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시현재 총 447차례 지진발생...국내외 전문가 총동원해 속히 지진안전시스템 마련해야

최고 80층 짜리 건물이 서있는 부산시민들은 계속되고 있는 지진으로 불안감이 심하다. 사진은 해운대 인근 초 고층건물들 모습.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경주에서 지난 12일 규모 5.8의 강진에 이어 30일 오전 1시 현재 규모 1.7 여진까지 총 446차례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대한민국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 하고 있다.

기상청은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여진이 계속되면서 국민 불안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본진 규모(5.8)를 넘어서는 여진이 올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 우세하지만 양산단층이 활성화됐을 경우 알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소방방재청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해 3년간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연구진 등 23명 이상이 참여해 분석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울산·부산 인근에 2개의 활성단층(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 존재하고, 이들 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은 최대 규모 8.3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에 눈길이 쏠린다.

반면 국내 건축물 10곳 중 적어도 7곳이 지진에 무방비 상태며, 내진 설계가 도입된 1988년 이전 건물들의 경우 특히 지진에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정부의 지진 대응이 여전히 관측과 안내 수준에 그쳐 왔다는 점이다. 특히 지진 관측에 대한 대응이 기상청,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로 나뉘어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된다.

실질적인 재난 컨트롤 기능을 담당해야 할 국민안전처의 미숙한 이번 대응은 현 정부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여진 발생 뒤 홈페이지가 다운돼 몇 시간 동안 먹통이 되는가 하면 긴급재난문자도 늑장 발송해 논란을 키웠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매뉴얼조차 마련하고 전파하지 못한 탓에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일본의 지진 방재 매뉴얼까지 찾아보는 '웃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원전과 방사능시설 밀집지역에서 아직도 여진이 집중적으로 반복해 일어나고 있는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 경주 일대에는 양산단층을 비롯해 수십 개 활성단층이 있다지만 단층 구조 등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속히 전문가를 동원해 경주 일원을 중심으로 정밀 조사에 나서는 한편 원전 추가 건설 등의 에너지 정책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1995년 간사이(關西)에서 발생한 한신대지진(규모 7.2)으로 6,300여 명이 사망하고 1,400억 달러(약 154조원)라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그해 ‘지진방재대책 특별조치법’을 제정하는 등 시스템 보완에 나섰다.

이 법률 시행의 일환으로 설치된 고감도 지진 관측망은 일본열도 전역에 약 20km 간격으로 24시간 가동된다. 또한 관측소가 전국에 1,348개 설치돼 세계 최대다. 1대당 설치 비용은 3,000만 엔(약 3억2,835만원), 데이터 통신 비용으로만 연간 2억~3억 엔이 소요된다.

이처럼 지진 관련 인프라시설이 촘촘히 연결돼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수십 초 내로 TV 방송과 스마트폰 알람을 통해 경보가 전달된다.

아파트, 공공시설 등 건물의 내진 보강공사가 2013년에 의무화돼 2015년 말까지 대상 건물의 90% 이상이 공사를 마쳤다.

지진이 발생하면 동일본 여객철도(JR)는 도쿄역에서 30km 거리에 있는 역 200곳을 지진 재해 때 피난소로 개방하고 총 6만 명이 마실 물과 비상식량, 담요 등도 비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진 발생 대비를 위한 시설 보완 얘기를 꺼내면 ‘비용’과 ‘예산’ 문제부터 먼저 제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민이 ‘안전’하지 않다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1위에 올라 있는 경제강국의 타이틀이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보기술(IT)이나 빅데이터와 접목해 한국 지형에 맞는 지진 대응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재해 위험도가 큰 원전·고속철도·가스관·송유관·고층 건물·교량 등 재난 취약 시설의 안전 기준을 재검토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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