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연구실도 압수수색…독성실험 결과 사전모의·데이터 조작 집중수사

연구비 대가성 확인되면 뇌물수수죄 사법 처리…호서대 교수도 소환조사

지난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강찬호(왼쪽) 대표와 안성우 운영위원이 옥시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교수들을 처벌하라는 내용의 항의 서한문을 서울대에 전달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황혜진 기자]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옥시)로부터 거액의 연구비를 받고 실험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서울대 수의과대 조모(57) 교수를 4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빠르면 5일 조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4일 오후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오전 조모 교수의 서울대 연구실과 호서대 윤모(61) 교수 연구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관련 실험일지와 연구기록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증거 확보를 위한 자료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긴급체포한 조 교수를 상대로 옥시 측의 의뢰를 받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의 불분명성’에 관해 명시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여부와 이를 대가로 거액의 연구용역비를 받았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키로 했다.

옥시는 연구용역비로 서울대에 2억 5,000만원, 호서대에 1억원의 용역비를 각각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옥시측이 이들 교수와 원인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흡입 독성실험 전에 모의해 회사 측이 원하는 실험결과가 나오도록 통제했거나, 보고서 데이터를 조작했는지도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윤 교수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만간 소환해 혐의 부분을 수사할 예정이다.

최근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취재에 따르면, 옥시는 지난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를 폐 손상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해당 두 교수 연구팀에 PHMG의 흡입 독성실험을 의뢰했으며, 이 과정에서 옥시는 자사에 유리한 보고서 내용만 발췌해 검찰과 법원에 반박자료로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실험보고서 조작 등을 대가로 연구비를 수수한 정황이 밝혀지면 공무원 신분인 조 교수는 뇌물수수 혐의로, 사립대 교원인 윤 교수는 배임수재 혐의로 각각 적용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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