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경찰서장 "유족 반대의사 존중해 23일은 집행 않고 철수"

영장집행 시한 이틀남아 …재차 시신부검 집행에 나설수도

23일 오전 故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영장을 집행하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백남기 대책위 관계자와 대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영운 기자] 경찰이 23일 오전 고(故) 백남기(69)씨의 시신 부검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유족측의 완강한 반대로 경찰이 결국 철수하면서 물리적 충돌사태는 모면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백남기 투쟁본부 측에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 방침을 통보한뒤 오전 10시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형사들과 함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시신 부검 영장을 집행하려 했다.

하지만 백남기 투쟁본부측 수백 명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정재호 의원, 정의당 유소하 의원등이 모여 경찰 진입을 입구부터 막아서는 등 완강히 저항하자 결국 경찰측이 집행 의지를 꺾고 철수했다.

특히 투쟁본부 측은 스크럼을 짜고 몸에 쇠사슬을 이어 묶은 채 영장집행 시도를 완강하게 저지했을뿐 아니라 영안실로 가는 길목에 장례식장 내부 집기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기도 했다.

투쟁본부측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높자 경찰은 일단 진입작전을 거뒀으며, 현장에 있던 야당 의원들이 양측간 협의를 위해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서기도 했다.

고민하던 경찰측은 내부 논의끝에 "유족이 직접 만나 부검 반대 의사를 밝히면 오늘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 이를 유족측에 전달하면서 오전내내 감돌았던 긴박했던 대치 국면이 해소됐다.

유족측은 이날 백남기씨 부검에 반대하는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경찰과의 접촉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남기씨 딸 도라지씨는 "자꾸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도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만나고 싶겠나"라면서 "부검 영장을 강제집행하려는 꼼수로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한편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이날 경비병력 800명을 전원 철수시키면서 "아직 영장 집행 시한(10월25일)이 이틀 남았기 때문에 다시 검토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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