YTN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이찬미 기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3일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한 범죄 행위"라고 김 전 실장을 강력히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오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5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도착해 20분 넘게 취재진에게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한 의견을 쏟아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고, 이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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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블랙리스트는 정권·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차별·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분명한 범죄행위"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가 우리 사회의 민주질서과 가치를 훼손해 헌법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박근혜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을 역임한 유 전 장관은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실제 존재하고 이를 본 적 있다고 '폭탄선언'을 한 바 있다.

2014년 7월 자리에서 물러난 유 전 장관은 지난달 말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퇴임 한 달 전 블랙리스트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해 1월과 7월 두 차례 블랙리스트 문제로 박 대통령과 면담도 했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질 당시 정무수석은 최근 구속된 뒤 사직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다.

작년 10월 또 다른 인터뷰에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문체부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사표를 받으라는 속칭 '솎아내기'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사표를 받을 문체부 공무원 명단을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에 전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유 전 장관은 그 때부터 청와대와의 관계가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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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참사의 정부 책임을 지적하거나 과거 야당 정치인 지지 선언을 한 인사를 중심으로 약 1만명의 문화·예술인 이름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측은 최근 "블랙리스트 작성을 어느 누구에게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지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특검팀은 유 전 장관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집행 과정, 문체부 부당 인사 조치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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