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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낸 대기업 임원들이 청와대의 관심 사항인데다 경제수석의 지시라 기금 출연을 거절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연금 모금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알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비선 실세' 최순실(61)씨 등의 2차 공판에서 삼성 미래전략실 김모 전무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두 204억원이라는 거금을 냈다.

조서에 따르면 김 전무는 "우리가 재단 설립을 주도하거나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청와대로부터 지시받은 돈만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경제수석이 지시했고, VIP 관심사항이라는 걸 (윗선에) 보고드렸기 때문에 모두 빨리 추진하라는 취지였다"며 "청와대 경제 수석 지시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당시 박찬호 전경련 전무에게서 기금 출연을 독촉하는 전화를 받았다. 이때 박 전무가 "경제수석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VIP께서 재단 설립이 왜 이리 더디냐고 나무랐다.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 기간에 MOU를 맺기로 했는데 마땅한 재단이 없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커창 총리의 방한에 맞춰 재단 설립을 서둘렀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김 전무는 "만약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얘기했다면 전경련에서 크게 의미 두지 않았을 것"이라며"경제 수석이란 자리가 국가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위치라 기업들로서는 모금 지시를 거부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기가 어려웠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안 전 수석이 막강한 영향력으로 전경련을 통해 일방적으로 지시한 거라 그 영향력 아래에 있는 기업들은 거절하기가 힘들었다"고도 진술했다.

LG 유플러스의 이혁주 부사장도 검찰에서 "대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건 경제 수석"이라며 "다른 수석이 이야기했다면 대기업이 이 정도까지 움직이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SK 박영순 전무도 "청와대가 관심갖고 하는 일에 출연하지 않거나 반대하면 향후 불이익을 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렇게 사전 검토조차 없이 단기간 증액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KT그룹 전인성 희망나눔재단 이사장은 "청와대 관심 사업이고 다른 기업이 참가하는데 어떻게 KT만 반대하느냐"면서 "전경련의 독촉이 너무 심했다"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현대자동차 그룹의 경우 재단 출연금으로 배정된 돈이 없어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배정된 돈에서 9억여원을 빼 재단 기금으로 내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기업으로서는 각 기업이 갖는 현안을 고려해서 청와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걸 두려워해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는 증거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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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1/11 15:04:05 수정시간 : 2017/01/11 17: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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