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시베리아 땅에서 따뜻한 러시아인들과 만나

양국 상호간 경제적 열망 커 물류·인적 교류 확신

기업간 실질적 경제교류 안돼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

서병수(왼쪽) 부산시장이 1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시 청사에서 게오르기 폴타브첸코 시장과의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폴타브첸코 시장은 내년 4월 부산을 방문, 경제·문화 등 각 분야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사진=부산시 제공
[부산=데일리한국 김광현 기자] 유라시아 부산원정대가 18박 19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지난 3일 국내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9월 2일 제2차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는 발표였다.

청와대측은 "박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9월 2~3일 이틀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제2차 동방경제포럼에 주빈으로 참석한다"면서 "3일 전체회의에서는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한 "박 대통령의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은 취임 이후 양자 차원에서 이뤄지는 첫 러시아 방문이자 지난 2013년 11월 푸틴 대통령 방한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양국간 다양한 현안 및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제2차 동방경제포럼 개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이번 원정대 기간 주요 관심사의 하나였다. 러시아 극동개발부 관계자와 당국자들에게 박 대통령의 초청 여부를 문의했지만 외교부 당국자가 결정할 문제라는 의례적 답변만 들었던 터였다.

기자는 원정대 기간 외신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초청장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러시아 연방정부 차원의 대규모 극동러시아 개발에 한국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바 있다.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 극동개발부 주관으로 극동러시아의 투자 유치 및 개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개최한 행사로, 이번 제2차 포럼은 '러시아의 극동 지방을 열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올해 포럼의 핵심 의제는 △선도개발구역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법에 관한 세부시행령과 지금까지의 투자실적 소개 등으로 예상된다.

유라시아 부산원정대가 3일 18박19일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김해국제공항에서 해단식을 하고 있다. 사진=부산시 제공

◆ 유라시아 부산원정대 결산

유라시아 관문도시 부산, 러 주요 도시에 각인
러시아, 극동러시아 경제개발 의지 재차 확인
한국 위상 높아 러시아인들 한국인에 호감

이번 ‘유라시아 부산원정대’의 큰 성과 중 하나는 변화하는 러시아를 현장에서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함께 러시아 주요 도시에 유라시아 관문도시 부산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유라시아 부산원정대는 대장정 나흘째인 지난 7월 19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러 비즈니스 세미나’와 극동개발부 방문을 통해 러시아 연방정부와 블라디보스토크시의 극동러시아 개발 전략과 투자 인센티브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특히 러시아 당국자들이 극동지역 선도사회경제개발구역(ASEZ),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인프라 구축, 극동개발기금의 재정지원 등 보다 구체적인 개발 전략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투자 유치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7월 21일 하바로프스크 태평양국립대학교에서 열린 ‘부산-하바로프스크 경제교류회’에서도 러시아 당국자의 자원개발 의지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강한 욕구를 보여 주었다.

나아가 지자체 차원의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이르쿠츠크주에서는 주지사가 ‘부산영화제’ 와 ‘한국음식체험전’에 직접 참석하는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아울러 하바로프스크에서는 주 대외협력부 부장관이 오후 2시부터 행사를 주관한 후 밤 12시경 원정대가 다음 행선지로 가는 기차에 오를 때까지 환송해 주는 등 방문하는 각 도시마다 열정적이고 따뜻한 환대를 해주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K팝 등 한류에 대한 러시아 젊은이들의 열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K-pop 경연에는 모스크바 등 인근 도시에서 20개팀이 참가했으며, 이를 지켜보는 러시아 젊은이들이 모두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 정도로 호응이 컸다.

원정대가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행한 각종 행사나 부산홍보 영상을 통해 관문도시 부산을 각인시킨 것도 큰 소득의 하나로 꼽을 만 하다.

‘유라시아 부산 원정대’ 시리즈 마지막회여서 ‘한-러 차세대 리더’ 교류를 주도했던 대학생 원정대원들의 생생한 소감문을 싣는다.

원정대원으로 참가한 소창일 부산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과 3학년 학생. 앞으로 대통령 경호실에서 국가 안위를 보전하는 꿈을 갖고 있다.

소창일 부산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과 3학년

2016년 7월16일,

어린 시절의 꿈을 되찾는 원정을 시작하다.

희망의 길, 하나의 길, 통일의 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유라시아의 관문 도시인 부산을 알리고, 물류루트 탐사를 하기 위한 부산 유라시아 원정대 56명의 출정식이 열렸다.

그 날의 날씨는 흐린 뒤, 비가 오기 시작했고, 파도 또한 적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원정의 시작부터 우리의 여정이 달콤한 관광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경제협력, 문화, 물류루트 확인 등 우리들에게 주어진 임무들을 달성하기 위한 원정 이라는 것을 날씨부터 알려준 것 같았다.

처음 출발 했을 당시에는 분단이라는 현실로 인해 나의 머릿속엔 북한을 포함한 북쪽의 나라들은 잊혀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가는 루트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가능한 것인가’” 라는 생각들을 했었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에 우리가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시베리아의 대륙처럼 차가울 것 같은 러시아 친구들은 우리의 방문을 자신의 전통인 빵과 소금으로 열렬히 환영해 주었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만난 듯이 따뜻하게 맞이하여 주었다.

이 시작을 기점으로 우려들은 그냥 괜한 걱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정을 하면 할수록 희망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광활한 대륙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루트는 언젠가는 물류와 인적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고, 이곳의 사람들 또한 선입견과 달리, 한국 사람보다 더 정이 있고, 40도 보드카처럼 마음이 찐한 사람들이라 우리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이번 유라시아 원정대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8박 19일 동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횡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일정의 3분의 1을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보냈고, 빡빡한 스케줄과 수화물 운반 문제는 여정이 끝날 때까지 우리들을 괴롭혔다.

게다가 기차 안에서는 샤워시설이 없어, 샤워를 못하는 것은 기본이고, 화장실에서 다들 한국에서 공수해 온 바가지로 머리는 감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대원들은 단 한번도 분열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하나로 더 똘똘 뭉쳤다.

그 이유들은 전 대원들이 다양한 연령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직급, 신분을 다 떠나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56명 전원이 보여주었고,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문화소통의 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한 열차 안에서 자신의 나라 얘기, 삶의 이야기 및 문화를 공유하는 문화 공유 공간으로 탈바꿈 하였기에, 오랜기간 동안 기차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경우에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울 정도였다.

이렇게 횡단 열차로 우리는 러시아 7개 중요 도시(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크,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리스크,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다니면서, 각 도시마다 부산과 한국문화를 알리고, ‘차세데 리더 교류’를 통해 두 나라 청년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첫 번째로는 우리 고려인들의 역사를 재조명 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얻음으로서, 다시 한 번 선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우리 민족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러시아와 한국의 경제 교류회를 통해 직접적인 교류들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양국의 엄청난 관심과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들을 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특히 차세대 리더 교류 및 문화행사(부산영화제, K-pop 경연대회 등)였는데, 수 많은 러시아 청소년과 성인들이 한식과 한류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몇 십 년 전만해도 원조를 받던 나라가 러시아라는 강대국에게 한류를 수출하고, 우리의 음식, 문화 그리고 언어가 러시아 학생들에게 핫 이슈로 변해 간다는 사실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 자랑스러웠다.

이번 유라시아 원정은 나에게 너무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특히, 이번 원정대를 통해서 어렸을 적 꿈꾸었지만 그동안 잊혀졌던 통일이라는 바램이 되살아 났다.

부산 유라시아 원정대 행사를 만들어 주시고, 함께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고,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우리의 시작이 일회성이 아닌, 쭉 이어져 부산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열차를 타고 횡단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원정대원 학생대표로 참가한 정희주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 4학년 학생

정희주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 4학년

18박 19일의 대장정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김해공항에 도착해서 원정을 함께한 사람들과 헤어짐의 포옹을 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환동해권 해륙복합물류루트를 확인하고 희망의 길, 하나의 길, 통일의 길을 열어가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된 유라시아 부산 원정대!

그 시작을 알리는 출정식에서 대학생 대표로 선서를 하게 되었을 때는 긴장도 되었지만 많은 부산지역 대학생들과 시민들을 대표하여 유라시아 부산 원정대원으로 선발된 만큼 원정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장님과 많은 분들의 환송을 받으며 우리들은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나라호에 승선했다.

실습선에서는 이윤석 선장님과 장하용 박사님의 특강을 들으며 바다의 가치, 유라시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알게 되었고 이런 가치를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다를 건너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도착하고 그 후에는 러시아의 7개 도시를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통해 이동하며 10,930㎞의 대장정을 이어나갔다.

고대로부터 우리나라는 유라시아대륙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발해뗏목탐사대 등 우리의 조상들도 유라시아 대륙의 가치를 알고 무역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글로벌 세계화 시대로 나라 간의 이동도 간편해지고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래서 굳이 이렇게 유라시아 부산 원정대를 러시아로 보내지 않아도 러시아와 교류하고 유라시아 관문도시 부산을 홍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정말 많을 것이다.

유라시아 부산 원정대를 시작하기 전에 말만 탐사하러 가는 것이지 결국은 그저 여행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과 함께 많은 반대도 있었다고 들었다.

나 또한 실질적으로 부산을 알리고 부산의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유라시아 부산 원정대에 참여하고 와보니 이것은 절대 의미 없는 활동이 아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부산 시장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사람들끼리 만나야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생겨야 투자를 하게 되고,그렇게 해서 관광객도 오고 가며 도시경제가 활발해지는 것이다. 이는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사실 이번 원정에서는 경제적인 교류보다 문화적 교류가 더 많았던 것 같아서 조금의 아쉬움도 남는다.

대학교에서 해양물류 관련 전공을 배우는 만큼 유라시아 물류루트를 직접 확인하는 것을 기대했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창문 너머로 러시아의 철도물류를 볼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자유항, 선도개발구역, 경제자유구역 등 극동개발정책 설명회가 있었는데 이 또한 취지는 좋았지만 실제 부산의 기업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아서 실질적인 경제교류를 하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유라시아 부산 원정대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사업인 만큼 이번 시행착오를 통해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좋은 점은 더 강화해서 부산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활동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나 자신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렇게 의미 있는 사업에 내가 참여할 수 있어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유라시아 부산 원정대는 지금까지 대학교를 다니며 했던 활동 중에서 절대 잊지 못할 뜻 깊은 활동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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