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용사 실수로 피해' 기소한 소비자 패소 판결

"염색·파마 전력 많다면 모발손상 인과관계 인정 못해"

모발훼손 정신적 피해 있더라도 "미용사 과실 아니다"

지난 5월 7일 서울 신촌 연세로 차없는 거리에서 열린 2016 제1회 신촌 뷰티페스티벌 '뷰티체어 101' 행사 참가자가 머리 손질을 받고 있다. (이 사진은 본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는 자료 사진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청아 기자] 미용실에서 머리 파마를 하다 머릿결이 상했더라도 무조건 미용사의 과실에 따른 상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제7단독(담당판사 오원찬)은 18일 파마시술 실수로 모발 손상을 입었다며 미용사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제소한 권모(26·여)씨에게 “모발 손상 자체로는 사람의 생리적 기능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어 상해 발생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 권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노원구의 한 미용실에서 피고인 최모(28·여)로부터 파마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권씨는 최씨로부터 매직 세팅 파마 시술을 받은 뒤 손질만 해도 머리카락이 끊어지는 상태가 되자, 시술 전 머리카락 상태가 양호했기에 파마 시술의 열처리 시간이 오래됐거나 최씨가 가열 온도를 높게 잡아 모발 손상을 입었다며 상해를 주장했다.

특히, 자신이 요구한 굵은 컬에 맞게 최씨가 시술하려 했으나, 기술이 익숙하지 않아 열처리를 오래 하다가 머리카락을 태운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권씨는 미용사 최씨를 손님의 머리카락 상태를 살펴 손상되지 않도록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자신에게 결절성 열모증(결절 털 찢김증)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검찰에 기소했다.

권씨는 시술 전후 사진과 한 대학병원에서 받은 결절성 열모증 일반 진단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피고 최씨는 권씨의 모발 상태를 살펴 클리닉을 권했으나 권씨가 거절해 일반 파마 시술을 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모발손상이 예상됨에도 권씨가 자신의 머릿카락은 괜찮다면서 극구 세팅 파마를 요구해 시술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신의 주의 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최씨의 변호인은 원고 권씨가 염색을 수차례 해 이미 모발에 상당한 손상이 있었고, 상해는 생활 기능에 장애가 초래돼야 하는데 권씨는 모발손상만 입고 두피에는 피해가 없으니 상해로 볼 수 없다고 변론했다.

결국 재판부는 ‘최씨가 부적절한 약품 선택과 열처리를 한 과실이 있다’는 검사의 주장에 “적절한 약품 선택과 열처리 방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이 없다”고 지적하며, 오히려 일반적 시술보다 낮은 온도에서 짧게 열처리를 한 게 인정된다며 피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최씨의 잘못된 시술로 결절성 열모증이 발생했다는 원고의 주장에도 “권씨가 이전에도 염색과 파마를 여러 차례 반복해 열모 현상이 이미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혐의 부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미용사의 과실로 권씨의 모발 디자인이 훼손돼 사회생활에서 대인관계 위축 등 정신적 문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런 문제까지 미용사 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