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학벌 등 조건으로 만남 주선하는 소셜데이팅 앱

사진=영화 '접속' 포스터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20여년 전 개봉한 영화 '접속'은 인터넷 채팅을 통한 로맨스를 다루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렇듯 1990년대만 해도 채팅 서비스는 낯선 이와 대화할 수 있다는 점으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불륜, 성매매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일부 채팅방은 어느새 부적절한 만남의 장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만남에 대한 인식이 다시 한 번 달라지고 있다. 2010년대 초부터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고 IT기기에 능한 디지털 세대가 성장하며 모바일에 최적화된 새로운 만남의 장이 등장한 것이다. 인터넷 이용 시 PC보다도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시대에 발맞춰 채팅 서비스 또한 진화하고 있다. 과거보다 한층 견고해진 인증·보안 시스템으로 구축된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은 깐깐한 젊은층을 만족시키며 인기를 얻는 중이다.

"아무나 만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운명적 만남보다는 비슷한 조건의 이성을 선호하는 게 요즘 젊은층이다. 최근 인기를 얻는 대부분의 소개팅 앱은 이용자의 학력이나 직업, 외모에 대한 묘사를 요구한다. 일종의 '스펙' 기재에 대해 이용자 대부분은 관대한 반응이다. 몇 가지 소셜데이팅 앱에 가입했다고 밝힌 대학생 백모(24) 군은 "오프라인 소개팅에서도 신상을 알려주는 것이 기본인데 온라인 만남이라고 다를 것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서비스에서는 기본 스펙과 더불어 이상형에 관한 내용을 활용해 과학적 알고리즘을 통한 '매칭'이 이뤄진다. 연애에서도 현실적 조건이 무시될 수 없다는 젊은이들의 속내가 반영된 장치다. 어플의 이름마저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의미), '스카이피플('sky'로 통칭되는 명문대 출신, 대기업, 전문직 대상 서비스)', '인서울매칭'(in 서울,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생·졸업생 대상 서비스)이다.

이와 관련 최호승 스카이피플 의장은 <데일리한국>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학생 시절, 선 자리보다 가벼운 소개팅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한 조건 매칭의 필요성을 절감해 해당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출신인 최호승 의장은 스카이피플을 내놓은 뒤 동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과거 웹 기반의 소개팅 사이트보다 가입자의 성비가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런 서비스들의 관건은 '신뢰'인 만큼 보안과 인증 절차도 까다롭다. 모든 곳이 허위 정보 기재에 대한 법적 조치를 명시하고 있으며, 명함이나 졸업 증명서를 확인하는 곳도 있다. 확인 절차에 이어 기본 신상은 물론 취향, 성격까지 자세히 서술해야 하며 일정 자격이 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는 곳도 있다. 유명 소셜데이팅 서비스 '아만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기존 회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직장이나 학력 검증을 거쳐도 '수준 미달'로 평가되면 가입이 불가능한 사이트도 있다.

아만다(왼쪽부터), 스카이피플, 이음 등 국내에는 120여 개의 소셜데이팅 서비스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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