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박맹호 회장. 민음사 제공
[데일리한국 온라인뉴스팀] 한국 출판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22일 오전 0시4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인은 1933년 충북 보은 비룡소에서 태어났다. 1946년 청주사범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살았던 비룡소는 이후 민음사의 아동·청소년 서적 브랜드의 이름이 됐다.

1952년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에 입학한 고인은 1953년 '현대공론' 창간 기념 문예 공모에 '박성흠'이란 필명으로 응모한 단편 '해바라기의 습성'이 당선되면서 문학청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문학청년 생활을 이어가면서 국회의원에 출마한 부친(박기종)의 선거운동을 도우며 지냈던 고인은 1966년 5월 서울 종로구 청진동 옥탑방에서 '올곧은 백성의 소리를 담는다'는 뜻을 담아 민음사를 창립했다.

고인은 민음사를 통해 특히 문학의 저변을 넓히고 작가들을 발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73년 '세계 시인선'을 처음으로 펴냈고 1974년에는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 등 '오늘의 시인 총서' 1차분 5권을 펴내 시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76년에는 계간 문학지 '세계의 문학'을 창간했으며 '오늘의 문학상'을 제정했다. 또 1981년에는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197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발간했던 '이데아 총서'를 통해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등을 국내에 소개했다. 또 1983년부터 1999년까지 16년동안 424권의 '대우학술총서'를 발간했다.

1994년 비룡소, 1996년 황금가지, 1997년 사이언스북스 등 민음사의 자회사를 설립해 대형 출판그룹으로 키웠다.

고인은 출판계에서도 다양한 직책을 맡아 활동했다. 1989년 제33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부회장을 맡았으며 1985년에는 한국단행본출판협회 2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2005년 2월 45대 출협 회장으로 당선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 등을 치러냈다.

2001년 서울대에 민음 인문학 기금 3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2008년에도 서울대에 인문학 강좌 기금으로 2억원을 기부하는 등 인문학 발전에도 애썼다.

2012년 자신의 일생과 민음사의 역사를 담은 자서전 '책'을 펴냈다.

고인은 출판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2년 국무총리 표창, 1985년 대통령 표창, 1995년 화관문화훈장, 2006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위은숙씨와 상희(비룡소 대표이사), 근섭(민음사 대표이사), 상준(사이언스북스 대표이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 24일 오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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