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살수차에 맞아 쓰러진 백씨를 주변 사람들이 부축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현장에서 쓰러져 300일 넘게 의식불명 상태로 투병한 백남기(69) 농민이 25일 오후 1시 58분 끝내 숨을 거뒀다. 그의 사망으로 사고 책임자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합의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칠순을 앞둔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여했다가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고 그 자리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구급차로 후송돼 서울대학교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백씨는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으나 317일이 지나 사망 할때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사고 당시 백씨는 병원에 실려 왔을 때부터 상황이 워낙 심각해 생명을 연장하는 수준의 수술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물대포로 인한 직접적인 충격으로 뇌진탕과 뇌출혈을 입고 코뼈가 부러졌으며 시신경이 손상됐다. 여기에 장기간 투병생활을 하며 합병증까지 발생했다. 최근 병세가 심각해지면서는 소변이 나오지 않아 수혈과 항생제 투여, 영양공급을 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결국 23일 백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의료진은 주말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백 씨가 위독해지면서 부인 박경숙 씨와 큰 딸 백도라지 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병원을 떠나지 않고 지켜왔다.

백 씨의 가족은 당시 경찰 총수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7명을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백남기대책위원회는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어떤 조치도 확인받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12일 국회가 개최한 ‘백남기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경찰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끝내 사과를 거부한 바 있어 여전히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지난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위헌적인 직사살수 및 살수차 운용지침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내며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이후에도 20초 이상 농민을 향해 물대포를 퍼부었다”며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물대포 직사살수, 더 나아가 집회 참가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경찰의 위헌적인 집회관리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밝히며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의료진이 백남기 농민이 급격히 위독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24일 저녁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에 10여대의 경찰버스를 포함한 경찰력을 배치했다.

이를 두고 백남기 씨가 사망한 후 시신을 부검하려는 의도라는 말이 나오자 백남기대책위는 논평을 내고 “(부검시도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게 된 것이 경찰의 물대포가 아니라고 발뺌하기 위해, 결국 국가폭력에 의한 살인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흐트려 물타기 또는 은폐하기 위한 파렴치한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백씨를 담당한 의료진은 이미 수술 치료 및 입원 후 생긴 합병증, 전신상태 악화가 백씨에게 진행됐기 때문에 사망이 선언된 후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