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이 쓴 ‘사람사는 세상’ 표구, 손녀 태웠던 자전거 등 전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가 1일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 2008년 3월 준공 이후 8년 만에 첫 개방이다. 노무현 재단은 이날 노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앞두고 봉하마을 사저를 시범 개방하며 “자연의 품에서 인간의 삶이 이어져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뜻이 반영돼 낮게 지어져 일명 '지붕 낮은 집'으로 불렀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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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사저는 대지면적 1290평에 건축면적 182평(사저동 112평, 경호동 70평) 규모로 채광과 통풍이 잘되는 한옥 구조였다. 노 전 대통령이 손님을 맞이하던 '사랑채'와 업무를 보던 '서재', 권양숙 여사와 기거하던 '안채'로 구분됐다.

사저 입구 지하차고에는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취임하기까지 3개월 정도 사용한 체어맨 승용차와 퇴임 후 손녀를 태웠던 유모차 형태의 자전거, 소형 굴착기 등이 세워져 있었다. 정원에는 여러 정원수가 심어져 있었고 그중 높이 2.5m 정도의 산딸나무는 사저에서 유일하게 표지석이 있었다. 제주 4·3 유족회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4·3 제주민중항쟁이 재조명된 데 대한 고마움으로 제주에서 보낸 나무다.

사랑채는 노 전 대통령이 손님을 맞거나 가족 또는 보좌진들과 식사했던 장소다. 정남향이어서 밝고 봉화산과 들녁이 한눈에 들어왔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인 2009년 봄 검찰 소환을 앞두고 바깥출입을 자제하면서 힘들 때 대부분의 시간을 이 곳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채 한쪽 벽면에는 신영복 선생이 쓴 ‘사람사는 세상’ 표구와 노 전 대통령 취임식 장면을 담은 대형 액자,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뜰에서 손녀와 한 때를 보낸 액자 등이 놓여 있었다. 손녀의 낙서도 볼 수 있었다.

1000여권의 책이 꽂혀있는 서재에 들어서자 노 전 대통령의 방대한 독서량을 추정할 수 있었다. 서재는 노 전 대통령이 독서나 집필, 퇴임후 보좌진과 회의하는 장소로 사용했다. 재단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업무를 보다가도 봉하마을을 방문한 시민이 대통령님 나와주세요라고 요청하면 한두 차례 나가서 소통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내외의 개인생활 공간인 안채는 거실과 침실로 나뉘어 있다. 거실에는 노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컴퓨터 2대와 TV 등이 보존돼 있고, 침실에는 소박한 침대가 놓였다.

이날 사저를 둘러본 한 시민은 “예전에 보수진영에서 아방궁이라고 해서 대단히 화려하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소박한 느낌이다”며 “손녀 낙서를 볼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재단은 앞으로 한 두 차례 더 시범개방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완해 정식 개방할 방침이다. 권양숙 여사는 지난 2013년 11월 사저를 기부하겠다는 의향서를 재단에 제출한 후 지난해 10월 사비를 들여 인근 다른 사저로 거처를 옮겼다.

재단은 “노 전 대통령 생전 모습 그대로 시민에게 개방하자는 취지에 맞춰 노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물건을 그대로 보존해 개방했다”고 설명했다. 오상호 재단 사무처장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시민을 맞이했다면 귀향 당시 말씀하셨던 '야 기분좋다'라고 이야기하셨을 것"이라고 노 전 대통령을 추억했다.

사저 공개는 일단 5월 한 달간 토·일요일에 한하고, 개방 시간은 오전 11시, 오후 1시30분, 오후 3시 등 3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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