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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 변론 출석하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관저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한 것으로 알려진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대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1.12
    utzza@yna.co.kr
    (끝)
12일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나온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의 일부 진술이 앞선 증인 윤전추 행정관과 마치 짜 맞춘 것처럼 유사해 '배후'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등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헌재 증인신문에 불응한 데 이어 '말 맞추기' 정황까지 제기돼 이번 탄핵심판의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 의상실 갔다가 우연히 최순실 만났다?

이 행정관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의상실로 가라고 해 갔더니 최순실씨가 있었다. 최씨를 그곳에서 처음 봤다"고 밝혔다. 그런데 5일 나온 윤 행정관 역시 "(옷을 받으러) 의상실에 가니까 최씨가 그곳에 있었다"며 같은 말을 한 바 있다.

즉, 이 행정관과 윤 행정관이 모두 지시에 따라 의상실에 갔다가 '우연히' 최씨를 만났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의상실 업무를 같이 한 것은 맞지만 최씨와 별다른 교감은 없었다며 관계를 분리하려는 발언이다.

이는 이들이 공무원임에도 최씨의 '개인비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방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들은 의상실에서 최씨 뒤를 따라다니거나 휴대전화를 셔츠에 닦아주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 대중에 공개됐다.

이에 최씨가 아닌 박 대통령 지시를 받고 의상실에 드나들었으며 최씨를 수행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증인신문 내내 최씨를 의상실 밖 공간에서 만난 사실은 극도로 진술을 꺼리고 있다.

최씨의 적극적 국정 개입 범위를 박 대통령 의상으로 국한해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최씨와의 '연결고리'를 부정함으써 결국 최씨와 박 대통령의 범행 '공모' 관계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모양새다.

◇ 박 대통령이 옷값을 봉투에 넣어 줬다?

이 행정관은 자신이 의상실에 갈 때 "대통령께서 서류 봉투를 주셨고 돈이란 말씀은 없는데 만져봤을 때 돈이었다"고 진술했다. 윤 행정관 역시 박 대통령으로부터 "이 돈을 의상실에 갖다 줘라"란 지시를 받고 노란 서류 봉투를 전달했다 말했다.

이는 의상실을 운영했던 고영태씨가 "옷값을 최씨가 계산했다"고 국회 청문회에서 증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이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선 "의상 대금을 지급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어 위증 의혹에 휩싸였다.

만약 고씨의 말대로 박 대통령이 아닌 최씨가 옷값을 계산했다면 이는 최씨의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있다. 이 행정관·윤 행정관의 일관된 '봉투' 발언은 박 대통령과 최씨를 뇌물죄 적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앞서 고씨는 박 대통령의 가방을 30∼40개, 옷을 100벌 가까이 만들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도매가로만 최소 옷 3천만원, 가방은 1천500만원 어치"라며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4천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 관저 집무실 TV 없지만…노트북으로 방송 본다?

이 행정관과 윤 행정관은 모두 청와대 관저 '집무실'엔 TV가 없지만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이 노트북 등 다른 설비로 방송을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증언을 했다. 이 행정관은 "인터넷이나 모든 게 다 갖춰져 있고 박 대통령이 그런 걸 다 사용할 줄 알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오전 급박하게 돌아가던 세월호 침몰·구조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쟁점에 직결된다. "TV만 켜도 아는 데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에 "관저 집무실엔 TV가 없다"는 답을 내놨지만 "다른 데 다 있는 TV가 왜 그곳만 없느냐"는 반박이 일자 "TV가 아니어도 볼 수 있다"고 한 셈이다.

이 행정관과 윤 행정관의 발언은 이 쟁점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행정관은 "몇 발짝만 나가면 TV를 볼 수 있고, 문만 열어놔도 언제든 TV를 볼 수 있는 환경"이라 했지만 윤 행정관은 "관저 구조는 비밀"이라며 구체적 모습을 그릴 수 없게 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운신 폭은 넓어진다.

법조계에선 이 행정관·윤 행정관의 진술 상당수가 박 대통령과 최씨를 보호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한다. 이들은 정작 의상실에서 최씨를 본 시기나 횟수, 박 대통령의 봉투 전달 지시를 받은 시기나 정황 등 디테일에 대해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답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고 있다. 두 명의 뒤에 '지휘자'가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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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1/12 18:33:58 수정시간 : 2017/01/12 18: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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